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 항공업 진출설 끊이지 않는 이유는 에어아시아 지분 10% 인수 검토…자동차·항공 기반 모빌리티 밑그림 기대
이아경 기자공개 2020-06-08 08:40:14
이 기사는 2020년 06월 05일 17:3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K그룹이 동남아 투자 플랫폼인 SK동남아투자법인을 통해 세번째 지분 투자를 단행할 전망이다. 베트남 1, 2위 기업인 빈그룹과 마산그룹에 이어 이번 투자의 주인공은 아시아 최대 저비용항공사(LCC)인 에어아시아로 낙점했다.SK그룹은 에어아시아 지분 10%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 에어아시아의 주주 현황을 보면 모기업인 튠 그룹의 튠 라이브(TLSB)와 튠 에어(TASB)가 각각 16.73%, 15.45%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SK가 실제 에어아시아 지분을 10% 인수한다면 곧장 '3대 주주'로 올라선다.
◇SK, 항공업 진출 포문여나
SK의 에어아시아 지분 인수는 아시아나항공 인수전 때에 이어 또 한번의 항공업 진출설을 낳고 있다. 그간 SK는 항공업 진출에 선을 그었지만 직접적으로 항공사 지분 인수에 나서면서 SK와 항공업의 고리를 증명했기 때문이다. SK가 먼저 인수 제안을 했든, 제안을 받았든 모두 '항공'에 대한 관심이 없다면 이뤄지지 않았을 일이다.
말레이시아의 한 언론사는 지난 4일 에어아시아그룹이 SK에 지분 10%를 매각하는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코로나19로 에어아시아의 자금난이 심각해진 탓이다. 거래가 구체화되면 에어아시아는 신주 배치로 3억3042만 링깃(한화 약 952억원)을 조달하게 된다.
에어아시아는 보도가 난 당일 홈페이지에 지분 매각에 대한 입장을 공개했다. 에어아시아 이사회는 코로나19로 인한 폭풍을 헤쳐나갈 수 있도록 잠재적 투자자들뿐만 아니라 다수의 투자 은행가, 대출자들로부터 자기 자본 기반 및 유동성을 강화하기 위한 자본조달 제안서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현재 이 제안을 평가하고 있고, 곧 최종 양식과 금액에 대한 결정을 내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SK그룹 역시 에어아시아의 지분 인수 검토는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하지만 지분 규모나 인수 주체 등 아직 확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입장이다. 또 지분을 인수하더라도 경영참여가 아닌 단순 '지분투자'일 뿐 항공업 진출은 결코 아니라고 강조했다.
◇에어아시아-그랩의 공통점 '모빌리티'
'항공업 진출'을 부인하는 SK의 태도는 여전히 완강하다. 아시아나항공 인수전 당시에도 "검토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했던 공식 입장의 연장선이다.
그렇다면 SK는 에어아시아에 대한 지분투자로 어떤 미래를 그리고 있을까. 항공업의 성장성이나 사업 다각화의 한계 등을 감안하면 SK가 베트남 빈그룹과 마산그룹에 기대했던 것과는 분명 다를 것으로 보인다. SK는 베트남 양대 산맥인 두 그룹에 대한 투자로 신규 사업 기회를 찾고, 전략적 M&A를 공동으로 추진한다는 계획을 내세우고 있다.
업계는 SK가 이번 투자에선 항공업 자체보단 '항공과 관련한 미래 사업의 성장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보고 있다. SK그룹이 미래 성장동력으로 강조해온 '모빌리티'의 기반을 확보한다는 취지다. SK그룹은 SK텔레콤(통신)과 SK하이닉스(반도체), SK이노베이션(배터리), SKC(소재)가 수직계열을 이뤄 전기차를 넘어 열차와 항공기까지 모빌리티 사업 범위를 넓히겠단 목표를 내세우고 있다. 실제 SK텔레콤은 현재 도심항공택시 모델 개발에 참여하고 있기도 하다.
에어아시아가 말레이시아를 포함해 태국과 인도네시아, 인도, 필리핀, 일본 등에 법인을 두고 있다는 점도 SK의 구미를 당겼을 것으로 보인다. 모빌리티의 확장성 측면에서는 한 국가의 국적기보다 해외 여러 자회사를 갖춘 아시아 최대 저비용항공사(LCC)인 에어아시아에 투자하는 게 효율적일 수 있어서다.
SK가 말레이시아에서 먼저 투자한 '그랩' 역시 '모빌리티'라는 공통점이 있다. 그랩은 싱가포르, 필리핀, 태국 등 8개국 336개 도시에서 택시, 오토바이, 리무진 등을 운영하는 동남아 최대 차량공유서비스 업체다. 중국의 디디추싱(DiDi)과 미국의 우버(Uber)에 이어 3위 규모를 자랑한다. SK텔레콤은 지난해 그랩과 싱가포르에 조인트벤처도 설립했다. SK입장에서는 동남아 최대 업체와의 관계를 토대로 모빌리티 사업을 확대할 수 있는 셈이다.
◇동남아 '스마트시티' 공략 노리나
SK그룹이 투자한 기업의 성격은 각각 다르지만, 베트남과 말레이시아가 모두 '스마트시티'를 추진하고 있다는 점은 눈여겨 볼 만하다. 발빠른 지분투자로 향후 동남아 국가들이 스마트시티를 건설하는 데 SK그룹이 가진 자원들을 최대로 활용할 수 있어서다.
말레이시아는 도시국가인 싱가포르와 브루나이를 제외하고는 가장 도시화된 동남아 국가로 70%를 넘는 인구가 도시에 거주한다. 도시로 인구가 집중된 만큼 교통체증과 공해, 도시서비스 집행에 비효율성을 해결할 방안으로 '스마트시티'가 추진되고 있다.
SK그룹은 2018년 말레이시아에서 경영진 전략회의를 열고 실제 말레이시아 스마트시티 구축에 참여하는 방안과 향후 세부 시행과제 등을 논의한 바 있다.
베트남 역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동남아 국가로 스마트시티에 열을 쏟고 있다. 특히 빈그룹의 경우 자체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그린시티, 스마트시티 등의 사업에서 SK그룹과의 사업 협력 가능성을 논의했으며, ICT, 전기차 배터리 사업 등에서도 협력 아이디어를 교환하고 있다.
올해 동남아 투자 여력은 충분한 상태다. SK㈜와 SK하이닉스,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 SK E&S 등 5개 법인이 올해 SK동남아투자법인에 출자한 금액은 각각 1억달러(약 1200억원)로 5000억원 이상이다. 에어아시아에 알려진대로 1000억원이 투입돼도 4000억원 이상이 남는다.
SK그룹 관계자는 "에어아시아 지분투자 검토는 베트남에 이어 말레이시아 기업까지 투자 범위를 넓혔다는 차원에서 봐야 한다"며 "추가 투자와 관련해서는 정해진 바 없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수은 공급망 펀드 출자사업 'IMM·한투·코스톤·파라투스' 선정
- 마크 로완 아폴로 회장 "제조업 르네상스 도래, 사모 크레딧 성장 지속"
- [IR Briefing]벡트, 2030년 5000억 매출 목표
- [i-point]'기술 드라이브' 신성이엔지, 올해 특허 취득 11건
- "최고가 거래 싹쓸이, 트로피에셋 자문 역량 '압도적'"
- KCGI대체운용, 투자운용4본부 신설…사세 확장
- 이지스운용, 상장리츠 투자 '그린ON1호' 조성
- 아이온운용, 부동산팀 구성…다각화 나선다
- 메리츠대체운용, 시흥2지구 개발 PF 펀드 '속전속결'
- 삼성SDS 급반등 두각…피어그룹 부담 완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