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전체기사

LS그룹, 대한전선 인수에 여전히 회의적일까 [대한전선 M&A]산업부 '국가핵심기술지정' 변수로, 국내 거의 유일한 인수 후보

윤필호 기자/ 박기수 기자공개 2020-05-22 10:29:40

이 기사는 2020년 05월 20일 16:5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독과점 논란 우려 때문에 현실적으로 (대한전선 인수는) 불가능하다."

2014년 시장의 매물로 나온 대한전선을 두고 구자열 LS그룹 회장(사진)이 한 말이다. 실제 그랬다. 당시 국내 전선업계에서 LS전선과 대한전선은 각각 1위와 2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심지어 업계 3위인 가온전선마저 LS전선의 자회사다. LS가 대한전선 인수에 나선다는 것은 전선업계 자체를 LS그룹이 장악한다는 의미다.

결국 대한전선의 주인은 사모펀드가 됐다. IMM 프라이빗에쿼티(IMM PE)는 2015년 대한전선을 3000억원에 인수하며 경영권을 잡았다. 그리고 약 5년이 흐른 현재 다시 대한전선은 시장의 매물로 나왔다. 여전히 국내 전선업계의 최강자는 LS다. LS의 속마음은 여전히 2014년과 같을까.

우선 해외 기업이 M&A에 나선다는 변수가 있지만 이는 쉽지 않아 보인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해 6월 국내 500kV급 이상 전력케이블 기술을 '국가핵심기술'로 지정했다. 기술의 경제적 가치나 관련 사업의 잠재력이 높아 해외로 유출되면 국가 경제나 안보에 악영향을 줄 우려가 있다고 판단할 경우 이 같이 조치한다.

국가 차원에서 해당 기술이 세계적 수준이며, 경쟁국에 유출되면 국내 전선업계가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고 판단한 셈이다. 당시 배포된 보도자료에 따르면 "국가적으로 중요한 기술이 해외로 무단 유출되는 것을 막는 소중한 기술보호 수단으로 이해해야 한다"라고 명시돼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된 경우 해외 M&A와 관련한 심사에서는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과 해당 산업군에 대한 영향, 기술 유출 등에 대한 영향을 모두 검토한다"라면서 "규정상 국가를 명시한 것은 아니지만 특정 국가에 대한 영향력을 신경쓰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업계는 이로 인해 대한전선의 해외 매각이 사실상 어려워졌다고 보는 분위기다. 한 전선업계 관계자는 "당시는 독과점 논란이 있었지만 국가 핵심기술로 지정된 마당에 국내에서 대한전선을 인수할 만한 동종업계 업체로는 사실상 LS전선이 유일하다"고 말했다.

실제 현 상황을 보면 업계의 판단이 합리적이다. 대한전선의 올해 1분기 말 연결 기준 자산총계는 약 1조2000억원이다. 시가총액은 약 6800억원이다. LS전선 다음으로 규모가 큰 축에 속하는 일진전기는 연결 자산총계가 1분기 말 기준 7885억원이다. 현금성자산 역시 255억원에 불과하다. 2014년이나 지금이나 대한전선을 품을 만한 동종업계 업체로는 LS전선이 유일한 셈이다.

남은 문제는 2014년 구자열 회장이 인수하지 못할 이유로 내세웠던 독과점 문제다. 현행 독점규제및공정거래에관한법률에는 한 업체가 시장점유율을 50% 이상 차지할 경우 경쟁 제한성이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는 조항이 있다. 이 조항에 따르면 2014년과 마찬가지로 현재 시점에서도 LS가 대한전선을 인수하면 독과점 논란이 발생할 수 있다. 다만 익명을 요구한 한 공정위 관계자는 인수 자체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지는 않다고 의견을 밝혔다.

공정위 관계자는 "M&A 심사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하나의 업체가 독과점을 취할 경우 소비자 혹은 수요자 측면에서 협상력이 떨어지는 등 피해가 발생할 지 여부"라면서 "통신법처럼 구체적인 규제 요소는 없어 M&A 후 시장 점유율이 50%를 넘어도 특수한 경우에는 여러 요소를 판단한 후 M&A가 이뤄질 수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정부는 국가 경제를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할 때는 이 같은 독과점 우려가 나오더라도 허용하는 사례를 남겼다. 1998년 현대차의 기아차 인수와 2002년 SK텔레콤의 신세계 이동통신 인수가 대표적이다. 최근 진행 중인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간의 M&A도 같은 맥락이다.

업계는 대한전선 M&A 절차가 본격적으로 시작하면 LS의 움직임도 그만큼 바빠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만약 LS측이 인수전에 나선다면 작년 산업부 결정과 독과점 이슈 등 여러 요소가 얽혀있기 때문에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LS전선 관계자는 "(대한전선 인수와 관련한 사안에 대해서는) 결정된 바가 없다"고 밝혔다. LS전선의 올해 1분기 말 연결 현금성자산은 3586억원이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