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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신거버넌스 선언]지주사 전환 논란 재점화①예측 불가 변수·체제 안정…변화보다 유지 가능성 무게

윤필호 기자공개 2020-05-12 08:19:12

[편집자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사과문 형식을 빌어 재계에 소유와 경영이란 화두를 던졌다. 이 부회장은 삼성에서 더 이상 경영 승계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한국 재계에 없었던 새로운 지배구조를 도입하겠다는 신(新)거버넌스 선언이다. 삼성은 오너 중심의 수직적 의사 결정 구조를 근본부터 재구성해야한다. 더벨은 삼성의 지배구조에 대한 점검을 통해 영속적인 경영 시스템과 앞으로 예상되는 지배구조 시나리오를 분석해본다.

이 기사는 2020년 05월 11일 07:52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사과문 발표를 기점으로 삼성그룹의 변화를 점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장기적으로 4세 경영승계를 포기함에 따라 기존 총수 체제를 대체할 해법 마련의 필요성이 높아졌다. 특히 꾸준히 논의됐던 지주회사 체제 전환 논의가 또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지주사 전환 논의는 중대한 결정을 내리는 오너의 역할을 대체하는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재부각되고 있다. 재계에선 삼성의 지주사 전환을 두고 사업지주와 금융지주를 분리하는 구상 등 다양한 시나리오를 제기해왔다.

삼성의 지주사 전환은 복잡한 지분 구조 및 각종 규제 이슈와 맞물려 있다. 지주사 전환을 통해 전문 경영인 중심의 컨트롤 타워를 만들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다만 막대한 자금이 소요되고 정부 규제까지 맞물려 있어 단기간에 전환이 이뤄지긴 힘들 전망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지주사 체제 전환 시나리오는

삼성그룹의 지주사 전환 논의는 장기적으로 컨트롤타워를 대체해야 한다는 당위성에서 부각되고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 6일 사과문을 발표하며 경영 승계를 더이상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삼성은 오너 중심의 수직적인 의사 결정 구조로 성장했다. 주요 경영 판단은 전문 경영인이 하지만 최종 의사 결정은 오너의 재가가 필요했다. 오너가 사라진다면 이같은 역할을 할 새로운 의사결정 체제가 필요하다. 과거엔 구조조정본부나 미래전략실이 있었지만 이 역시 해체된 상황에서 대안으로 꼽히는 것은 지주사 체제다.

앞서 삼성의 지주사 전환 시나리오는 다양하게 제기됐다. 큰 틀에선 삼성물산과 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사업지주와 삼성생명을 중심으로 한 금융지주로 분리하는 그림이 유력하다.

현 정부는 강력하게 금산분리 원칙을 강조해 왔다. 삼성생명이 삼성전자를 지배하는 구조를 끊으라는 압박을 지속적으로 가했다. 사업지주와 금융지주를 분리하는 방안은 이같은 기조에도 부합한다.

구체적으론 이 부회장이 보유 중인 삼성물산 지분(17.08%)과 이건희 회장의 삼성생명 지분(20.76%)을 기반으로 지주사를 만들어 분리하는 시나리오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8.8%)을 계열사들에게 정리하는 문제가 있다. 해당 지분 가치만 25조원 규모에 달해 이를 받아갈 계열사 재무여력이 마땅치 않다.

또 다른 시나리오로 삼성전자가 인적분할을 단행해 지주회사인 홀딩스와 사업회사로 쪼개고 홀딩스가 삼성물산과 합병하는 방안도 있다. 삼성전자의 높은 가치로 인해 추가 지분 확보가 부담스러운 상황에서 분할과 합병을 통해 안정적으로 지분율을 높이는 방안이다. 2016년 미국계 펀드 엘리엇이 삼성전자에 제안하면서 눈길을 끈 바 있다.

중간금융지주사 제도에 따라 지주사를 만들고 삼성생명을 중간 금융지주로 설립해 금융 계열사를 자회사로 정리하는 방안이 가능해진다. 이는 중간금융지주 제도 관련법 통과를 전제로 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정부는 이 같은 제도가 금산분리 원칙에 반하기 때문에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지주사 전환 방안은 정치권의 규제 움직임과도 연결된다. 우선 거대 여당으로 구성된 21대 국회에서 보험업법 개정안이 재논의되고 또 통과될 가능성도 높다. 개정안은 보험사가 계열사 유가증권을 자산총액 대비 3% 이상 보유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발의한 자회사 지분요건 강화 내용을 담은 개정안도 21대 국회에서 재논의가 유력하다. 개정안은 신설 지주회사의 자회사, 손자회사 지분율 하한을 기존 20%에서 30%로 상향하는 방안을 담고 있어 통과될 경우 지주사 전환 과정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아울러 현물출자, 주식교환 또는 양도 차익에 대한 과세이연 제도도 일몰이 2021년까지라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해당 제도는 지주회사 설립·전환 유인책으로 과도한 특혜 논란이 제기되면서 2022년부터는 과세이연이 아닌 4년 거치·분할 납부 방식을 적용키로 했다.


◇결국 정치 변수…맞춤형 대응 불가피

삼성이 한국에서 차지하는 위상 탓에 지배구조 이슈는 항상 정부와 국민의 주목을 받았다. 현재 이 부회장 본인의 재판 결과를 비롯해 상속 이슈 등 각종 변수의 예측이 어렵다. 정부와 정치권의 법 개정 등에 따른 각종 제도 환경 변화를 예고한 상황에서 섣불리 움직일 수도 없다.

그동안 정치권에서 제시한 다양한 지배구조 관련 규제들은 사실상 삼성을 겨냥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때문에 삼성은 정부가 원하는 각종 제도에 부합한 가운데 최대한으로 오너의 지배력을 가져가는 방향으로 체제를 구축해 왔다.

21대 국회에서 그동안 계류됐던 각종 지배구조 관련 법안들이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올 경우 삼성을 둘러싼 규제의 향방은 예측이 더 힘들다. 먼저 움직이기보다는 상황에 따라 맞춤형으로 대응하는 방식이 자연스럽다.

정광우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매니저는 "삼성은 각종 지배구조 이슈와 관련해서 먼저 움직일 수 있는 방안이 별로 없다"며 "모든 변화를 위한 직전 단계까지의 준비를 마친 상태에서 정부와 정치권이 각종 법안과 제도를 어떻게 바꾸냐에 따라서 대응하는 방식으로 갈 것"이라고 진단했다.

더 나아가 삼성의 지배구조가 한동안 변화가 없을 것이란 전망도 설득력이 있다. 이 부회장은 사과문을 통해 '경영권 승계' 문제로 더이상 논란이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고 선언했다. 섣불리 지배구조에 변화를 줄 경우 또 다른 논란을 야기할 수 있다. 현체제를 유지하는 것이 오히려 더 안전한 선택지일 수 있다.

이 부회장은 주력사인 삼성전자의 지배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에 시달리고 있다. 하지만 실제 오너이자 경영자로서 결정을 내리고 영향력을 행사하는 데 무리가 없는 상태다.

삼성은 그동안 투명경영을 내세워 총수와 이사회, 거버넌스위원회 삼각축을 중심으로 한 경영체제를 구축했다. 앞서 2017년 경영전략을 담당했던 미래전략실을 해체하면서 쇄신 작업을 단행한 결과다. 최근 이사회는 사외이사인 박재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을 의장으로 선임하면서 견제와 균형을 더 강화했다. 이사회 중심의 의사결정 구조에 꾸준히 안정화를 꾀한 만큼 당분간 변화는 불필요해 보인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액면분할을 통해 개인투자자를 주주 구성원으로 대거 끌어들였다"며 "이는 지배구조 관점에서 현재 지분구조를 유지하면서 이사회가 다수의 개인투자자들의 지지를 받아 결정을 내리는 구조를 구축하는 목적으로 추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과 개인투자자 모두 만족을 하고 있는 가운데 무리하게 지배구조에 변화를 주기 어려울 것"이라며 "만약 보험업법 개정으로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지분을 팔아야 하는 경우가 된다면 이 부회장이 공개매각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갈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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