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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진출 선봉장 국민카드, 초기 전략은 '모바일 캡티브' [Deal Story]정부 주도로 태국과의 금융 관계 회복 '기회'…현지 유통망 갖춘 지주사 활용

이은솔 기자공개 2020-05-07 10:04:16

이 기사는 2020년 05월 04일 09:33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B국민카드가 국내 은행과 여신전문금융사 중 최초로 태국에 진출한다. 단절돼 있던 태국과의 금융 교류가 지난해부터 개선되면서 인수합병(M&A)에 속도가 붙었다. 국민카드는 현지 영업망을 활용해 휴대폰 할부금융을 제공하는 '모바일 캡티브'사로 현지 시장에 안착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카드는 지난 24일 이사회를 열고 태국의 여신전문금융업체인 제이핀테크(J Fintech Co., Ltd)의 지분 인수를 의결했다. 의결권 지분 50.99%를 6억5000만바트, 한화 247억5200만원에 인수한다.

국민카드는 시장에 대한 정보가 적은만큼 현지에서 활발하게 영업 중인 금융그룹의 자회사의 지분을 인수하는 방안을 택했다. 제이핀테크는 태국의 모바일 소매 기업인 제이마트(Jaymart) 그룹이 2011년 설립한 여신전문업체다. 자본금 100만 바트로 시작해 2015년과 2016년 유상증자를 통해 자본금을 현재 수준인 12억2000만 바트, 한화 약 465억원까지 끌어올렸다.

제이핀테크의 핵심 사업기반은 제이머니라는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을 이용한 개인신용대출이다. 일본계인 신세이금융그룹과 파트너십을 맺고 개인소매금융상품을 개발해 영업 중이다. 2019년말 기준 총자산은 1516억원, 당기순이익은 26억원을 기록해 현지에서는 중견 업체로 꼽힌다.

제이핀테크가 운영 중인 소매금융 어플리케이션 제이머니

국민카드는 제이핀테크 인수 후 현지의 휴대폰할부금융을 통해 현지 시장에 안착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제이핀테크는 현지 1위의 휴대폰 유통업체인 제이마트 모바일을 계열사로 두고 있다. 태국은 휴대폰 보급률이 120%를 넘고 최신 스마트폰과 SNS에 대한 관심이 높은 국가다.

제이마트 모바일은 200여개에 달하는 매장에서 보유하고 있는데, 여기서 스마트폰을 구입하는 고객들에게 제이핀테크의 할부금융상품 연계영업이 가능하다. 국민카드는 제이핀테크를 전속 금융사로 활용하면서 현지 시장을 태핑하겠다는 입장이다.

휴대폰 뿐 아니라 자동차금융, 보험, 신용카드업 등 추후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선택지가 많다는 것도 장점이다. 제이핀테크는 주력 사업인 개인신용대출 외 자동차담보대출과 자동차보험, 신용카드 발급이 가능한 라이선스를 갖추고 있다. 모회사인 제이마트도 채권추심업체, 자산운용사, 부동산개발업체 등 다양한 금융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어 사업 확장 가능성도 높다.

제이핀테크가 국민카드를 주주로 맞은 데에는 국민카드의 선진 금융 노하우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관측된다. 제이핀테크는 2018년 현지 금융시장에서 기업공개(IPO)도 고려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IPO 대신 한국의 금융사를 택한 건 단순히 자본확충 뿐 아니라 리스크관리과 상품개발 역량 노하우를 흡수하겠다는 목적도 있었다는 분석이다. 국민카드는 지급보증을 통해 제이핀테크의 조달 비용을 줄이고 대출 포트폴리오를 재편해 건전성을 높일 계획이다.

제이핀테크의 지주사인 제이마트의 자회사 현황

국민카드는 2년 전부터 글로벌사업부가 전담해 태국 진출을 모색해왔다. 태국은 아세안 국가 중 순이자마진(NIM)이 가장 높고 국내총생산(GDP)도 인도네시아 다음으로 높다. 금융사 입장에서는 성장 가능성이 커 진출을 고려할만한 시장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국내 금융사들이 신남방에 앞다투어 진출할 때도 현지 당국의 승인 문제로 마지막까지 진입하지 못했던 곳이 태국"이라며 "규모가 크고 선진화된 국가로 기회만 있다면 욕심 낼만한 시장"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현지 금융 당국의 인가를 얻기가 쉽지는 않았다는 후문이다. 태국은 외국계 금융사에 높은 진입 장벽을 두고 있다. 은행에 대한 최소 자본금도 8000억원으로 다른 국가에 비해 높고 2020년까지는 외국계 은행에 신규 라이선스 발급을 원천 금지했다.

그중에서도 한국 금융사에 대한 불신이 컸다. 1997년 IMF 당시 태국에 진출해있던 국내 은행이 태국 정부의 만류에도 현지 시장에서 철수하면서 한국 금융사들은 미운털이 박혔다는 설명이다. 현재 한국 은행 중에서는 산업은행이 유일하게 사무소를 두고 있고, 삼성생명과 KTB증권이 현지법인을 두고 있다. 일본계 금융사가 태국 현지 시장에 대거 진출해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냉랭했던 분위기가 바뀐 건 지난해 하반기부터다. 2019년 8월 문재인 대통령이 태국을 포함한 동남아 순방에 나설 때 주요 시중은행장들이 동행했다. 베트남, 미얀마 등 여타 신남방 국가에 비해 국내 금융사의 진출이 더딘 태국과의 금융 관계를 강화하기 위해서다. 작년 9월에는 김태영 은행연합회장이 태국을 방문해 태국은행협회와 MOU를 체결기도 했다. 현지 당국이 전향적 태도를 보이면서 국민카드의 2년여의 준비작업이 결실을 맺을 수 있었다.

아직 양국 금융당국의 승인 절차가 남아있지만, 국내 금융당국도 금융사들의 태국 진출을 적극적으로 권장해온만큼 승인에 큰 무리는 없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국민카드는 9월까지 승인을 마치고 딜을 클로징한다는 계획이다.

금융업 관계자는 "선두에 선 국민카드의 진출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다른 금융사들도 적극적으로 태국 M&A 시장을 태핑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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