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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 멀어진' LCC, 자체 구조조정 유도? [항공업 구조조정]유동성 지원 한달째 감감무소식…"정부 직접 나서야"

유수진 기자공개 2020-04-29 07:54:39

이 기사는 2020년 04월 28일 17:32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DB산업은행이 국내 저비용항공사(LCC)에 대한 추가 지원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밝히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된다. 정부는 지난 2월 LCC 사장단과 간담회를 갖고 지원책을 마련하는 등 문제 해결에 앞장서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약속했던 지원금조차 내주지 않는 등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정부가 코로나19를 계기로 항공사들의 자체적인 구조조정을 유도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시장 규모 대비 국내 항공사들의 수가 많다는 점을 의식해 적극적으로 대책 마련에 나서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 LCC들은 1분기 수백억원대의 적자를 내는 등 긴급 자금 수혈이 절실한 상태다.

28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최근 산업은행의 LCC 유동성 지원이 사실상 멈춘 상태다. 지난달 말 제주항공(400억원)과 진에어(300억원)에 대한 지원을 마지막으로 한달째 소식이 없다. 지난 2월 LCC를 중심으로 지원안이 나와 대형항공사(FSC)가 소외됐다는 지적이 있었던 것과 달리 이달 들어서는 모든 관심이 FSC에만 집중되는 모양새다. 심지어 기집행된 지원금이 당초 밝혔던 3000억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며 '빈 수레가 요란했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특히 산업은행이 지난 24일 LCC에 대한 추가 지원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공식적으로 밝히며 분위기가 더욱 얼어붙었다. 이날 산업은행 등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2조9000억원 수준의 긴급 유동성 지원을 결정했다. 하지만 LCC에 대해서는 기존 3000억원 한도 내에서 지원책을 논의 중이라는 원론적 입장만 되풀이했다.

앞서 정부는 LCC 사장단의 공동건의 등을 받아들여 긴급 운영자금 지원 및 운수권·슬롯 유예, 공항시설사용료 감면 등의 지원책을 내놨다. 하지만 가장 시급한 유동성 공급과 관련해서는 산업은행이 대출심사를 진행해 최대 3000억원 규모로 지원하라며 가이드라인을 정해줬다. 항공업계에서는 이를 LCC들의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실효성이 떨어지는 대책으로 평가한다.

LCC들은 업종 특성상 보유 자산이 제한적이다. 대부분 항공기를 리스해 영업활동을 벌이기 때문에 은행에 맡길 만한 마땅한 담보물이 없다. 산업은행이 FSC에 요구한 자산매각이나 자본확충 등 대주주 차원의 자구노력도 기대하기 어렵다. 사실상 무조건적인 지원 외에는 방법이 없는 셈이다. 사정이 그렇다보니 산업은행도 입장이 난처할 수 밖에 없다. 돈을 빌려주려면 대출심사를 해야 하는데 기준을 대폭 낮춰도 충족하질 못하기 때문이다.

산업은행이 지금까지 LCC에 지원한 자금은 △티웨이항공 60억원 △에어서울 200억원 △에어부산 300억원 △제주항공 400억원 △진에어 300억원 등 1260억원이 전부다. 정부가 약속한 3000억원의 절반에 미치지 못하는 규모다. 이 마저도 담보가 없어 최근 3년치 영업실적을 평가한 끝에 대출을 실시해줬다. 이달 내 에어부산과 티웨이항공에 추가지원하겠다던 약속도 아직 이행되지 않은 상태다. 항공업황 침체가 언제까지 계속될지 몰라 추가 대출이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정부가 일부 항공사들이 버티지 못하고 자체 고사하도록 사실상 방치하고 있다는 해석까지 나온다. 올해를 기점으로 국내 항공운송사업자가 11개사가 되는 만큼 그 중 일부를 정리하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국적 항공사는 기존 8개사에 지난해 취항한 플라이강원과 출범, 준비하고 있는 에어프레미아, 에어로케이까지 총 11개다.


공급과잉을 우려하는 목소리는 지난해 초 본격적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국적 LCC들이 경쟁하듯 노선 취항에 나서며 공급 증가 속도가 수요 증가 폭을 따라잡지 못하면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보이콧 재팬' 움직임이 본격화되기 전인 지난해 상반기 LCC들은 국제선 공급을 19.6% 늘렸으나 여객수요는 15.3% 증가하는데 그쳤다. 이로 인해 탑승률이 전년보다 3.1%포인트 줄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노선 축소가 시작된 3분기에는 공급이 전년 대비 12.5% 늘었지만 수요는 4.6%만 증가했다. 탑승률은 84%에서 78%로 떨어졌다.

무엇보다도 LCC들은 보유 항공기가 대체로 비슷한 탓에 취항가능 지역이 제한적이다 보니 생존을 위한 지나친 출혈 경쟁을 펼쳤다. 이 같은 추세는 신규 사업자들이 본격적으로 시장에 진입하는 올해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우려됐다. 공급과잉이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며 정부를 질책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시장 상황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고 항공면허를 발급해 줬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코로나19 사태 후 항공시장이 원래 수준까지 회복되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면서 정부의 책임론이 재차 불거질 위기에 놓였다. 기존 항공사들조차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서 신생 항공사들이 무사히 시장에 자리잡을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항공시장 내 혼란이 계속된다면 정부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와 관련해 한 LCC 관계자는 "이제는 정부가 직접 나서 보증을 해주겠다는 메시지를 줘야 산업은행이 지원을 해줄 수 있을 것"이라며 "매달 수백억원씩 적자를 내는 등 정부 지원 없이는 한 두달도 버티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지난주 위기관리대책회의에서 발표했듯 LCC에 대해서도 계속 심사를 거쳐 지원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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