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0년 06월 05일 07:4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두산솔루스 매각이 차갑게 얼어붙는 분위기다. 최근 진행된 예비 입찰에 유의미한 원매자가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흥행은 커녕 성사될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 두산솔루스는 두산그룹의 위기극복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매물이라는 점에서 시장의 관심은 그 어느때보다 컸다.두산그룹을 위기에서 구해 줄 매물로 부각됐지만 M&A 시장에서는 두산솔루스의 기업가치에 대해 냉소적인 평가도 많았다. 두산그룹이 희망하는 가격에 팔리면 유동성 지원의 반대급부로 제시한 자구안의 상당부분을 충족시킬 수 있다는 기대가 더 크게 작용한 측면이 적지 않았다.
우선 시장에서는 두산그룹의 주장대로 두산솔루스의 기업가치를 제대로 인정할 수 있는지 확신하지 못했다. 작년 ㈜두산으로부터 인적분할돼 상장된 지 1년이 채 안된 두산솔루스의 재무 정보나 실적 등에 대한 기본적인 데이터를 신뢰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왔다. 알짜 계열사로 부각됐지만 실제로 우량한 회사인지 따져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았다.
무엇보다 두산솔루스 매각은 유동성 위기로 촉발된 파이어세일(Fire Sale: 급매)이었다는 점에서 그 출발부터 핸디캡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다. M&A라는 시소게임은 늘 급하지 않은 쪽이 유리하기 마련이다.
따라서 이번 딜의 헤게모니는 매도자 보다는 원매자에게 쏠리는 것이 당연하다. 무조건 인수해야 하는 당위성과 명분이 확실하지 않은 이상 매도자가 급하게 내놓은 매물에 먼저 다가가기 쉽지 않다는 뜻이다.
이같은 전후 사정을 보다 면밀히 파악했다면 공개경쟁입찰 방식을 택하지 않는 편이 오히려 유리할 수도 있었다. 막상 뚜껑을 열어봤을 때 아무도 관심이 없었다는 사실이 만천하에 공개된 셈이기 때문이다. 차라리 특정 원매자와 수의계약 방식으로 딜이 진행됐다면 매각 가능성이 좀 더 높아지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물론 두산그룹의 전략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채권단 압박이 상당한 와중에 계열사 매각을 통해 최대한 유동성을 많이 확보해야 한다는 대전제 아래 공개경쟁 입찰은 가격을 끌어올리기 위한 방편이라고 판단했을 수 있다. 문제는 입찰에 실패했을 경우다. 관심을 갖는 원매자가 없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운신의 폭은 더욱 좁아졌다.
두산그룹은 과거 밥캣 인수로 인해 이미 유동성 위기를 한 차례 겪었다. 당시 적극적인 자산 매각으로 어려운 시기를 잘 극복했던 경험이 있다. 그룹의 존폐를 걱정해야 할 정도로 큰 파고에 직면한 두산그룹이 다시 한번 위기를 잘 해쳐나갈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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