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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FO 워치]분기보고서 제출 늦은 화천기공, '리스크 관리·정보제공' 이중고인도 락다운 탓 현지법인 감사 어려워…박재영 전무 고민 깊어질 듯

김성진 기자공개 2020-05-07 08:08:09

이 기사는 2020년 05월 06일 15:4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코로나19라는 예기치 못한 세계적 질병 사태는 회계 업무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국내 주요 공작기계 업체 중 하나인 화천기공은 코로나19로 인해 회계 결산을 마무리하지 못하는 상황에 놓였다. 인도가 락다운(봉쇄·lockdown) 정책을 펼치는 탓에 현지 법인의 회계 감사가 아예 진행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화천기공은 우선 분기보고서 제출 연장에 대한 계획을 밝혔지만 연장기간 내 보고서를 제출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인도는 최근 락다운 조치를 완화했지만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다시 급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화천기공의 최고재무책임자(CFO) 역할을 하는 박재영 전무의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분기보고서 작성 및 공시를 포함한 회계 관리는 CFO의 고유 임무 중 하나로 이번 사태를 책임지고 마무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 분기보고서 작성 지연에 따라 내부적으로는 인도시장 리스크 관리, 외부적으로는 재무정보 제공 등의 역할 수행에도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분석된다.

화천기공은 최근 전자공시시스템에 '분·반기보고서 지연제출에 대한 제재 면제 심사 신청 안내'라는 내용의 기타경영사항을 공시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1분기 보고서 제출 지연이 불가피해 이에 따른 제재를 면제해달라는 게 골자다.


공시에 따르면 인도와 싱가포르에 위치한 화천기공 현지 법인들이 분기보고서 작성에 문제를 겪고 있다. 인도와 싱가포르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락다운 조치를 내려 감사 자체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관측된다.

화천기공은 공시를 통해 "당사의 종속법인 등은 인도 및 싱가포르 지역에서 중요한 영업을 수행하고 있는바, 인도 및 싱가포르 당국은 '코로나19'에 대한 대응으로 '락다운'을 시행하였으며 당사 종속법인의 외부감사인 역시 '락다운'의 영향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우선 화천기공이 신청한 제재 면제 신청은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달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는 '코로나19로 인한 분·반기보고서 제출지연 회사 지원방안'을 내놨다. 코로나 19로 분기보고서 제출 지연이 불가피할 경우 이에 따른 행정제재를 면제해 준다는 내용이다. 결산 지연으로 인한 분·반기보고서 제출지연은 자본시장법상 행정제재(과징금 등) 대상이며, 상장사의 경우 한국거래소의 관리종목지정 사유에 해당한다.

자회사 등 주요 사업장이 코로나19 영향을 받은 국가에 있거나 이로 인해 분기보고서 재무제표 작성 등이 지연된 경우 행정제재를 면제받을 수 있다. 또 사무실 폐쇄 등 각종 조치로 감사인이 재무제표에 대한 감사 및 검토를 완료하기 어려운 경우도 해당된다. 제재 면제가 확정될 경우 화천기공은 오는 6월 15일까지 1분기 보고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다만 연장 기간 내에 1분기 보고서를 제출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특히 현지 법인이 2개나 위치한 인도의 경우 코로나19 확산세가 심상치 않다. 인도는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하자 이를 막기 위해 지난 3월 25일 전국에 락다운 시행을 발표했다. 인도는 당초 4월 14일까지 21일간 락다운 시행 계획을 밝혔으나 현재 두 차례나 연장한 상태다. 지난 4일 일부 락다운 조치를 완화하자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급증한 것으로 알려져 추가 연장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코로나19로 분기보고서 작성 및 제출 지연 사태가 발생함에 따라 회사의 CFO 역할을 맡고 있는 박재영 전무의 고민은 깊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CFO는 기업의 재무와 회계를 총괄하는 인물로 보고서 작성 및 공시와 관련한 사실상의 총책임자라고 볼 수 있다. 분기보고서 제출 지연으로 인해 발생 가능한 업무 차질을 최소화해야 하는 임무를 안고 있는 셈이다.

보고서 제출 지연에 따른 제재 면제가 받아들여지더라도 모든 상황이 종료되는 것은 아니다. 이후 상황에 대한 관리도 필요하다. 금융위원회는 이번 지원방안을 내놓으며 "금번 특례를 악용할 가능성이 있는 회사에 대해서는 금융감독원과 한국거래소가 협조하여 신중히 검토할 예정"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특히 이번 분기보고서 지출 지연은 향후 리스크 관리에도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된다. 내부적으로는 이미 잠정 실적을 공유하고 있겠지만 감사 전과 후의 실적 및 재무상태와는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기업의 CFO는 그동안 거둔 실적을 바탕으로 성과를 평가하고 또 향후 실적 전망치를 내놔야 한다. 이를 감안하면 박 전무 입장에서는 인도시장에 대한 리스크를 제대로 평가하기 어렵다고 볼 수 있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2018년 발표한 '현행법체계상 CFO의 지위와 책임'이란 보고서는 CFO를 두고 '내부적으로는 리스크 관리 및 경영효율성 확보 기능을 수행하고 외부적으로는 유용하고 신뢰성 있는 재무정보 제공을 통해 투자자 이익 강화를 꾀하는 중요한 직책'이라고 정의한다. 이에 따르면 현재 화천기공의 CFO를 맡고 있는 박 전무는 '리스크 관리'와 '재무정보 제공' 둘 모두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셈이다.


무엇보다 화천기공의 인도법인들은 최근 몇 년간 좋지 않은 영업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2011년 설립된 화천기공의 인도 공작기계법인(HMI)은 지난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으며 2017년 인수한 사출금형제조법인(GMI)은 지난해 간신히 흑자로 돌아선 수준이다. 어느 때보다 리스크 관리가 중요한 시점이라고 볼 수 있다.

화천기공 관계자는 "인도의 경우 현재 코로나19 탓에 출근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현지 감사인이 회계 감사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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