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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C삼립, '미래 성장' 방점 투자 전략 전면 수정 15개월 만 시화 공장→청주 공장 투자 변경, 넉넉해진 곳간 덕 증액 결정 '무게'

정유현 기자공개 2024-11-13 10:19:14

이 기사는 2024년 11월 11일 14:1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PC삼립이 베이커리 공장 증설 계획을 전면 조정했다. 지난해 8월 경기도 안산에 위치한 시화공장에 최초 공장 증설 계획을 발표한 후 1년간 타당성 조사를 거친 것으로 보인다. 입지적으로 효율성이 높은 청주 공장 라인 증설로 방향을 바꾸면서 투자 금액도 증액했다.

지난 6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받은 과징금이 취소되면서 현금 유동성이 확보된 것이 이번 투자 전략 수정의 밑거름이 됐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그동안 외부 조달에 나선 영향에 재무 체력이 약해진 상황이지만 현금을 쥐고 있지 않고 곳간을 풀기로 결정하면서 미래 성장 동력 확보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는 평가다.

◇시화 공장 투자 계획 세운 후 재검토, 입지 조건·생산 시너지 고려

11일 SPC삼립에 따르면 지난해 8월 발표한 715억원 규모 시화공장 증설 계획을 수정했다. 변경된 계획을 보면 충북 청주산업단지에 위치한 청주공장 내 베이커리 캐파(CAPA) 확대를 위한 증설에 1030억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자기 자본의 26.47%에 해당하는 규모다. 기존 투자 계획 대비 금액을 약 315억원을 증액한 것이다.

투자 계획을 수립할 당시 베이커리 공장이 있는 시화공장을 증설하는 것으로 먼저 얼개를 짠 후 시화 지역의 장단점을 재검토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 결과 충남 서천(에그팜·그릭슈바인)과 세종(밀다원) 등 타 공장과 교류가 원활해 입지적으로 우수성을 지닌 청주 공장을 낙점한 것이다.

청주 공장으로 계획을 수정하는 데 있어서 가장 우선시했던 키워드는 '미래 성장성 확보'였다. 전자공시에 기재정정을 진행하면서 청주 공장 증설 기대효과에 '신사업 확대 공간 확보'라고 표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450억원을 투자해 건립한 청주공장은 2017년 가동을 시작했다. 다양한 신선식품(Fresh Food) 및 원재료를 생산하는 '멀티 팩토리(Multi Factory)'로 가공 채소, 소스, 음료베이스, 제빵용 필링, 죽 등 400여 품목을 연간 2만5000 톤(t) 이상을 생산하는 곳이다. 이번 투자는 청주 공장 내 유휴부지를 활용해 새로운 베어커리 라인을 확장을 추진하는 것이다.

청주공장에서 베이커리 라인이 증설될 경우 베이커리 제품 다양화가 가능해진다. 기존 SPC삼립의 베이커리 제품은 호빵, 포켓몬빵 등 양산빵 중심이었다. 신선 식품을 생산하는 청주공장에서 내부 인프라를 활용해 연계한 제품을 생산한다면 신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될 것으로 기대된다.

◇과징금 취소로 약 290억 유입, 베이커리 의존도 낮추기 고심

SPC삼립이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은 포켓몬빵 등 양산빵의 실적이 포함되는 베이커리 사업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고민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회사의 매출은 △베이커리 사업 부문 △푸드 사업 부문 △유통 사업 부문 등 크게 세 가지 사업 부문으로 나뉜다.

2023년 말 기준 베이커리 사업 부문의 영업이익은 765억원으로 전체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83.4%에 달한다. 양산빵 사업에서 안정적으로 성과가 나온 영향도 있지만 청주 공장의 실적이 포함되는 푸드 사업 부문의 부진에 따라 의존도가 높아졌다.

푸드 부문은 양산빵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대가 형성된 간편식과 육가공품 등은 원재료비 상승과 내수 침체에 따른 소비 축소 여파를 피해 가지 못했다. 2023년에는 10억원대 영업 적자를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에도 매출이 작년 동기 대비 소폭 축소된 3637억4179만원을 기록했다.


이번 청주공장 증설은 단순한 베이커리 라인 확보가 아닌 새로운 성장 동력을 발굴하고자 결단을 내린 것이다. 투자는 2026년 11월까지 진행된다.

특히 최근 현금 곳간이 넉넉해진 것도 결단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 올해 상반기 SPC삼립의 현금성자산이 2013년 이후 역대 최대 규모인 580억원대로 불어났다. 전년 동기대비 231.5% 급증한 수치다.

공정거래위원회는 SPC그룹이 2011년 4월~2019년 4월 그룹 내 부당 지원을 통해 삼립에 총 414억원 상당의 이익을 몰아줬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647억원 규모의 과징금을 부과했고 계열사별로 일부 금액을 분담해 과징금을 납부했다.

과징금 취소 소송을 제기했는데 지난 6월 대법원이 SPC삼립의 손을 들어줬다. 이 과정에서 SPC삼립에 약 290억원이 돌아온 것으로 전해진다. 2023년 상반기 26억원 수준이었던 기타 수익이 2024년 상반기 312억원으로 증가했다. 이번 청주공장 투자 증액 금액의 약 90% 수준이다. 이번 시설 투자 금액을 키우는 결정을 부담없이 내리는데 과징금 취소 영향이 있다고 보는 배경이다.

SPC 측은 이번 투자 계획 변경건과 관련해 "시화에서 청주로 옮기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이 생산에 대한 효율성 확대와 미래 성장성을 확보하는데 최적의 조건이 맞는지 여부였다"며 "신선제품, 육가공 제품 등과의 연계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창출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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