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째 '무차입' 화천기공…불황 버텨낼까 재무지표 건전…제조업 '위축', 경쟁력 '약화' 우려
김성진 기자공개 2019-10-02 08:06:21
이 기사는 2019년 10월 01일 07:3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두산공작기계, 현대위아와 함께 국내 공작기계업계 3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화천기공의 특징은 '안정성'이라고 말할 수 있다. 다소 기복이 있지만 2000년대 들어 꾸준히 매출규모를 유지하고 있으며, 그 와중에 지난 10년 동안 빚 하나 없이 경영을 이어왔다. 다만 최근 몇 년간 국내 제조업 불황과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 약화는 우려되고 있다.화천기공은 국내 공작기계산업의 살아있는 역사나 다름없다. 지난 1952년 창립돼 60여년간 사업을 이어오고 있다. 광주에서 사업을 시작한 화천기공은 2개의 제조공장과 함께 소재공장 1개를 포함해 총 3개의 공장을 보유하고 있으며, 지난 1977년 국내 최초로 수치제어반(NC) 공작기계 제작에 성공하며 국내 공작기계 업계를 이끌어왔다.
◇재무안전성 '탄탄'…차입금 줄고 보유현금 늘고
화천기공은 장점은 바로 안정된 재무상태다. 지난 2009년 이후 올 상반기 까지 10년 넘게 순차입금이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순차입금은 전체 차입금에서 현금성 자산을 제한 값을 의미한다. 순차입금이 마이너스라는 뜻은, 보유한 현금으로 언제든지 차입금을 상환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말과 같다.
화천기공은 2000년대 후반부터 차입금이 줄어드는 동시에 현금성 자산이 늘어났다. 이전까지 500억원대 규모의 차입금을 운용했지만, 2010년을 기점으로 차입금 규모를 100억원대 수준으로 묶어놓고 있다. 다만 지난해부터 총차입금이 200억원대 후반으로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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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기간 현금성 자산은 꾸준히 오르는 경향을 보였다. 300억~450억원 사이에서 움직이던 현금성 자산은 2010년대 들어 증가하기 시작하더니 올 상반기 기준 1000억원에 다다를 정도로 늘어났다.
이외에 다른 재무지표들도 모두 안정적으로 나타났다. 부채비율은 올 상반기 기준 33.4%로 집계됐으며, 차입금의존도는 6.5%, 단기차입금의존도는 3.9%를 기록했다.
◇2015년 기점 실적 들쭉날쭉…제조업 불황 고민
화천기공의 무차입 경영은 최근 몇 년 간 실적이 들쭉날쭉하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화천기공은 2011년부터 2014년까지 4년간 2000억~2500억원대 매출을 유지했지만, 2015년 2000억원을 밑돌며 매출 감소를 겪었다. 이듬해인 2016년 매출은 1750억원을 기록하며 한 차례 더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매출 감소 원인은 바로 글로벌 경기 둔화에 따른 불황이 지목된다. 국내뿐 아니라 미주, 아시아 지역에서 2014년부터 2016년까지 3년 연속 매출이 감소했다. 유럽에서 전년 대비 매출이 소폭 증가하긴 했지만 전체 실적감소를 만회하기엔 역부족이었다. 화천기공은 2017년에 다시 매출규모 2000억원대를 회복했지만 영업이익이 예년만큼 나오지는 않는 상황이다.
화천기공이 제작하는 공작기계는 '기계를 만드는 기계'로 이른바 마더머신(Mother Machine)이라고 불린다. 금속을 절삭하거나 성형하는 용도로 쓰이며, 주로 자동차, 반도체, 항공기, 선박 등 기계류의 부품을 제작하는 데 활용된다. 이에 따라 공작기계 업체 실적은 제조업 설비투자 동향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향을 보인다. 화천기공의 실적악화는 국·내외 제조업 불황에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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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통계청의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지난 2년간 국내 설비투자는 악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7년 3분기 19.2를 기록했던 설비투자지수는 지속적으로 하락해 올 상반기 -8.8로 집계됐다. 설비투자지수는 한 달간 설비투자에 쓰이는 국내공급규모를 지수화해서 나타낸 지표다.
화천기공이 제작해 판매하는 공작기계 제품 가격이 10년 가까이 동결 상태를 유지하는 것도 업황 불황에 따른 선택으로 분석된다. 화천기공의 사업보고서를 살펴보면 7개의 주요 공작기계 가격은 2011년에 전년 대비 한 차례 오른 이후 올 상반기 까지 계속해서 같은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 조선 등 국내 제조업 경기가 2015년 이후부터 계속 악화함에 따라 업체들이 신규 설비투자에 보수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제조업의 심장이라 불리는 중국의 경우 중국산 공작기계 성능이 향상되며 국내 업체들의 경쟁력이 점차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 제품 가격을 올린다면 현재 매출을 유지할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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