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부동산펀드 긴급 점검]호텔비중 높은 미래에셋, 글로벌 대체투자 '급제동'③호텔 비중 30% 육박, 리스크로 '돌변'..우량 오피스는 '위안'
정유현 기자공개 2020-05-21 13:04:38
[편집자주]
코로나19 사태로 전 세계 부동산 시장이 충격을 받자 국내 투자 업계도 비상이다. 지난 수년간 해외 부동산 투자에 열을 올린 만큼 현지 부동산 시장의 충격을 고스란히 받고 있기 때문이다. 더벨은 국내 금융회사들이 투자 혹은 설정한 해외 부동산 펀드의 포트폴리오 현황과 잠재 리스크 등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0년 05월 19일 08:0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글로벌 호텔 투자를 늘리며 외형을 키운 미래에셋자산운용의 해외투자가 '코로나19'로 역풍을 맞고 있다. 관광업의 성장성에 베팅해 최근 5년간 호텔 투자를 확대한 점이 리스크로 돌변했다. 해외 각국의 봉쇄 조치가 해제된다고 해도 관광 산업의 회복이 가장 더딜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사태 장기화로 호텔 매출 감소세가 지속되면 펀드 부실도 불가피하다.현재 미래에셋자산운용은 관광객 및 비즈니스 수요가 급감함에 따라 극복 방안을 다방면으로 모색하고 있다. 향후 코로나19가 진정 국면 진입에 들어간다면 실적이 개선될 것이란 기대감을 가지고 긴축경영을 하고 있다.
◇ 해외 부동산 펀드 5조 육박…미국·오피스빌딩 투자 집중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019년 말 기준 미래에셋자산운용의 해외 부동산펀드 설정 잔액은 (공모+사모·펀드유형 부동산)은 4조8785억원이다. 전체 부동산 펀드 설정 잔액 (8조2765억원)의 약 58% 가량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전체 부동산 펀드수는 65개로 이중 35개가 해외 부동산 펀드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2006년 중국 상하이 오피스 빌딩을 시작으로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해외 부동산 펀드를 설정해 주목을 받았다. 브라질, 호주, 미국 등 전 세계 오피스 빌딩에 투자하며 외형을 키웠고 2015년 해외 부동산 펀드 설정액이 1조원을 넘어섰다.
2016년 페덱스 물류 센터에 투자하는 등 투자 자산 확대를 통해 해외 부동산 펀드 설정액이 단숨에 3조원을 돌파했다. 이후에도 오피스 빌딩 위주로 투자를 확대하며 해외 부동산 펀드 설정액 5조원 돌파를 앞두고 있다.
투자 유형을 살펴보면 오피스 투자 비중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주요 해외 부동산 매입가격을 기준으로 분류하면 투자 자산 중 오피스 비중은 62%, 호텔 28%, 물류 센터 9% 가량이다. 물건마다 펀드 설정 규모가 다르기 때문에 전체 해외 부동산 전체 대입 시 실제 수치와 차이가 날 수 있지만 대략적으로 오피스 다음으로 호텔 비중이 높은 편이다. 투자지역은 미국 비중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포트폴리오에서 리스크 요인으로 꼽히는 것은 호텔 투자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점이다. 미래에셋금융그룹은 "관광업에 미래가 있다"는 박현주 회장의 주문에 따라 그룹 차원에서 호텔 투자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최고 입지의 명성이 높은 고급 호텔은 불황을 이길 수 있고 가치가 떨어지지 않는 우량자산이라는 박 회장의 판단에서였다. 미래에셋자산운용도 이에 발 맞춰 해외 부동산 펀드를 설정하며 외형을 키웠다.
2013년 호텔 투자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미래에셋자산운용은 포시즌스 호텔을 약 3800억원에 인수했다. 시드니 도심의 금싸라기 땅으로 평가받는 서쿨러키에 위치한 최고급 호텔을 인수하며 수익을 올렸고 2015년 하와이로 호텔 투자 지역을 확대했다.
2400억원에 미국 하와이 페어몬트오키드호텔을 매입한 후 하와이 호텔 사업의 성장성이 높다고 판단해 이듬해 하와이 하얏트 리젠시 와이키키를 9000억원 가량을 들여 매입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랜드마크 호텔인 페어몬트호텔도 5200억원 가량에 인수했다. 투자 자금은 미래에셋대우, 미래에셋생명 등의 계열사 자금과 현지 대출 등을 통해 조달했고 부동산을 기초자산으로 삼은 펀드를 조성해 운용하고 있다.
호텔 투자는 꾸준하게 배당 수익을 챙기며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는 점에서 인기를 끌었다. 여기에 부동산 가치가 오를 경우 비싸게 팔아 매각 차익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에 기관투자자들의 러브콜이 지속됐다. 저금리 시대에 관광업이 유망한 대안 투자처가 될 것이란 예상에 미래에셋금융그룹 차원에서 호텔 투자를 확대했지만 코로나19라는 암초를 만났다.
이같은 투자는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다. 코로나19로 미래에셋자산운용의 투자 비중이 큰 미국의 실물 경제가 타격을 받아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투자가 집중된 하와이 지역의 경우 5월 초 쇼핑몰, 소매점 등의 영업은 재개했지만 관광업 재개 예정은 없는 상태다.
영국의 경제분석기관인 '옥스퍼드 이코노믹스와 관광 이코노믹스’(Oxford Economics & Tourism Economics)에 따르면 올해 미국 관광산업이 4000억 달러의 지출 감소 등으로 총 9100억 달러의 경제 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2001년 9·11테러 공격 때 미 관광산업이 받은 타격의 7배에 달한다. 관광산업 매출은 전년 보다 34% 감소할 것으로 미국관광협회는 예상하고 있다.
미국 관광업이 휘청하는 것은 미래에셋자산운용 뿐 아니라 최근 미국 지역 호텔 투자를 진행한 미래에셋대우 등 그룹 전체 리스크로 전이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 관광업은 경기 탄력성이 영향이 가장 큰 업종이기 때문에 코로나19가 잠잠해지더라도 단기간에 회복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기 때문에 대비가 필요하다.
최근 안방보험 호텔 인수건이 사실상 불발된 건을 업계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배경도 이 때문이다. 7조원 규모 딜이 결국 법정 분쟁으로 변질됐지만 미래에셋그룹 차원에서 대규모로 유동성을 소진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호텔 투자에 대한 우려감을 낮출 수 있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코로나19로 당분간 해외 부동산 딜 진행에 제한이 큰 만큼 새로운 투자보다는 기존 물건 리스크 관리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미래에셋자산운용 측은 "투자한 호텔들이 재무 측면에서 긴축 경영에 돌입해 운영 현황 개선에 따른 재고용을 전제로 최소한의 인원을 제외하고 무급휴직에 들어갔다"며 "모든 임직원의 임금을 직급에 따라 20~30% 차등 삭감했다. 향후 코로나19가 진정 국면으로 진입해 경제 활동이 재개되면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미국·호주·브라질 등 해외오피스 "코로나19 영향 크지 않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해외 부동산투자 포트폴리오 중 가장 큰 비중은 오피스다. 코로나19로 전체 해외 부동산 시장이 휘청이지만 우량한 임차인을 확보한 오피스 빌딩의 경우 큰 타격이 없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도 주요 오피스 투자 지역별로 상황을 점검했고 현재 부동산 펀드에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스스로 진단하고 있다. 다만 코로나19 장기화에 대비해 위기 상황을 점검하면서 대응 태세를 갖추고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2010년 브라질 상파울로의 금융 중심지인 마리아리마에 위치한 오피스 빌딩에 투자한 건을 시작으로 2012년 상파울로 호사베라 타워에 추가로 투자를 진행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이 투자한 오피스 빌딩의 임차인은 대부분 재택 근무를 시행하고 있고 아직까지 코로나19 양성 확진자가 발생한 사례는 없다. 해당 건물이 경기에 영향을 받는 리테일 임차인이 입주하지 않았다. 임대료가 매출에 연동되는 계약건이 없기 때문에 펀드에 영향은 크지 않다는 것이 회사측의 설명이다.
미국 오피스 빌딩 투자의 경우 워싱턴 DC 외에도 미국 댈러스, 애틀랜타 지역에 투자를 진행했다. 워싱턴 DC는 국제 법무법인 등 우량 임차인을 확보했고 댈러스와 애틀랜타 투자 자산은 주요 세계적인 금융기관인 스테이트팜(State Farm) 지역 본사로 각 자산 전체면적의 약 90% 이상을 차지하며 장기 임차 중에 있다. 해당 건물 일부에 상업시설 임차인이 입주해 있으나 지난해 기준 State Farm 임대료가 각 자산 전체 임대 수익의 약 97%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리테일 매출이 감소하더라도 큰 영향을 받지 않는 구조다.
2017년 투자한 호주 50 마르쿠스 클라크(Marcus Clarke) 스트리트빌딩도 주 연방정부 교육부가 100% 단일 임차하고 있어 영향이 크지 않다는 판단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 측은 "호주 내에서 코로나19 확산에 대응하기 위해 현지 자산관리 회사 및 임차인과 지속적으로 현황 파악 및 대응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관련기사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수은 공급망 펀드 출자사업 'IMM·한투·코스톤·파라투스' 선정
- 마크 로완 아폴로 회장 "제조업 르네상스 도래, 사모 크레딧 성장 지속"
- [IR Briefing]벡트, 2030년 5000억 매출 목표
- [i-point]'기술 드라이브' 신성이엔지, 올해 특허 취득 11건
- "최고가 거래 싹쓸이, 트로피에셋 자문 역량 '압도적'"
- KCGI대체운용, 투자운용4본부 신설…사세 확장
- 이지스운용, 상장리츠 투자 '그린ON1호' 조성
- 아이온운용, 부동산팀 구성…다각화 나선다
- 메리츠대체운용, 시흥2지구 개발 PF 펀드 '속전속결'
- 삼성SDS 급반등 두각…피어그룹 부담 완화
정유현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 [2024 이사회 평가]자산 2조 미만 휠라홀딩스, 사외이사 평가는 체계적
- [2024 이사회 평가]'대표이사=의장' 체제 아모레G, 참여도는 '강점'
- 바이오 손보는 CJ제일제당, 실적 변동성 낮추나
- [thebell interview]지앤지유니버스 강예 대표 "3년 내 그룹 매출 500억 목표"
- [캐시플로 모니터]애경산업, 4년만 영업활동 현금흐름 순유출 전환
- [thebell desk]삼양식품 '라면 원조'와의 경쟁
- [2024 이사회 평가]'참여도 강점' 롯데지주, 아쉬운 경영 성과
- SPC삼립, '미래 성장' 방점 투자 전략 전면 수정
- '미국 신사업 추진' 농심미분, 신승열 선봉장 나섰다
- [쿠팡 실적 리뷰]이커머스 1위 굳히기 돌입, 돌파구 보이는 '성장 사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