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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FO 워치]10년 이상 '장수' 신화, LG화학의 빛과 그림자조석제 전 사장 13년의 전설…'투자·배당·상환' 3원칙 정립, 카작 프로젝트 아쉬움

박상희 기자공개 2020-05-14 07:45:04

이 기사는 2020년 05월 12일 11:16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01년 분사 이후 20여 년간 LG화학의 역대 CEO(최고경영책임자)와 CFO(최고재무책임자)는 각각 4명이다. 주요 경영진이라고 할 수 있는 CEO와 CFO가 장수하면서 조직의 안정성을 높였다.

특히 2004년부터 2015년까지 10년 넘게 장수한 조석제 전 사장(사진)은 LG화학 'CFO 신화'를 쓴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CFO 역할이 '견제와 균형(check and balance)'으로 자리매김하는데 기여했다. 기업이 벌어들인 현금을 투자, 배당, 차입금 상환에 고루 분배하는 재무 전략을 수립했다. 다만 카자흐스탄 프로젝트로 대표되는 글로벌 투자 실패와 대형 인수합병(M&A) 부재는 20년이 넘는 LG화학 CFO 역사에서 그림자로 남아있다.

◇조석제 전 사장, 2004년부터 2016년까지 노기호·김반석·박진수 CEO와 호흡

LG그룹은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을 위해 2001년 4월 LG화학을 LGCI(현㈜LG), LG화학, LG생활건강 3개사로 분할했다. 분할 첫해 LG화학 CEO-CFO는 '노기호-조한용' 체제였다.

LG화학에서 '전설의 CFO'로 남아 있는 조석제 전 사장은 2004년 3월 CFO로 선임됐다. 이후 2016년까지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노기호 전 사장, 김반석 전 부회장, 박진수 전 부회장 등을 CEO로 모시고 CFO 역할을 수행했다.

LG화학에서 장수 CEO로 불리는 김반석 전 부회장의 CEO 재직 기간은 2006년부터 2012년까지 6년이다. 김반석 전 부회장의 뒤를 이은 박진수 전 부회장은 2018년까지 CEO로 불렸다. 김 전 부회장과 박 전 부회장이 CEO로서 장수했던 기간이 6년 정도인데 반해 CFO였던 조 전 사장은 그 두배인 13년 가량을 장수했다. 조 전 사장이 '전설'로 불리는 이유다.

LG화학 관계자는 "2000년대부터 2010년대 중반까지 조석제 전 사장이 오랜 기간 CFO로 일했기 때문에 상당기간 'LG화학 CFO=조석제'라는 등식이 통용됐다"고 말했다.

조 전 사장은 LG화학이 분사하기 이전 회장실 감사팀장, 구조조정본부 재무개선팀장 및 ㈜LG 재경팀장 등 LG그룹 내 재경 관련 요직을 두루 경험한 '재무 엘리트'였다. LG화학 분사 이후 부사장으로 승진했고 2009년 연말 정기인사에서 사장으로 승진했다. LG화학 CFO 가운데 '사장' 타이틀을 단 유일한 인물이다.

조 전 사장은 2006년 LG대산유화 합병, 2007년 LG석유화학 합병, 2009년 LG하우시스 법인 분할 등 굵직한 현안들을 성공적으로 추진해 LG화학의 재무구조와 주주가치를 개선한 공로로 사장으로 승진했다.

조 전 부사장 바통을 이어받은 정호영 전 사장(현 LG디스플레이 사장)은 2016년부터 2018년까지 비교적 짧게 LG화학 CFO로 일했다. 다만 이는 재무통인 정호영 LG화학 CFO를 계열사 CEO로 앉히기 위한 그룹 차원의 인사 조치가 있었기 때문이다.

LG화학 관계자는 "조석제 전 사장의 뒤를 이어 CFO가 된 정호영 당시 전 사장도 장수 CFO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면서 "이전 CFO 재직 기간 대비 비교적 빠르게 CFO가 교체된 것은 그룹 인사로 인한 이례적인 일이었다"고 말했다.

◇'R&D 투자 선순환 구축'…글로벌·대형 M&A 부재 '그림자'

LG화학 내 CFO 위상이 단순 금고지기에서 기업 의사결정 파트너로 진화하는데는 조석제 전 사장의 공이 컸다는 데 이견을 다는 이는 없다. 조 전 사장 시절 LG화학은 업계 최고의 신용등급을 획득하는 등 우수한 재무구조로 업계의 부러움을 샀다.

조 전 사장은 LG화학의 글로벌 사업 확장 및 신사업 추진과 관련한 투자 및 재무·세무·법률 리스크를 CFO 체제 하에서 복합적으로 관리하는 체제가 자리잡는데 공을 세웠다.

LG화학은 대규모 M&A보다는 꾸준한 투자로 사세를 확장해왔다. 조 단위 글로벌 M&A 성장전략을 구사한 롯데케미칼이나 SK이노베이션과 차별화되는 부분이다. 4245억원을 투자해 동부팜한농(현 팜한농)을 인수한 게 LG화학이 단행한 역대 M&A 가운데 가장 큰 규모다.

LG화학은 연간 기업활동으로 창출하는 현금(EBITDA)을 투자와 배당, 차입금 상환에 고루 써왔다. 특히 R&D 투자에 공을 많이 들였다. 조 전 사장 시절 LG화학은 매출의 평균 2.5% 가량을 R&D 투자에 써왔다. 현재 효자제품이 과거 10년 전 뿌린 투자 씨앗의 과실이라는 것은 그가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는데 애를 썼음을 보여주는 방증이다. 최근 매출액 대비 LG화학의 연구개발 투자비중은 3.5%, 3.8%, 4% 수준으로 꾸준한 증가 추세에 있다.

LG화학 CFO 성적표에 그림자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카자흐스탄 프로젝트 무산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이 프로젝트는 LG화학이 카자흐스탄 국영 석유화학기업인 UCC와 현지 민간기업 SAT와 함께 카자흐스탄 아띠라우(Atyrau)주에 약 42억5000만달러를 투자해 석유화학 플랜트를 건설하기로 한 사업이다.

LG화학은 2010년 초반 프로젝트에 돌입해 2016년부터 상업생산을 시작하는 것을 목표로 했지만, 태양광 업황이 악화되면서 폴리실리콘에 대한 투자가 어려워졌다. 사정이 바뀌면서 LG화학은 상업생산시기를 연기했고 결국 무산됐다. 조 전 사장은 카자흐스탄 프로젝트 무산과 맞물린 시기에 CFO에서 물러났다.

이와 관련 LG화학 관계자는 "카자흐스탄과 폴리실리콘의 경우 본격적인 투자가 이뤄지기 전에 본격 철수를 결정함으로써 전기차 배터리, 동부팜한농 인수 등 새로운 신사업에 집중할 수 있었다"면서 "결과적으로 사업 철수가 투자 실패가 아니라 신의 한수였다고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는 카자흐스탄 프로젝트 실패가 향후 LG화학이 대규모 M&A나 글로벌 투자에 나서는데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계기가 될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2016년 당시 LG화학 CEO였던 박진수 전 부회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인수합병을 통해 신규사업 기회를 적극적으로 개척하겠다"고 밝혔지만 이후 성사된 굵직한 M&A는 없다. 현재 LG화학의 M&A담당 부서는 CFO가 아닌 CEO 직속 조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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