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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점휴업' 증안펀드, 1조 전액 '예금'…속타는 출자자 펀드 설정 앞서 코스피 급반등, '1600포인트 방어' 목적 무색

김수정 기자공개 2020-04-28 08:04:47

이 기사는 2020년 04월 27일 07:3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증권시장안정펀드가 3년 운용여정의 첫 발을 뗀 직후 2주를 '개점 휴업' 상태로 보내면서 출자자들 사이에서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증안펀드 조성 즈음부터 코스피가 연일 올라 단숨에 1900선을 되찾자 '1600포인트 방어'를 목적으로 출범한 증안펀드가 사실상 설 자리를 잃었다. 1차로 납입된 1조원 자금 전액이 예금에 들어 있어 출자자 입장에선 수익보다 조달 비용이 더 커지는 것 아닌지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달 설정된 '다함께코리아펀드'의 약 1조원 규모 자금은 현재 전액 예금으로 관리되고 있다. 투자관리위원회 지침에 따르면 증안펀드는 주식 관련 인덱스 상품에 투자해야 하며 투자 대기 시에는 예금성 자산을 편입할 수 있다. 일각에서 알려진 것처럼 머니마켓펀드(MMF)나 채권에 투자하는 건 불가능하다.

당초 주식시장 투입 목적으로 조성된 증안펀드가 투자에 나서지 못하고 있는 건 펀드 조성 전후로 코스피가 빠르게 오르면서 1900선을 넘나들고 있기 때문이다. 증안펀드는 지난달 말 대통령 주재 제2차 비상경제회의에서 결정된 '코로나19 관련 금융시장 안정화방안'의 후속 조치 중 하나다. 주식시장이 급락할 경우 자금을 투입해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조성됐다.

하지만 증안펀드 결성 방안을 확정한 지난달 24일 1609포인트였던 코스피 종가는 1개월 만에 1914포인트로 18.95% 올랐다. 펀드 설정 당일엔 1836포인트를 찍었다. 한 종합운용사 펀드매니저는 "시장에 이미 증안펀드 투입 시기를 코스피 1599포인트로 명시한 문서가 돌았고 최근에도 이 지침이 바뀌지 않은 걸로 안다"며 "기준만큼 빠지지 않으면 증안펀드를 운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펀드 설정 2주가 지나도록 사실상 운용이 개시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하위 운용사들의 자펀드 설정 시기도 기약 없이 늦춰지고 있다. 하위 운용사 중 금융그룹 소속 운용사들은 같은 그룹 계열사 출자금을 전담해 운용하기로 돼 있다. 가령 출자금 중 KB금융그룹이 낸 금액을 KB자산운용이 자펀드에 담아 운용하는 식이다.

이렇다 할 운용지시 없이 돈이 묶인 채 2주가 흐르면서 출자자들 사이에선 불만이 터져 나오는 분위기다. 모 운용사 인덱스펀드 매니저는 "거의 현금성 자산으로 갖고 있어서 사실상 홀딩 상태고 이에 대해 출자자들의 불만이 크다"며 "조달비용을 감안하면 지금까지 손해를 보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다만 지수가 빠지지 않는다는 이유로 증안펀드가 무기한 손 놓고 있을 순 없을 것으로 보인다. 증안펀드는 운용 기간 3년에 폐쇄형 구조로 설정됐다. 어찌 됐든 3년 간 운용할 수밖에 없다. 이에 한편에선 지수가 2000선에 도달해서야 결국 운용을 개시할 수도 있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시장의 관심은 분기에 한 번 열리는 투자관리위원회에서 지침을 어떻게 바꿀 지에 모아지고 있다.

한국투신운용 관계자는 "기존에 모은 1조원을 아직 집행하지 않았고 투자 대기중인 상황으로 투자관리위원회 투자지침에 따라 예금성 자산으로 관리하고 있다"며 "예수금 상태로 두는 게 아니기 때문에 적어도 자금을 갖고 있는 비용만이라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증안펀드는 지난 9일 설정됐다. 예정된 증안펀드 운용 규모는 최대 10조7600억원이다. 산업은행과 5대 금융지주 등 23개 금융회사와 한국증권금융이 10조원을 책임지고 증권금융을 비롯해 한국거래소, 금융투자협회, 한국예탁결제원 등 4개 증권 유관기관들이 나머지 7600억원을 모은다. 유관기관들이 모은 7600억원 중 30% 가량은 실제 증시에 투입됐다.

산업은행과 5대 금융지주들이 전체 펀드 조성금액의 70% 가량을 부담한다. 금융회사별 출자금액은 산업은행이 2조원으로 가장 많고 KB·신한·하나·우리금융그룹이 각각 1조원, 농협금융그룹이 7000억원이다. 증권사 중에선 미래에셋대우가 5400억원으로 최대 금액을 약속했고 한국투자증권(4000억원), 삼성증권(3250억원), 메리츠증권(2350억원) 등도 1000억원대 자금을 내기로 했다. 이 밖에 삼성생명 등 생명보험사 4개사(8500억원)와 부산은행 등 지방은행 5곳(5000억원), 삼성화재 등 손해보험사 4개사(4500억원)도 출자자로 나선다.

금융사들이 약속한 금액 중 지금까지 실제 출자한 건 1조원이다. 출자자들은 운용사의 캐피탈콜이 있을 때마다 약정 금액 한도 내에서 일정 금액을 납입한다. 증안펀드 운용 주관사인 한국투자신탁이 펀드를 설정하면서 금융사들은 1차 캐피탈콜 약정 금액 3조원 중 1조원을 각 사가 내기로 한 비율만큼 출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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