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O 워치]'위기 파수꾼' 경영지표 통제부터 전사비상회의 소집까지②CEO·CFO와 다른 관점에서 사업 주목…리스크 총량 제한, 상시 모니터링 주력
고설봉 기자공개 2020-05-25 13:51:37
[편집자주]
1762년 설립된 영국의 베어링은행이 문을 닫은 이유는 단 한 건의 주문실수 때문이었다. 파산 직전까지도 베어링은행의 리스크관리 시스템은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 이익을 쫓아 리스크를 테이킹하려는 영업조직과 사전에 위기를 감지하려는 리스크관리 조직 간의 끊임없는 긴장 속에서 금융회사와 기업은 성장한다. IMF 외환위기 이후 도입되고, 금융위기를 거치며 정비된 리스크관리 조직은 지금 어떻게 작동하고 있을까. 더벨은 리스크관리 정점에 있는 최고위험관리책임자(CRO)의 역할과 리스크 대응 전략, 구체적인 사례 등을 살펴보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20년 05월 20일 08:0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위험관리책임자(CRO)는 금융사 주요 경영진 중 한명이다. 표면적으로 리스크 관리 조직의 총 책임자이지만 여기에 머무르지 않고 대표이사(CEO)와 최고재무책임자(CFO)와 함께 금융사 경영전면에 서 있다. CRO는 외부환경 변화가 전사 및 각 부문에 미치는 영향을 사전 감지해 위기 발생을 차단하는데 주력한다.CRO와 리스크 관리 부서의 고유 업무는 금융사가 유지해야 하는 자본적정성과 자산건전성 등 경영안정성 지표를 적절히 통제하는 것이다. 영업활동 및 자산운용 등 경영전반에 걸친 리스크를 사전에 인지하고 이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역할을 한다. 이를 위해 CRO는 일상화를 전제로 상시적·전사적인 리스크 관리 조직을 총괄 운영한다.
CRO를 중심으로 하는 리스크 관리 부서는 자기자본(BIS)비율 및 연체율, 고정이하여신(NPL)비율 등 안정성 확보를 위해 필요한 기초 지표들의 추이와 전망을 실시간 모니터링 한다. 업권을 넘어 리스크 관리 조직은 공통적으로 각종 지표들을 산출하고 이를 통해 회사의 경영환경에 얼만큼 영향이 있는지를 판단한다.
금융지주·은행·보험사 별로 지표 산출 방식과 활용하는 자료는 조금씩 다르다. 은행은 자본과 대출자산의 적정성과 건전성 지표를 중심으로 리스크 관리를 한다. 자기자본(BIS), 기본자본(Tier1), 보통주자본(CET1) 등의 적정수준 유지가 리스크 관리의 척도다. 또 위험가중자산(RW), 고정이하여신(NPL), 연체율 추이 등을 산출한다. 보험사의 경우 지급여력비율(RBC), 고정이하대출(NPL), 연체율, 운용자산의 손실 등을 눈여겨 본다.
금감원은 개별 금융사에 대한 점검에서 이러한 내용들을 중심으로 리스크 관리 체제가 정상 작동하는지 살핀다. 특히 금융사별 리스크 관리 체제의 기준과 평가 지표들이 공정하고 체계적으로 설계돼 있는지 여부가 주요 점검 사항이다. 예를 들어 여신 분류 기준, 채무자 신용평가 기준 등을 명확하게 세워 각종 지표를 산출하는 지를 중점으로 본다.
또 여신 및 채무자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재평가도 CRO 및 리스크 관리 부서의 주요 업무다. CRO는 대출잔액에서 차지하는 기업·개인 대출의 비율을 일별 모니터링 하고 각 채무자들의 신용도 추이를 대입해 위험가중자산을 매일 재평가 한다. 이를 통해 자본비율을 조정하고 향후 자본비율 전망치도 산출한다.
더불어 주요 경제지표와 국내외 동향, 산업군별 신용도 변화 등 외생변수도 실시간 모니터링 대상이다. 일별·주별·월별로 발표되는 주요 자료들을 근거로 개별 금융사가 처할 수 있는 위험을 사전 차단 하는데 주력한다.
CRO의 고유 권한 중 가장 막강한 것은 위기관리 전사적 경영회의 소집권이다. 리스크 관련 위기경보시스템을 통해 주요 수치들의 악화가 발견되면 CRO는 즉시 CEO와 CFO, 사업부문장들을 모을 수 있다. 이 회의에서 리스크를 통제할 수 있는 범위로 낮추고 경영전략 수정 등을 모색하는 것이 CRO의 역할이다.
예를 들어 지난달 대출 잔액 증가분 중에서 신용 위험성이 높아진 자산이 있다면, CRO는 이를 모니터링해 이번달에는 관련 대출을 일시적으로 줄이라는 의견을 제출할 수 있다.
경영자로서 CRO의 역할은 경영전략을 짜는 과정에서 빛을 발한다. 회사의 안정성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연간 성장 목표를 정하는데 CRO의 역량이 가장 중요하다. CEO와 CFO와는 다른 각도로 시장을 보고 이에 대한 평가를 내린다. 경영목표를 설정할 때 수익성 등 관점 보다는 개별 금융사가 감내할 수 있는 리스크 한도가 얼마인지를 측정하는 능력은 CRO의 전문성이 가장 극적으로 발휘되는 지점이다.
매년 사업계획을 수립할 때 CRO가 제시한 자본적정성·자산건전성 지표는 영업활동의 한계치를 설정하는 기준점이 된다. 은행을 예로 그해 영업활동을 통한 대출 확대 목표는 CEO·CFO·담당임원 등이 정한다. 하지만 이 때 경영목표의 총량은 CRO가 제시한 적정 자본적정성과 자산건전성 지표의 범주 안에서 결정된다.
경영목표를 실현하는 과정에서도 CRO의 영업활동에 대한 관점과 역할은 다르다. CEO와 CFO는 수익 실현을 기본으로 각자 전문 영역에서 영업활동을 장려한다. 또 재무·전략 등 관리에 주력한다. 반면 CRO는 영업활동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를 조기에 진단하고 총량을 규제하는데 역량을 집중한다.
각 금융사들이 이처럼 CRO에게 막강한 권한을 부여하는 것은 리스크 관리가 금융사의 존립을 결정할 가장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리스크 관리에 실패해 금융사가 적정 자본건정성과 자산건전성을 유지하지 못하면 이는 곳 대규모 금융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 금감원에서도 이 점을 주의 깊게 점검한다.
은행 CRO에는 못 미치지만 보험사 CRO에게도 강한 권한이 주어진다. 고객에게 수령한 보험금을 대출자산으로 활용하거나 재투자 하기 때문이다. 고객들에게 수시로 보험금을 지급해야 하는 당위성이 있기 때문에 리스크를 통제하는 것은 보험사 신뢰도와 직결되는 문제다.
한 시중은행 CRO는 “리스크 관리는 항상 현재 진행형이고, 사전 예방이 중요하다”며 “평상시에도 항상 주요 지표 모니터링을 통해 리스크 총량을 체크하고, 위기경보시스템을 가동해 경영에 직접 개입하는 역할도 한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관련기사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수은 공급망 펀드 출자사업 'IMM·한투·코스톤·파라투스' 선정
- 마크 로완 아폴로 회장 "제조업 르네상스 도래, 사모 크레딧 성장 지속"
- [IR Briefing]벡트, 2030년 5000억 매출 목표
- [i-point]'기술 드라이브' 신성이엔지, 올해 특허 취득 11건
- "최고가 거래 싹쓸이, 트로피에셋 자문 역량 '압도적'"
- KCGI대체운용, 투자운용4본부 신설…사세 확장
- 이지스운용, 상장리츠 투자 '그린ON1호' 조성
- 아이온운용, 부동산팀 구성…다각화 나선다
- 메리츠대체운용, 시흥2지구 개발 PF 펀드 '속전속결'
- 삼성SDS 급반등 두각…피어그룹 부담 완화
고설봉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 [현대차그룹 CEO 성과평가]이규석 현대모비스 사장, ‘전동화·전장·비계열’ 다각화 통했다
- [새판 짜는 항공업계]다크호스 이스타항공, 항공업 판도 바꿀까
- [새판 짜는 항공업계]비상 날개짓 이스타항공, 더딘 경영정상화 속도
- [레버리지&커버리지 분석]진에어, 한진칼 통합 LCC 주도권 ‘이상무’
- 체급 키우는 에어부산, 펀더멘털 약점 극복
- [새판 짜는 항공업계]슬롯 지키기도 버거운 이스타항공 '영업적자' 감수
- 티웨이항공, 장거리 딜레마...3분기 이례적 손실
- [CFO Change]기아, 내부 출신 김승준 상무 CFO 발탁
- [현대차그룹 인사 풍향계]'부회장 부활' 성과보상 특급열차 다시 달린다
- [현대차그룹 인사 풍향계]'혁신·파격·미래' 2018년 대규모 인사 데자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