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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외이사 변화보면 경영전략 보인다 [금융권 사외이사 활용평가]①리스크·IT·소비자보호 등 신사업 전문이사 영입, 역량진단표 기반…여성·외국인 대거 등장

손현지 기자공개 2020-05-20 14:32:40

[편집자주]

최근 금융사들이 사외이사 영입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내부통제 부실로 인한 DLF사태, 코로나19로 인한 수익성 악화가 가시화되면서 사외이사의 역할이 커졌기 때문이다. 기존 주류를 이뤘던 재무, 법률 뿐 아니라 IT, 소비자보호 전문성까지 갖춘 사외이사를 기용해 견제와 자문 역할을 두루 맡기고 있다. 금융지주사 사외이사 면면을 분석해보고 이를 토대로 경영 전략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0년 05월 11일 09:3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작년 IT인력으로 구성된 KB국민은행 '인사이트 지점' 개소식에 의외의 인물이 등장해 이목을 끌었다. 바로 사외이사인 권숙교 이사였다. 권 이사는 IT전문가로 통한다. 국민은행이 핀테크, AI, 빅데이터 등 분야에서 비즈니스 기회 발굴하고 자문을 얻기 위해 야심차게 영입한 인물이다. 통상 사외이사는 경영, 회계, 법률 전문가 대다수라는 점에서 IT전문 사외이사를 기용한 것에 대해 뜻밖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앞선 사례는 최근 금융회사 사외이사 진용 변화를 단적으로 드러낸 경우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한 시대의 사외이사를 보면 금융회사의 경영전략이 보인다"며 "기존 재무, 회계, 법률 전문가를 선임하던 것과 달리 최근에는 소비자보호, 리스크관리 전문가를 사외이사 후보자로 물색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최근 금융권은 그야말로 바람 잘 날이 없다. 지난해 DLF 사태에 이어 코로나19로 인한 수익성 악화 우려까지 예상치 못한 경영 위기가 잇달아 발생하고 있다. 미래 먹거리 확보 차원에서라도 금융 수요변화를 신속하게 감지하고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를 출시할 필요가 있었다.

그러나 경영진들은 한계에 직면했다. 전통적인 수익창출에 익숙한 나머지 신선한 아이디어가 부족했다. IT, 글로벌 등 분야 사외이사를 물색한 배경이다. 이들을 통해 신사업에 필요한 인적, 물적, 재무적 자원을 조달하는 데 무리가 없는지 자문을 받기 시작했다.

◇HR·IT·소비자보호 등 특수분야 사외이사의 등장

금융지주사의 경우 이사회 구성에 앞서 통상적으로 4단계를 거친다. 이사회 역량 평가(1단계)→미래 필요 역량 설정(2단계)→차이(GAP) 분석(3단계)→부족한 역량 보완(4단계) 순이다.

이사회는 교체나 충원이 필요한 전문 분야를 선정하기 앞서 '미래 필요 역량'을 제시(2단계)한다. 크게 △금융경영 △회계 △재무 △법률·규제 △리스크관리 △HR △IT △소비자보호 등의 분야로 나뉜다.

해당절차에서 최근 이전과 다른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미래역량으로 꼽힌 요소들은 내부통제시스템 구축부터 HR, 소비자보호까지 각사 경영전략에 맞춰 각양각색이다.

예컨대 신한금융은 작년 오렌지라이프 인수를 앞두고 2월 변양호 이사를 영입했다. 변 이사는 금융권에서 손꼽히는 전략가다. 기재부 공직생활을 마치고 토종사모펀드인 VIG파트너스를 설립해 외국계 펀드로부터 국내 유망기업 M&A를 방어했다는 평을 받은 인물이다. M&A를 앞둔 신한금융의 자문을 위한 구원투수로 합류했다.


금융지주 공통적으로는 디지털·글로벌 관련 비즈니스 모델 수립에 포커스를 맞추는 모습이다. 대표적으로 KB금융·신한금융·농협금융은 상시 관리하는 사외이사 후보군에서 은행권 IT분야의 비중을 5~10% 가량 늘렸다.

IT분야에는 금융사 정보책임자(CIO), IT개발 실무이력을 보유한 인재들이 포함된다. 교수나 계열사 출신을 선호하는 하나금융도 2018년 이정원 전 신한데이타시스템 사장을 선임했다. 이같은 변화는 카카오뱅크, 케이뱅크 등 인터넷은행이 출현하면서 금융권 디지털 투자 경쟁이 격화되는 점과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글로벌 전문 사외이사들도 속속 보인다. 금융지주에게 글로벌 사업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신한금융이 작년 영입한 허용학 후보도 JP모간 등에서 이력을 쌓은 대표적인 글로벌 IB전문가다. 선진시장, 신흥시장별 리스크를 철저히 점검하고 조언해줄 것으로 기대됐다.

농협금융의 경우 재무 안정성을 목표로 재무·리스크 전문 인력 중심의 이사회를 꾸려왔다. 금융지주 규모가 커질수록 복잡한 구조를 띄고 사외이사들의 감시 역할도 커졌기 때문이다. 자금세탁방지 업무, GA 대리점 관리 방안 등 자회사 마다 새로운 위험관리 정책이 필요해졌다. 작년에는 리스크관리위원회의 농협캐피탈 경영 지적으로 CEO였던 고태순 대표의 교체를 이끌었다.

◇글로벌 주주 고려, 여성·외국인·과점주주 등 다양성 제고

최근 금융지주사는 사외이사 선임을 위해 역량진단표(Board Skill Matrix)를 활용하고 있다. 호주, 미국 등 다수의 상장기업이 도입한 방식이다. 능력, 자질, 다양성을 한번에 평가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역량진단표를 기반으로 여성 이사비율을 제고하기 위한 노력도 지속되고 있다. 성 다양성이 기업의 장기적인 성과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평가되고 있기 때문이다. 민족적 인종적 다양성을 높이는 것도 글로벌 기조의 한 축으로 여겨지고 있다.


신한금융은 지난 3월 여성 임원인 윤재원 사외이사를 새로 선임했다. KB금융의 경우 기존 최명희 이사에 이어 올해 권선주 이사를 추가했다. 하나금융도 여성인 차은영 이사의 유임을 결정했다.

국제 비즈니스 역량을 갖춘 외국인 이사를 확보한 모습도 보인다. KB금융과 신한금융은 각각 스튜어트솔로몬 이사와 재일 교포인 히라카와유키 이사를 채용한 상태다. IR, 글로벌 등을 점검해 해외 주주와의 소통 역할을 톡톡히 소화하고 있다는 평가다. 해외주주들이 70~80%의 비중을 차지하는 구조적 특성상 사회적 책임이나 성 다양성 추구 등 지속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금융지주의 경우 국내 유일하게 ‘7대 과점주주 지배구조 체계’를 도입해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경영진 감시라는 이사회 본연의 목적을 충족하기 위한 구조다. 스웨덴 최대은행인 스웨드뱅크 등 유럽 선진기업을 벤치마킹한 것으로 경영 투명성을 강화한다는 목적이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에서도 사외이사의 임기를 3~5년 이상 장기간 권장하는 추세"라며 "금융지주들도 경영의사결정부터 시행까지 연속성을 이어가기 위해 이사 선임에 신중을 기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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