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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동복 예스티 대표, '7%p 지분 상승' 노림수는 박윤배 대표 등 강성주주 잇딴 지분매입 견제, 향후 지주사 재편 주춧돌 분석도

조영갑 기자공개 2020-05-11 08:16:45

이 기사는 2020년 05월 07일 08:3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장비 제조업체 예스티 장동복 대표(사진)가 4개월 만에 지분율을 7%포인트가량 늘리면서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지배력 강화를 통해 강성으로 분류되는 대주주를 견제하는 동시에 향후 지주사 체제 전환까지 대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7일 전자공시 등에 따르면 장 대표는 코로나19 여파가 한창이던 3월과 4월에 수차례 자사주를 매입해 지분을 31.74%(438만6278주, 4월22일 기준)로 늘렸다. 2019년말 보유 지분이 24.66%(345만3840주)였던 점을 감안하면 올해 들어서만 7.08%포인트 상승한 것이다. 예스티 관계자는 "(장 대표의 지분 확대는) 주가안정과 주주가치 제고의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눈길을 끄는 점은 여타 회사들과 다른 방식으로 자사주를 매입했다는 점이다. 통상적으로 자사주를 회사가 매입했으나 예스티는 장 대표가 직접 지분을 인수하는 방식을 택했다. 실제로 3월 17일 예스티의 주가가 4980원으로 2월 17일 고점(1만950원) 대비 56%가량 폭락한 시점에 장 대표는 50만4759주를 40억원에 매입해 지분율을 3.60%포인트 늘렸다. 이후에도 수 차례 장내매입에 나서면서 지분율을 31.74%까지 확대했다.

업계에선 강성 주주의 지분 확대를 견제하기 위해 장 대표가 직접 지분을 매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사업보고서 상 예스티의 주주구성은 비교적 단순하다. 2019년말 기준 최대주주인 장 대표가 24.66%를 보유하고 있으며, 박윤배 서울인베스트먼트 대표 외 특수관계인이 7.45%로 2대주주 자리를, 마이다스에셋자산운용이 6.27%로 3대주주 자리를 각각 꿰차고 있다. 나머지 62.2%는 소액주주다.

장 대표의 지배력이 압도적으로 보이지만 대주주들의 성향이 만만치 않다는 평가다. 박 대표는 노동운동가 출신으로 구조조정 및 인수합병 분야의 전문가다. 2002년 태광그룹 구조조정에 관여했다. 당시 국내 최초로 집단소송을 제기하면서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2009년에는 통화파생상품(키코) 거래 손실을 숨겼다는 이유로 코스닥 상장사 진성티이씨를 상대로 소송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대표적인 '강성주주'로 분류된다. 2015년 예스티에 최초 투자한 이후 매해 1%포인트씩 꾸준히 지분을 늘려왔다.

마이다스에셋자산운용 역시 디스플레이, 반도체 분야에서 공격적인 투자로 유명한 운용사다. 2019년 7월 예스티 지분 5.23%를 매입한 데 이어 8월 추가로 1.04% 매입하면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양 대주주 모두 투자의 목적을 '단순투자'로 밝히고 있지만 언제든지 경영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업계 관계자는 "박 대표의 경우 행동주의 투자자로 인식될 만큼 업계에 영향력을 미치고 있고, 점진적으로 예스티 지분을 늘려왔기 때문에 이에 대해 장 대표의 견제심리가 작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 대표를 제외한 양 대주주의 지분을 합치면 13.72% 수준이다. 최대주주 의결권이 3%로 제한되는 감사선임 등의 주요사안에서 위력을 발휘할 수 있는 지분율이다.


아울러 장 대표의 지분 확대를 예스티의 지주사 전환을 대비한 포석으로도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2016년을 기점으로 예스티는 타법인 출자방식으로 다양한 사업분야에 진출하고 있다. 특히 2018년과 2019년 자회사로 묶여 있던 법인들의 지분을 추가로 매입하면서 예스티를 중심으로 한 지배력을 강화하고 있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라미네이팅(초박막 적층) 공정을 강화하기 위해 2014년 지분 50%를 인수한 엔씨에스의 경우 2018년 10월 주식을 추가 매입하면서 지분율을 67%까지 늘렸다. 반도체 부품 자회사인 시나텍은 2019년 말 예스히팅 테크닉스로 사명은 변경하면서 지분율을 50%에서 역시 60% 수준까지 올렸다. 예스티 관계자는 "엔씨에스의 경우 향후 지분율을 100%까지 늘릴 수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 외에도 베트남 서비스 법인인 YEST VINA를 설립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고, 반도체 제조사인 예스파워테크닉스의 지분 29%, 전기용 장비 및 관련 기자재 도매업 피케이아이 지분 23%, 반도체 장비회사 헬릭스 지분 13%를 보유하는 등 활발한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SBI디지털콘텐츠글로벌 익스페디션투자조합 지분 10%를 보유하면서 벤처캐피탈(VC)업계에도 발을 담그고 있다.

VC업계 관계자는 "예스티는 열처리 오토클레이브 분야에서 강점이 있는데 엔씨에스 인수로 열처리 앞 단계인 라미네이터 공정까지 묶는 프로세스를 구축했다"면서 "또 열처리 기술을 기반으로 퍼니스(Furnace · 산화막 증착) 장비 등 외산에 기대고 있는 장비의 국산화에 나설 예정이라 향후 그룹사로 회사의 형태를 재편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이럴 경우 예스티를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물적분할하는 방식과 예스티 자체를 사업형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방식 등이 거론된다.

이와 관련해 박주혁 예스티 IR부장은 "공급계약 철회 등의 악재로 지난해 대규모 영업손실이 발생했는데, 올해 실적 개선의 기대감을 시장에 표명하기 위해 대표이사가 자사주를 잇달아 매입한 것"이라면서 "다만 예스티의 계열사나 출자 법인의 실적이 아직 반석에 오른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지주사 전환 등의 논의는 시기상조"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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