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투자 DLS 긴급 점검]해외투자 폭발적 수요, 해결사 '증권사 델타원'①무궁무진 해외자산, 국내 투자자에 포장·배송…진입장벽, DLS 구조로 '원샷' 해결
최필우 기자공개 2020-05-27 13:33:57
[편집자주]
라임 무역금융펀드, 독일 헤리티지 부동산펀드, 이탈리아 헬스케어채권까지 잇따라 손실 위기에 처하며 국내 금융 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해외 기초자산은 대부분 파생결합증권(DLS) 비히클(Vehicle)이 씌워진 채 국내로 유입됐다. 최근 들어 DLS가 골칫거리로 인식되고 있지만 다양한 해외투자 기회를 제공하는 순기능도 했다. DLS 등장 과정과 문제점, 그리고 개선 방안에 대해 더벨이 점검해 본다.
이 기사는 2020년 05월 26일 07:4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라임자산운용 펀드 부실 사태의 한 축인 무역금융펀드는 당초 파생결합증권(DLS)의 기초자산으로 국내에 처음 도입된 상품이다. 이후 독일 헤리티지 부동산펀드, 이탈리아 헬스케어채권, 홍콩 젠투파트너스 채권형 헤지펀드 등을 기초로 하는 DLS가 은행과 증권사에서 불티나게 판매됐다. 이 DLS들은 국내 투자자의 해외 투자 갈증을 해소하는 듯 했으나 잇따른 만기 연장과 대형 손실 사태의 주인공이된다.해외 투자 급증 출발점은 델타원(Delta1) 비즈니스다. 증권사 델타원 데스크는 개인 또는 기관이 접근하기 어려운 해외 기초자산에 DLS 비히클(Vehicle)을 씌워 리테일 창구에 투자 기회를 제공했다. DLS는 국내 투자자의 투자 지역과 자산군 확대 니즈(needs)를 충족시키며 자산관리 플레이어들에게 없어선 안될 핵심 수단이 됐다.
◇'저금리·박스권' 목마른 투자자, 해외로 '눈길'
국내 투자자들이 해외로 눈을 돌린 건 2010년대 중반 자산관리 환경이 극도로 악화되면서다. 저금리 기조가 심화하면서 기본적인 자산관리 수단이었던 예적금과 방카슈랑스 등이 경쟁력을 잃었다. 증권 시장에서는 코스피가 수년째 2000포인트선 안팎을 오가는 박스권 흐름이 이어지면서 주식 브로커리지와 주식형펀드의 시대가 저물고 있었다.
설상가상 자산가들이 가장 선호하는 재테크 수단인 주가연계증권(ELS)도 2016년 위기에 직면했다. ELS 핵심 기초자산인 홍콩H지수 급락으로 투자자가 대거 손실 리스크에 노출되면서 신규 발행과 투자가 위축됐다. 고객 투자처와 금융회사 핵심 수익원이 희소해진 시기다.
국내에서 대안을 찾지 못하자 해외투자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기 시작했다. 다만 해외 주식형펀드 정도를 제외하면 투자 수단이 마땅치 않았다. 대표적 해외 투자 수단인 역외펀드도 국내 금융위원회 등록을 거쳐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역외펀드 종류가 제한적이었을 뿐만 아니라 국내 등록을 유도하는 일도 만만치 않았다. 해외 증권보다 접근이 용이하지 않은 대체투자 자산군을 개인 고객에게 소개하는 건 더욱 어려웠다.
이 때 사용된 수단이 DLS다. ELS가 주식 또는 지수를 기초자산으로 삼아 발행된 증권이라면 DLS는 주식과 지수를 제외한 나머지 자산을 기초로 발행된다. 펀드, 채권, 유가, 금리 등 수치화할 수 있는 모든 자산이 DLS의 기초자산이 될 수 있다.
DLS 구조화는 넓은 범주에서 델타원 기법에 포함된다. 델타는 기초자산 가격이 1단위 변동할 때마다 옵션 가격이 변동하는 정도를 의미한다. 델타가 1인 구조를 의미하는 델타원은 기초자산 변동에 옵션이 정확히 비례한다. 해외펀드를 기초로 발행된 DLS에 투자하면 사실상 해외펀드에 투자하는 것과 효과가 동일하다. 증권사는 DLS 비히클을 사용하면서 국내 판매사 창구에 앉은 고객이 해외 자산에 투자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ARS로 갈고 닦은 노하우, 해외 기초자산 '접목'
국내 증권사들이 DLS 활용에 시동을 건 배경에는 절대수익추구형스와프(ARS·Absolute Return Swap) 상품이 있다. ARS는 롱숏 ELB(Equity Linked Bond)로도 불린다. 롱숏 ELB는 투자자문사의 롱숏(Long Short) 운용 결과를 산출해 만든 지수를 기초로 발행됐다. 롱숏 ELB를 발행하며 갈고 닦은 대차, 스와프, 자산평가 노하우를 활용하고 기초자산만 해외 자산으로 바꾸면 해외투자 DLS 출시가 가능하다.
해외 투자 DLS 발행사가 대부분 롱숏 ELB 열풍을 주도한 증권사들인 것도 이 같은 노하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NH투자증권은 독일 헤리티지 부동산펀드 DLS, 홍콩 젠투파트너스 채권형펀드 DLS를 대거 발행했다. 신한금융투자는 무역금융펀드 기초 DLS를 발행했다가 판매사를 늘리기 위해 라임자산운용 헤지펀드로 비히클을 교체했다. KB증권은 이탈리아 헬스케어채권 기초 DLS를 발행했다.
이 증권사들의 역할은 단순히 DLS 비히클을 씌우는 데 그치지 않는다. 미국과 유럽 선진국에 투자하려면 아직 국내에는 완전히 자리 잡지 못한 고객바로알기(Know Your Customer)와 자금세탁방지법(Anti Money Laundry) 요건을 충족시켜야 한다. 국내 개인과 기관이 스스로 KYC와 AML 제도를 이해하고 필요한 절차를 밟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국내 델타원 데스크는 이 역할을 대리해 국내 투자자의 해외 투자 가교 역할을 했다.
외환 변동성 리스크 관리도 델타원 데스크의 역할이다. 외환 헤지를 위해서는 FX스왑 거래가 필요하다. 기존 FX스왑뱅크는 환율 변동에 대비해 캐피탈콜 약정을 맺는다. 번거로운 캐피탈콜 약정은 해외 대체투자 자산군이 개인에게 공급되지 못하는 가장 큰 걸림돌이었다. 델타원 데스크는 FX스왑 손익과 해외 기초자산의 원화 환산 손익을 상쇄하는 방법을 써 캐피탈콜 없는 해외 투자를 가능하게 만들었다.
증권사 관계자는 "해외투자 DLS에서 연쇄 부실 사태가 발생하고 있지만 비히클 자체의 문제로 못박긴 어렵다"며 "델타원은 선진국 IB의 핵심 비즈니스 중 하나"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델타원 데스크, 판매사의 상품 소싱과 관리 프로세스를 전반적으로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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