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한수' 대창그룹 주식교환…서원 아래 '헤쳐모여' [진격의 중견그룹]③2009년 조시영 회장과 주식 맞교환, 서원→대창→에쎈테크 지배구조 구축
신상윤 기자공개 2020-05-18 08:19:41
[편집자주]
중견기업은 대한민국 산업의 척추다. 중소·벤처기업과 대기업을 잇는 허리이자 기업 성장의 표본이다. 중견기업의 경쟁력이 국가 산업의 혁신성과 성장성을 가늠하는 척도로 평가받는 이유다. 대외 불확실성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산업 생태계의 핵심 동력으로서 그 역할을 묵묵히 수행하고 있다. 이처럼 한국 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중견기업들을 면밀히 살펴보고, 각 그룹사들의 지속 가능성과 미래 성장 전략을 점검하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20년 05월 13일 16:2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비철금속 황동 분야의 중견그룹 대창은 변화의 갈림길에 서 있다. 수익성은 낮지만 안정적인 매출 구조를 구축한 가운데 승계 이슈가 수면 위로 떠 올랐기 때문이다. 창업주 조시영 회장도 2세 경영의 밑그림을 그리는 상황이다.다만 앞서 지배구조 재정립이 필요한 시점이다. 조 회장은 주식교환을 통해 서원을 정점으로 한 지배구조를 구축한 만큼 유연한 경영 승계를 위한 대책 마련이 불가피하다.
조 회장은 1944년생으로 만 75세다. 적지 않은 나이지만 그룹의 주요 경영상황을 직접 챙기면서 한국동공업협동조합 이사장, KBIZ AMP 총동문회 회장 등 현업에서의 활동도 활발하다. 그는 1974년 4월 대창그룹의 모태인 대창공업사(현 대창)를 설립하면서 본격적인 경영자의 길을 걸었다.
설립 당시 나이를 고려하면 45년이 넘는 세월을 회사와 함께했다. 그만큼 애정도 많아 원만한 경영 승계의 그림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조 회장은 슬하에 경호·정호 두 아들을 뒀다. 그의 2세들은 현재 회사에서 임원으로 재직하며 경영 수업을 받는 중이다. 하지만 경영 승계에 앞서 지배구조 재정립도 필요하다.
대창그룹의 서원을 정점으로 한 지배구조 개편은 2009년 주식교환이 '신의 한 수'가 됐다. 그해 7월 조 회장은 보유 중인 대창 주식 852만6514주를 서원이 보유 중인 자기주식 649만2270주와 교환했다. 이로 인해 서원 지분율을 기존 15.87%에서 39.08%로 끌어올릴 수 있었다. 이어 같은 해 8월 서원이 대창 주식 300만주를 매입하면서 '조 회장 일가→서원→대창'으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구축했다.
이 과정에서 조 회장은 코스닥 상장 계열사인 에쎈테크를 동생인 조시남 전 대표이사에게 넘겨주는 계열 분리를 시도했던 것으로 관측된다. 에쎈테크는 1985년 11월 설립된 우일금속을 모태로 한다. 조 전 대표이사는 애초 에쎈테크 최대주주로 경영일선에 서 있었다.
하지만 2011년 56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로 전환하는 등 경영난이 악화되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경영난에 빠진 조 전 대표이사는 결국 형님의 손을 빌려야만 했다. 조 회장은 대창과 서원 등을 동원해 에쎈테크 자금 출자를 통해 2012년 총 200억원을 납입했다. 이 과정에서 조 회장은 에쎈테크 최대주주에 올랐고, 조 전 대표이사는 책임을 지고 경영 전면에서 내려왔다.
이후 에쎈테크는 여러 차례 지분 변동의 과정을 거쳐 현재 대창(지분율 34.02%)과 조 회장(지분율 29.17%) 등이 50% 이상 지분을 갖고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 조 전 대표이사는 지분율 2.09%를 보유하고 있지만 경영에선 손을 뗀 상황이다. 올해 에쎈테크 정기 주주총회에서 조 회장의 장남 조경호 대창 부사장이 대표이사에 취임하면서 사실상 지배력도 넘어간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2012년 12월 주요 계열사였던 ㈜태우도 서원에서 대창 종속회사로 편입시켰다. 서원은 현재 대창의 최대주주로 지분율 27.8%(자사주 제외)를 보유하고 있으나 연결 재무제표로 인식하진 않는다. 결국 조 회장 일가는 서원을 정점으로 대창과 태우, 에쎈테크 등 주요 계열사에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
다만 승계까진 갈 길이 멀다. 우선 서원을 정점으로 한 지배력 이양이 관건이다. 현재 후계 적통으로 유력한 조경호 대표는 서원 지분율이 0.21%로 동생 조정호 상무(6.57%)보다 낮다. 단연 지배력 확대 방안에 관심이 쏠린다.
일각에선 지주회사 전환 과정에서 아직 유효성을 가진 '자사주 마법'을 활용할 가능성도 있다. 자사주 마법이란 인적분할 후 자사주의 의결권을 부활시키는 것을 말한다. 서원은 현재 자기주식 101만8080주를 보유하고 있다. 아울러 주가 상승을 억제하며 증여 등을 활용해 절세 효과와 지배력 확대 등도 예상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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