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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재무 '적신호', 등급 우려까지…앞다퉈 '유증' 추진 [Market Watch]부채서 자본성 자금조달로 선회…주식 저가 매수 투심 '탄탄', 증자 성사 기대

전경진 기자공개 2020-05-21 15:39:48

이 기사는 2020년 05월 20일 15:4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근 유상증자를 추진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경영과 재무 건전성에 적신호가 켜지자 부채 대신 자본성 자금 조달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5월 들어 증시 회복세가 뚜렷한 점도 유상증자를 부추기는 요소다. 주식자본시장(ECM)에서 자금을 조달하기 용이한 환경이 조성됐다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여러 여건상 유상증자 성사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다고 전망한다. 증시가 다소 반등했다고 해도 여전히 기업가치(주가)가 예년 수준을 밑도는 상황이라 투자자에게는 지금이 우량 주식의 '저가 매수' 시점으로 여겨지고 있어서다. 시장 변동성을 활용해 단기 차익(Capital Gain·자본이득)을 실현하려는 투자 수요가 많다는 평가다.

◇'경영·재무, 신용등급' 우려…코로나 사태 대안, '유증' 추진

2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기업들이 연초 계획에 없던 유상증자를 검토하기 시작했다. 증권사들은 복수의 기업들로부터 유상증자 규모와 적기에 대한 문의를 받고 있다.

유상증자 추진 행렬은 기업 규모와 상관없이 이어지고 있다. 이미 대기업 중에서는 대한항공과 CJ CGV가 각각 1조원과 2502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하기 위해 증권신고서를 제출했다.

중견·중소기업의 유상증자 추진 의지는 더욱 강하다. 엘브이엠씨, 초록뱀, 에이프로젠제약, 에이디테크놀로지 등 업종 구분 없이 유상증자를 위해 대거 증권신고서를 제출했다.

5월20일 현재 금융위원회에 증권신고서(지분증권)를 제출한 후 공시한 기업 수는 총 20곳이다. 이 중 14곳(70%)이 유상증자를 추진한다.

전문가들은 코로나 여파로 자본성 자금 조달 수요가 크게 늘어났다고 진단한다. 기업의 실적 전망이 불투명한 데다 이미 부채비율이 지나치게 높아서 더이상의 부채성 자금은 어렵다는 설명이다.

우선 외부에서 대출을 받으려 해도 금융기관 자체가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탓에 심사가 까다롭다. 공모 회사채 발행 역시 불안한 경영과 재무 상태로 어려운 상태다.

기업들이 신용등급 방어를 위해 부채성 자금 조달을 지양하는 점도 있다. 신용등급은 통상 경영실적과 재무건전성을 두 축으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국내 1위 항공사 대한항공이 1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유상증자를 단행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대한항공은 조달 자금 전액을 부채 감축에 쓴다. 코로나 여파로 항공업이 직격탄을 맞으면서 유상증자 카드를 꺼냈다. 대한항공의 장기 신용등급은 BBB+다. 신용평가사들은 현재 등급 하향검토 리스트에 대한항공을 등재해뒀다.

대한항공의 2020년 1분기말 연결 기준 부채비율은 1222.56%다. 이는 전년(871.45%) 대비 351.11%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코로나 여파로 여행 수요가 줄면서 올해 1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적자(828억원)으로 전환한 상태다. 당기순손실 규모는 무려 7369억원에 달한다.



◇주식 저가 매수 '타이밍', 시장 투자 수요 '고무적'

국내 증시가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점은 기업의 유상증자 의지를 부추긴다. 신주 1주당 단가를 고려했을 때 주식 발행 규모를 크게 늘리지 않고 대주주 지분 희석을 최소화한 상태에서 대규모 자금을 조달이 가능하다고 판단한 모양새다.

시장 관계자는 "다수 기업이 신규 부채성 자금 조달이 어려울 뿐 아니라 신용등급 방어라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며 "등급 하향시 기존 부채에 대한 조기상환 압박까지 이어질 수 있어서 자본성 자금 조달이 더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다행히 유상증자 성사 가능성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전망들이 주를 이룬다. 코로나 파장 직후 폭락했던 증시를 고려하면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가 많이 회복됐지만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 기업들의 주식 가치는 저렴하기 때문이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단기적 부침을 겪고 있는 우량 기업의 주식을 저가 매수할 수 있는 기회로 판단된다.

또 유상증자를 단행하면서 통상 현재 주가 대비 다소 할인된 가격으로 발행금액이 결정되기 때문에 주식을 싸게 매입해 차익을 거두려는 투자 수요를 더 크게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19일 기준 코스피 지수는 1980.61로 장을 마쳤다. 이는 코로나 직후 1400선까지 무너졌던 것을 감안하면 'V' 반등에 성공한 모양새다. 하지만 2019년 5월 19일(2102.01)과 비교하면 여전히 낮다. 코스닥 지수 역시 19일 기준 696.36으로 회복세에도 불구하고 아직 예년 수준은 밑돌고 있다.

IB 업계 관계자는 "사양 사업이라고 여겨졌던 증권사 브로커리지 수익이 1분기 크게 증대한 것처럼 주식 저가 매수를 노리는 투자 수요가 현재 넘치고 있다"며 "개별 기업마다 상황은 다르겠지만 그동안 안정적인 사업을 영위해온 곳들의 유상증자는 청약 흥행까지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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