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광물개발펀드, 13년만에 '초라한' 마침표 [Fund Watch]하나UBS 1·2호, 투자금 회수율 50%…"생산량 적고 니켈값 떨어져"
허인혜 기자공개 2020-06-03 08:14:31
이 기사는 2020년 06월 01일 15:0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첫 니켈 개발펀드로 주목을 받았던 하나UBS자산운용의 '암바토비 니켈' 펀드가 출시 13년 만에 투자금의 절반만 회수한 채 펀드를 청산한다. 정부의 자원개발펀드 육성책의 일환으로 한때 하나UBS자산운용의 간판 펀드로 불렸던 상품이다. 투자 대상인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 광산의 니켈 생산량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니켈 값이 장기적으로 하락해 부진한 성과를 냈다.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하나UBS자산운용은 지난달 26일 '하나UBS암바토비니켈해외자원개발특별자산투자회사' 1호와 2호 펀드의 존립기간을 이달 30일로 고지했다. 상장폐지일은 7월 1일이다. 청산 절차를 거쳐 8월 10일 해지 상환급을 지급할 예정이다.
하나UBS자산운용은 해산 공시를 통해 하나UBS 니켈 펀드 1·2호의 투자재산이 모두 현금화됐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말 한국광물자원공사와 체결한 수익권 거래계약기간이 종료돼 수익금을 정산했다. 펀드와 연계된 보험도 정리했다. 1호와 2호 펀드의 설정액은 1340억원 수준으로 기관투자자가 약1000억원을, 개인투자자가 약340억원을 편입했다.
하나UBS 니켈 펀드는 2007년 설정됐다. 이 펀드는 광물 자체의 가격 지수를 따라가는 ETF(상장지수펀드) 형태가 아니라 광산 개발에 초점을 맞췄다. 국내 최초의 광물개발펀드다. '자원개발펀드' 개념이 생소했던 국내에서는 실험적인 투자 포트폴리오였다. 정부 차원에서 육성된 자원개발펀드의 일환으로 산업자원부가 지원한 유전펀드, 탄소펀드에 이어 세 번째였다. 하나UBS자산운용은 2007년 자원개발펀드 운용사 컨소시엄에 도전해 선정됐다.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의 암바토비 니켈 광산 개발사업에 투자해 매출액의 일부 권리를 보장받는 구조로 설계됐다. 광업진흥공사 컨소시엄(현 한국암바토비 컨소시엄·KAC)이 27.5%의 지분을 확보한 니켈 광산의 생산량 중 15.5%에 대한 수익권을 취득해 투자자들에게 배분했다. 2007년 광물자원공사, 경남기업, 대우인터내셔널, STX가 컨소시엄에 참여했다. 현재는 한국광물자원공사(17.5%), 대우인터내셔널(4%), 삼성물산(3.0%), STX(1.0%), 현대중공업(1.5%), 현대상사(0.5%)로 지분 구성원이 늘었다.
기대감을 안고 시작한 펀드였지만 국내 첫 시도였던만큼 순탄하지는 않았다. 청산 절차가 남아 최종 수익률은 미정이지만 좋은 성과를 내지 못했다. 하나UBS 니켈 펀드의 투자금 회수 비율은 1호 펀드가 투자원금 대비 53.6%, 2호 펀드가 투자원금 대비 56.2%다. 각각 40% 이상 마이너스(-) 수익률을 얻은 셈이다.
1호와 2호 펀드의 누적수익률은 5월을 기점으로 3000%대로 급상승했다. 다만 분배금을 나눠주는 형태의 펀드로 순자산이 줄어든 상황에서 보험금이 유입돼 눈가림 수익률이 발생한 것으로 풀이됐다. 하나UBS자산운용은 지난달 한국무역보험공사에 해외자원개발펀드보험 보험금을 청구해 약360만달러(44억1700만원)를 수령했다. 해외자원개발펀드보험은 석유나 구리, 니켈, 철, 우라늄, 석탄 등 12대 전략 광종투자 펀드 손실액을 보전하는 목표로 운영 중이다. 펀드의 누적수익률은 보험금 수령 직후를 반영해 1500%를 넘거나 도달했지만 실제 수익금은 원금보다 낮다.
하나UBS자산운용은 하나UBS 니켈 펀드를 청산하며 시원섭섭한 표정이다. 간판 펀드로 육성했지만 수익률이 나빴던 만큼 하나UBS자산운용에게는 '앓던 이' 같은 상품이었다. 니켈 펀드가 저조한 수익률을 보인 이유는 투자 대상인 마다가스카르 암바토비 광산이 예상한 만큼 니켈을 생산하지 못해서다. 연간 6만톤의 니켈 생산이 가능하리라고 전망했지만 목표치를 하회하고 있다. 또 국제적으로 니켈의 가격이 꾸준히 하락하면서 광물로서의 가치도 떨어졌다.
니켈 펀드는 첫 발부터 삐걱였다. 암바토비 광산 투자를 주도한 한국광물자원공사의 광산운용권 확보에 문제가 발생해 광산이 예정대로 개발되지 않았다. 자연히 니켈 생산도 더뎌졌다. 펀드 설정 2년5개월 뒤인 2010년 4월 니켈 생산을 예상했지만 실제 생산은 이보다 2년 늦은 2012년이 이뤄졌다.
한국광물자원공사의 수익금 지급이 늦어지면서 투자자들에게 수익금을 분배하지 못한 하나UBS자산운용과의 갈등도 불거졌다. 하나UBS자산운용은 니켈 생산이 늦어진 기간동안 수익률 계약시기를 연장해 2019년 11월까지 분배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광물자원공사는 원안을 고집했다. 폐쇄형 펀드로 환매가 불가능해 손실은 고스란히 투자자몫이 됐다. 손실보전을 목표로 한국거래소에 '하나UBS암바토비니켈해외자원개발특별자산투자회사'를 상장했지만 수익을 거두지 못했다.
한편 암바토비 광산에 투자한 한국광물자원공사도 전망이 어둡기는 마찬가지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한국광물자원공사가 주도한 컨소시엄이 니켈 광산에 1조9000억원을 투자했지만 최근까지도 실익을 얻지 못한 상황"이라며 "광물투자는 매장량보다는 광물 자체의 가치가 수익성을 좌지우지하는데 금융위기를 거치며 원자재 가격이 대폭 내렸다"고 설명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4월 한국광물자원공사 자체 신용도를 B-로 하향조정하며 "광물자원공사가 운영 중인 해외자원 개발사업의 자산가치가 낮아 자체신용도에 부담"이라는 평을 내렸다. 암바토비 니켈 광산은 코로나19 우려에 따라 3월 이후부터 생산을 잠정 중단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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