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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금융의 비은행 빅픽처, '내부통제' 전문가 영입 [금융권 사외이사 활용평가] ②2014년 KB사태 거치며 HR·재무·소비자보호 전문 이사진, '선택과 집중'

손현지 기자공개 2020-05-22 10:22:54

[편집자주]

최근 금융사들이 사외이사 영입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내부통제 부실로 인한 DLF사태, 코로나19로 인한 수익성 악화가 가시화되면서 사외이사의 역할이 커졌기 때문이다. 기존 주류를 이뤘던 재무, 법률 뿐 아니라 IT, 소비자보호 전문성까지 갖춘 사외이사를 기용해 견제와 자문 역할을 두루 맡기고 있다. 금융지주사 사외이사 면면을 분석해보고 이를 토대로 경영 전략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0년 05월 15일 16:3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B금융그룹은 2014년 'KB 사태'라는 내홍을 겪으면서 지배구조를 뜯어고치기 시작했다. 윤종규 KB금융 회장은 내실을 다지는 과정에서 인사노무(HR)분야 사외이사 영입을 과감하게 단행했다. 투명한 성과체계는 물론 독립적인 이사회를 구축할 수 있었던 주요인으로 꼽힌다.

2018년부터는 내부통제 사외이사로 '소비자보호' 전문가를 배치하는 파격 인사도 실시했다. 은행 고객의 파생상품 투자가 보편화된 가운데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한 장치였다. IT 전문가(권숙교 이사)는 지주 이사회가 아닌 국민은행 이사회에서 선임했다. 디지털 사업이 은행에 집중된 반면 지주는 상대적으로 비즈니스의 주체가 아니라는 판단이 작용한 결정이다.

KB금융 관계자는 "사외이사의 정원이 제한돼 있기 때문에 전문분야별 우선순위를 고려해 이사를 선임하고 있다"며 그룹 차원에서 디지털전환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만큼 IT 후보군을 증원해 관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KB사태 수습, HR전문가 이병남 이사 충원

KB금융은 2014년 하반기, 윤 회장을 포함한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고심을 거듭했다. 내부적으로는 경영진 갈등, 금융당국으로부터 지배구조 지적을 받은 탓에 안팎으로 시끄러웠다. 보스턴컨설팅(BCG)로부터 지배구조 개편 관련 자문을 받기 시작한 시점이었다.

당시 이사진들은 역량진단표(Board Skills Matrix) 분석을 통해 HR쪽을 보완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다양한 실무경험을 바탕으로 일관성 있는 인재육성 전략을 마련할 만한 식견을 갖춘 인재가 필요했던 것이다. 지속가능경영을 위해선 독립적인 이사회 운영안과 사외이사 추천 프로세스를 구축하는게 급선무였다.


사실상 HR전문 분야 사외이사 선임은 금융지주사에게는 생소한 풍경이다. 재무나 회계처럼 필수적인 역량이 아닌데다가 HR 인력풀 자체도 좁다. HR이사 후보군에는 기업체 인사 부장, 연수원장 등의 이력을 보유한 사람이 포함된다.

KB금융은 주주추천제도를 활용해 HR인재를 물색했다. 당시 소액주주였던 김상조 당시 경제개혁연대 소장(현 청와대 정책실장)의 추천으로 2015년 이병남 사외이사를 발탁했다.

이 이사는 최고의 HR 전문가로서 손꼽히던 인물이다. 인적자원 개발과 노사관계 분야의 박사학위 소지자이고 미국에서 대학교수직을 역임했다. 이후 LG그룹에서 20년 가까이 고위 임원으로 재직했다. ㈜LG경영개발원 인화원 사장 출신이기도 하다.

박 이사는 2018년까지 4년 여간 이사회 멤버로 활약했다. 평가보상위원회 위원장으로서 투명한 성과보상 체계를 마련하는데 기여했다는 평가다.

◇비이자수익 발굴, 비은행·재무 전문가 영입

어느 정도 내실을 다진 KB금융은 '수익성 확대'라는 다음 스텝을 밟아나갔다. 비이자수익 확대라는 큰 틀의 경영 로드맵 그렸고 보험업, 비은행 자문에 적합한 전문가들을 영입했다.

2015년 삼성그룹에서 제조 및 금융 부문에서 12년간의 CEO 경험을 갖춘 유석렬 이사를 영입한데 이어 2018년에는 외국인 이사인 스튜어트 솔로몬(Stuart B. Solomon)을 영입했다. 한국 메트라이프생명 회장 출신인 그는 202년부터 2007년까지 KT 사외이사를 지냈다.

두 인물 모두 비은행 강화 맥락에서 해석될 인물이다. 계열사 지분인수 등 재무적 영향이 있는 안건 논의에서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자문 역할을 수행했다.

KB금융은 '재무'와 '소비자보호' 전문역량을 갖춘 인재 발굴에 돌입했다. 모두 그간 KB금융 이사회 내 공석으로 남겨졌던 부문이었다.

새롭게 재무전문가로 채용된 선우석호 이사는 '금융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선임된 인물이다. 4차 산업, 글로벌 등 주요 경영 변화이슈에도 재무 관리에 만전을 기하기 위함이다. 그는 한국금융학회 회장과 한국재무학회 회장을 역임한 재무 전문가다.

그는 한국사외이사인력뱅크 운영위원으로도 활동하는 인물로 사외이사 경험이 많다. 한미은행, 외환은행, 엘지패션 사외이사 경험을 두루 갖췄다. 각종 시장리스크, 평판리스크 관리, 수익성 개선 방안, 국제화 전략을 포함한 미래전략 설정에 있어 구체적 제안을 내놓을 수 있는 자질을 갖춘 인물로 평가됐다.

◇내부통제 구축 위해 정구환 이사 선임

소비자보호 전문가를 선임하려던 건 내부통제에 만전을 기하기 위한 목적이 컸다. 기존 은행 뿐 아니라 카드, 손해보험, 증권 포트폴리오를 차례로 보강한 KB금융으로서는 당연히 염두에 둬야 하는 절차였다. 고위험 파생상품에 대한 금융사고가 잔존했다. 과거 내부통제 사고 사례의 원인 분석을 요청하고 법률적 해법을 제시할 만한 전문가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다만 소비자보호 후보풀 역시 넓지 않았다. 통상적으로 분쟁조정위원회나 금융소비자학회, 금융소비자연맹 등 협회 이력을 보유한 사람이 후보 대상이다. 소비자학과를 전공하거나 당국에서 소비자보호 업무 담당자도 해당된다.

KB금융은 서치펌(Search Firm)을 통해 '소비자보호' 전문가인 정구환 이사를 추천받아 역량을 평가했다. 이는 소비자보호 전문지식이나 실무경험을 상대적으로 뒷전으로 여겼던 타 금융지주사와는 차별화되는 부분이었다.

정 이사는 검사 출신으로 30년 가까이 법조계에 몸담은 인물이다. 굵직한 사건들을 두루 맡은 바 있으며 한국 소비자원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 위원장 재임 시절 분쟁을 조정해본 경험이 높은 점수를 받았다.

실제로 그는 감사위원회 활동을 하는 도중 법령집 작성 체계를 마련했고 신속한 법률조언을 적절히 수행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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