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위한 영입 실험 [금융권 사외이사 활용평가] ⑤IT·전략 전문가 충원…조용병 회장, AI투자자문·보험·부동산신탁업 '포석'
손현지 기자공개 2020-06-02 09:07:26
[편집자주]
최근 금융사들이 사외이사 영입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내부통제 부실로 인한 DLF사태, 코로나19로 인한 수익성 악화가 가시화되면서 사외이사의 역할이 커졌기 때문이다. 기존 주류를 이뤘던 재무, 법률 뿐 아니라 IT, 소비자보호 전문성까지 갖춘 사외이사를 기용해 견제와 자문 역할을 두루 맡기고 있다. 금융지주사 사외이사 면면을 분석해보고 이를 토대로 경영 전략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0년 05월 28일 16:4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신한금융지주는 최근 파격적인 사외이사 선임으로 주목받았다. 2018년에는 금융지주 최초로 이사회 내 '정보기술(IT)'분야 전문인재를 영입했다. AI투자 자문업 진출을 일년 앞두고 고려된 절차였다.뿐만 아니라 보험, 부동산신탁업 등 그룹 사업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성공적으로 이끌 '전략수립 전문가'들을 대거 섭외했다. 기존 재일교포, 교수 등을 선임해왔던 것과는 다른 기조가 감지되기 시작했다.
◇IT전문가 최경록 합류, 신한AI 탄생 숨은 공신
그간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은 디지털 인재 영입에 열성을 다했다. 2017년 '보물섬 프로젝트'를 기점으로 조영서 신한금융그룹 디지털전략팀 본부장을 영입했던 것이 그 시작이었다. 그러나 외부전문가의 검증 절차도 뒷받침되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신한금융 이사회 관계자는 "그동안 AI를 전면에 내세운 투자자문사는 전례가 없었다"며 "단순히 금융의 관점이 아닌 정보기술(IT)쪽 입장에서 자문해줄 인물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사추위) 멤버들의 지지를 얻은 후보는 최경록 이사였다. 최 이사는 IT 전문가이자 전문경영인의 자질을 두루 갖춘 인물로 평가됐다. 일본 재일교포로 게이오기주쿠대학교 연구원 출신인데가가 현재는 일본에서 ㈜CYS 대표이사로 재직 중이다.
이사회 내에서는 최 이사가 온화한 커뮤니케이션 능력과 역동적인 시각을 지닌 인물이라는 평이 자자하다. 인공지능 기반 투자자문기법의 예측 정확도를 높이는데 기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최 이사는 취임후 줄곧 출범대기 중이던 AI자회사인 '신한AI'의 투자자문 서비스 경쟁력부터 조직관리 전략 등 전반적으로 검토했던 인물"이라며 "덕분에 작년 신한AI를 성공리에 개시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신한AI는 신한금융이 100% 출자한 인공지능 전문회사다.
최 이사는 조용병 회장이 직접 추천한 인물로 알려졌다. 앞서 신한생명에서 사외이사 경험이 있다는 점을 높게 판단해다는 후문이다. 조 회장이 보험업 포트폴리오 보강을 계획하고 있던 가운데 본래 IT자문 뿐 아니라 리스크관리자 역할까지 염두에 둔 인사로 풀이된다. 신한생명의 내부 사정을 잘 아는 만큼 향후 인수후통합(PMI, Post-Merger Integration)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
실제로 최 이사는 작년까지 이사회 내 위험관리위원회(옛 리스크관리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며 AI를 활용한 위기감지 시스템을 제안해왔다. 인터넷전문은행 추가 인가 관련 그룹의 디지털 전략방향성에 대해서도 점검했다. 핀테크의 업무 적용 범위를 확대하기 위해 벤처 출자 확대 전략을 제안했으며 디지털 컴플라이언스 관리 역량을 제고하기 위해 다양한 아이디어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오렌지라이프(옛 ING생명) 인수 당시엔 가격 적정성도 점검했다. 주요 계약내용을 검토하며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의 최소자기자본비율을 동일하게 설정한 원인에 대해 의문을 품고 질의했다는 전언이다. 뿐만 아니라 부동산신탁업 '아시아신탁'의 인수가격 적정성부터 대주주의 지분 소유 구조와 관련해서도 검토해왔다.
◇오렌지라이프 등 M&A 자문단, 변양호·이윤재
오렌지라이프 및 아시아신탁 인수, 신한리츠 출범과 맞물려 '전략' 검증에 대한 필요성도 제기됐다. 인수 이후 PMI, 시장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M&A 경험이 많은 사외이사 선임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다.
이에 부응해 2019년 정기주주총회에서 등용된 새 얼굴은 이윤재 이사(전 대통령 재정경제비서관)와 변양호 이사(VIG파트너스 고문)다. 두 인물 모두 민관을 두루 거친 인물이다. 관직에서 물러난 뒤 전략, M&A 업무를 담당해왔다는 공통점을 지녔다. 폭넓은 네트워크를 통한 정보 수집력과 분석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다.
이 이사는 신한금융 주주인 사모펀드 IMM프라이빗에쿼티(IMM PE)의 추천으로 선임된 케이스다. 당시 신한금융은 IMM PE측과 약 7500억원 규모의 제3자 배정 전환우선주(지분 3.7%) 유상증자 인수계약을 체결한 상태였다. 자본시장법상 전략적·재무적 파트너가 된 IMM PE가 사외이사를 통해 경영에 참여한 셈이었다. 주주를 대변하는 역할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이 이사는 대표적인 관료 출신으로 경제기획원과 재정경제원(은행보험국장)에서 예산 관련 업무를 오래 수행한 경제, 금융분야 전문가다. 공직에서 물러난 뒤 2001년부터는 기업전략 컨설팅회사 'KorEI'를 설립해 운영하며 민관 싱크탱크로서 업력을 쌓아왔다. 뿐만 아니라 SC제일은행, 부산은행, 삼성화재 등 금융사와 에쓰오일, LG, KT&G 등 다양한 기업에서 사외이사를 맡으면서 경영에 대한 기업전략, 지배구조 등과 관련해 업력을 다져왔다.
이 이사의 합류로 신한금융의 매트릭스(Matrix) 체계가 완고해졌다는 평이다. 그는 그룹사 CEO와 사업부문장 간 유기적 협업 현황을 보고 받고 관리하는 역할을 수행해왔다. 또 아시아신탁 자회사 편입 전 금융사고 여부를 점검했으며 오렌지라이프와의 주식교환 체결계약 적정성 여부와 더불어 신한금융투자 유상증자 건에도 관여했다.
작년까지 사회책임경영위원회를 이끌며 지속가능경영 계획을 수립했다. 기후변화 대응원칙을 세세하게 다듬는 등 ESG경영 추진을 주도했다는 평이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서울시금고 관련 수익기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구상했던 인물"이라며 "작년에는 비용절감을 강조하며 글로벌 금융회사와의 영업이익경비율(CIR)을 비교해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변 이사 역시 신한금융그룹의 전략사업과 관련된 자문에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았다. 재무부와 재정경제부 주요 요직을 거친 관료 출신으로 분류된다. VIG파트너스를 이끌며 외국계 펀드로부터 국내 유망기업 인수합병(M&A)을 방어하는 등 국내 자본시장 발전에 기여했던 인물이다.
그는 신한금융으로 자리를 옮긴 뒤 줄곧 위험관리위원장으로서 활동하며 그룹 위기상황분석과 단계별 위기관리체계 등과 관련해 의견을 개진해왔다. 작년 이사회에서는 마이너스 금리 상황이 도래할 가능성과 이에 대한 대응방을 고민해왔다. 또 오렌지라이프, 아시아신탁 등 중요 M&A 계약과 지배구조 관련 내·외부 동향도 파악해왔다. 아시아신탁 인수과정에서의 갈등 최소화, 인력 유출 방지 방안도 고민했다.
◇이사회운영위원회 위원장, 조용병…이사회 사무국 존재감 미약
그동안 신한금융 사외이사 선임에는 조 회장의 의중이 상당부분 작용해왔다. 2018년 3월 주주총회까지만해도 조 회장이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회장후보추천위원회 등에 참여했다.
이후 당국의 셀프연임 우려 등을 반영해 조 회장의 위원회 참여 비중을 줄였다. 조 회장은 2018년 중순께부터 사추위에서 배제됐으며 회추위에서 빠지기 시작한 건 2019년 주주총회때 부터다.
그러나 여전히 권한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조 회장은 현재 이사회운영위원회 '위원장'으로서 이사회에 관여하고 있다. 지주 임원들의 자격요건을 설정하는 업무도 수행한다.
이사회운영위원회는 이사회에서 위임한 사항에 대하여 심의, 결의해 이사회의 운영을 지원하고 있다. 이사회, 이사회내위원회, 사외이사 평가와 심의를 담당하고 있다. 사추위에 직접 관여하지는 않지만 사외이사 평가나 위원회를 심의한다는 측면에서 막강한 권한을 지니고 있다는 분석이다.
현재 사외이사 후보관리 등 이사회 업무를 보조하는 이사회 사무국(3명)이 존재하지만 그 역할도 미미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KB금융이 이사회사무국장을 임원(상무)급으로 앉힌 것과 달리 이사회사무국은 경영지원팀장이 사무국장을 겸하고 있는 상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이사회사무국 운영형태를 보면 사외이사 관리 업무와 경영 전략쪽 업무가 완전히 독립되서 운영되는 형태가 아니다"며 "조 회장의 경영 방향성에 따라 사외이사의 모습이 달라질 수 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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