나갈 돈 많은 정유업계, 재무부담 '가중' [코로나19 파장]1분기 줄적자 예고, 차입금은 매년 증가
이아경 기자공개 2020-03-30 11:08:08
이 기사는 2020년 03월 27일 17:2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제유가 급락에 코로나19 여파까지 겹치면서 정유사들의 재무건정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대규모 투자에 따른 부담이 부각되고 있어서다. 제품 수요가 살아나지 않을 경우 향후 투자의 결실도 기대보다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27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3월 셋째주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은 배럴당 -1.9달러를 기록했다. 정유사들의 대표 수익지표인 정제마진은 휘발유 등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 구매비용과 수송비 등 비용을 뺀 금액을 말한다. 보통 배럴당 4달러가 손익분기점으로 현재로선 팔수록 적자만 커지는 상황이다.
정제마진이 최악으로 치닫는 이유는 산유국들의 치킨게임으로 국제유가 및 코로나19에 따른 제품 수요가 동반 감소하고 있어서다. 시장분석기관인 IHS Markit에 따르면 세계 최대의 석유 수입국인 중국을 비롯해 다른 국가들까지 경제 활동에 지장이 생기면서 올해 1분기 세계 석유수요는 전년동기 대비 380만 배럴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보다도 큰 폭의 수요 감소다.
유가 급락에 따른 재고자산평가손실도 불어날 전망이다. 메리츠종금증권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과 에쓰오일은 올 1분기 각각 7416억원, 5310억원의 재고평가손실을 냈을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원유를 샀을 때보다 제품을 판매할 때의 유가가 낮아 손실이 생기는 부정적 레깅효과까지 포함하면 정유사들의 손실은 더욱 커진다.
문제는 실적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지출 규모는 계속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달 초 현대오일뱅크는 668억원을 부담해 코람코자산신탁과 SK네트웍스의 직영주유소와 임차주유소를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현대오일뱅크는 종속기업인 현대케미칼의 HPC(중질유석유화학시설) 증설을 위해 지난해 4440억원의 현금도 출자한 상태다.
GS칼텍스는 2조7000억원을 들여 2021년까지 올레핀 생산시설(MFC)을 완공할 예정이며, SK이노베이션도 내년 가동 목표로 미국 조지아에 1조9000억원을 투자해 배터리 공장을 짓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추가로 1조원의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
대규모 투자에 따른 차입금은 매년 증가세다. 현대오일뱅크의 순차입금은 2018년 말 연결기준 3조2608억원에서 지난해 3분기 말 4조2152억원으로 증가했다. 이 기간 차입금 의존도는 27.3%에서 35.5%로 증가했다. GS칼텍스도 순차입금이 2조8605억원에서 3조2831억원으로 늘었고, 차입금 의존도는 20%에서 21.5%로 상승했다. SK이노베이션의 순차입금은 2018년말 3조4929억원에서 작년말 7조7190억원으로 증가했고, 차입금 의존도는 22.2%에서 31%로 늘었다.
업황 둔화 속 재무부담이 커지면서 신용평가사들의 신용도 조정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 20일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GS칼텍스의 신용등급을 'BBB'로 하향 조정했다. 험난한 영업환경과 대규모 설비투자로 GS칼텍스의 재무지표가 향후 12개월간 약화할 것이라는 관측에서다. 또 "막대한 재고 관련 손실로 수익성이 급락하면서 올해 에비타(법인세·이자·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 대비 차입금 비율이 4배를 큰 폭으로 웃돌 것"이라고 지적했다.
S&P는 지난해 말 SK이노베이션의 신용등급도 'BBB+'에서 'BBB0'로 하향조정했다. 영업환경 악화 속 공격적인 투자계획으로 향후 2년 동안 재량적 현금흐름이 적자를 지속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S&P는 또 최근 SK이노베이션의 등급 전망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내렸다. S&P는 SK이노베이션의 조정 차입금이 올해 10조4천억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권기혁 한국신용평가 실장은 "투자의 성과로 이익 증가가 전망된다면 확대된 재무부담에 대해 중립적인 시각을 가질 수 있겠지만, 투자가 완료된 이후에도 이익창출 규모가 축소세를 보이고 전망도 밝지 않다면 수익창출능력 대비 차입금 부담 측면에서 재무안정성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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