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추정 수익·원가 분석]현대건설, 발주처 증액 협상 난이도 높아졌다작년 변동 차이 2조 이상 늘어, 수익성 둔화 원인…협력사 재동원·직영 전환 비용 발생
신상윤 기자공개 2025-04-10 07:42:35
[편집자주]
건설업은 대표적인 수주산업이다. 계약 후 공사를 진행해 완공하는 과정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만큼 진행률에 맞춰 손익을 인식한다. 다만 공사 진행 중엔 일정 변경이나 각종 추가 비용 발생 등 불확실성이 반영돼 손익에도 영향을 미친다. 건설 회계에서 수익과 원가 변동을 '추정'하는 과정이 중요한 까닭이다. 더벨은 건설사 연간 수익과 원가의 회계 추정을 통해 손익 결과치를 해석해 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4월 08일 13시23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이례적으로 대규모 손실을 인식하면서 23년 만에 적자를 기록했다. 자회사 현대엔지니어링 등의 해외 플랜트 현장에서 발생한 원가를 결산 과정에 인식한 결과 적자 규모가 1조원을 초과했다.플랜트·전력 발주처와 원가 증가액 만큼 계약금에 반영하는 데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설계 및 공정 변경으로 인한 원가 상승 영향, 하도급사의 이탈로 인한 추가 비용 발생 등이 겹치면서 예상하지 않았던 자금이 투입됐던 것으로 풀이된다.
◇계약금액 변동 초과하는 추정 계약원가, 작년 2조 이상 격차
현대건설은 지난해 연결 기준 영업손실 1조2634억원을 기록했다. 2023년 영업이익 7854억원을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대규모 적자 전환했다. 이번 적자는 연결 자회사 현대엔지니어링의 일부 해외 플랜트 프로젝트가 일시에 원가 상승분을 반영한 영향 등에 기인한다. 인도네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 등 해외 현장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건설사 회계는 원가기준 투입법을 적용해 진행률에 따른 매출을 인식한다. 이 과정에서 계약금액(계약수익)과 원가 변경에 대한 부분에 추정값이 반영된다. 여기엔 대표이사(CEO)나 최고재무책임자(CFO) 등의 판단이 수반되는 만큼 외부 감사인들은 건설사 회계 감사 시 투입법을 통한 손익 인식을 통상 핵심 감사 사항으로 보고 심층 평가한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연결 기준 8조2056억원에 달하는 계약금액 변동이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구체적으로 △토목 2조2000억원 △건축·주택 4조817억원 △플랜트·전력 1조9245억원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공정을 마치면 매출로 인식할 수 있는 금액이 8조원 이상 증가할 것으로 추정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최초 계약금액을 기준으로 발주처가 공사 변경이나 보상금, 장려금 등에 따른 금액을 승인할 경우에 반영한다.
반면 지난해 변동된 계약원가는 10조3644억원 이상 증가할 것으로 추정했다. 계약금액 변동 추정액보다 2조1588억원 초과한다고 본 셈이다. 공정에 선투입한 비용 증가분이 2조원 이상 더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발주처와 협의가 이뤄지면 매출로 보전받을 수 있지만 결렬될 경우 오롯이 비용으로 쓰게 돼 손실로 인식하게 된다.
현대건설이 추정한 계약원가 증가액은 구체적으로 △토목 2조877억원 △건축·주택 4조9352억원 △플랜트·전력 3조3415억원이다. 계약금액 변동 추정값과 비교하면 토목은 계약원가 증가액이 적어 1117억원가량을 남길 수 있다. 하지만 건축·주택, 플랜트·전력은 각각 8535억원, 1조4170억원로 추정 계약원가 증가액이 추정 계약금액 변동값보다 더 크다.
◇2022년 이후 본격화, 해외 발주처 변경 협의 난항 여파
추정 계약원가는 손익구조에 영향을 미친다. 재료비나 노무비, 외주비 및 공사기간 등을 미래 예상치에 근거해 추정한다. 불확실성을 내포한 만큼 계약원가가 과소하게 추정될 경우 진행률이 과대평가돼 수익이 과대계상된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플랜트·전력에서 3조3415억원의 원가가 더 반영될 것으로 추정했다. 이 가운데 1조9595억원은 당기 손익에 마이너스(-) 영향을 준다고 인식했다. 발주처와 계약금액 변경 협의가 이뤄지지 않은 만큼 회계상 당장 이익으로 분류할 수 없다고 본 값이다.
현대건설은 2022년 이후 추정 총계약원가 변동값이 추정 총계약금액 증감액을 초과하기 시작했다. 건설 원자재 가격 인상과 인건비 상승, 공급망 문제로 공사 지연 등이 맞물리기 시작한 시점이다. 발주처와 계약금액 증액 협상보다 선투입한 원가 변동이 더 커지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이는 수익성과도 이어진다. 실제로 현대건설의 추정 총계약원가 변동값이 추정 총계약금액 증감액을 초과한 시기엔 영업이익률이 둔화되는 모습도 나타난다.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이 지목한 인도네시아 발릭파판 정유공장 고도화 프로젝트는 발주처로부터의 잦은 설계 변경과 공정 변경 요구 등으로 공기가 길어졌다.
2018년 12월 수주 당시엔 2023년 7월로 예정돼 있던 공사 기간도 올해 9월로 연기됐다. 지난해 3분기 말 89% 수준이던 진행률도 연말 기준 76%로 변경되는 등 원가 증가 부담이 적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협력사와 협업도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다. 발주처로부터 계약금액 변경 협의가 지연되면서 협력사와도 협상력이 떨어지는 것이다. 이에 일부 공정은 직영으로 전환하거나 추가 비용을 투입해 협력사를 동원하는 등의 절차로 원가가 늘어나고 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발주처의 잦은 설계 변경과 공정 변경 등으로 공사기간 연장, 계약금액 변경을 추진했으나 협의 지연으로 추가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공정 촉진을 위해 협력사에 인센티브제를 시행하고 역량이 낮은 곳은 직접 수행하는 방식으로 전환하는 등 방법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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