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 입찰전략]SK는 남았나, 떠났나⑨계열사간 시너지 충분, 막판 '깜짝 등장' 가능성…'주가 급등' 여전히 부담
고설봉 기자공개 2019-11-06 13:20:13
이 기사는 2019년 10월 31일 08:0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K그룹 등 기존 유력한 인수후보로 꼽혔던 대기업집단은 이번 인수전에 뛰어들지 않았다. 예비입찰에서 참여하지 않았고, 거듭 "인수 의향이 없다"고 손사래 치고 있다. 현재까지 대기업 집단의 인수전 참여는 불발된 것으로 보여진다.하지만 일각에서는 본입찰에 대기업집단이 '깜짝 등장'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는다. 무엇보다 현재 주가 상황이 좋기 때문이다. 기존 대기업집단들은 구주가 너무 높다는 불만이 컸다. 회사에 자금이 수혈되는 신주 발행에 대해서는 얼마든 자금을 투자할 수 있다는 입장이었지만, 구주 인수에 많은 돈을 들이기는 싫다는 의사가 여러 경로를 통해 확인됐다.
현재 주가는 액면가에 근접해 있다. 지난해 회계이슈가 발생한 뒤 주가는 1주당 3500원 안팎으로 떨어진 뒤, 매각이 발표되며 9000원 이상 상승했다. 하지만 주가는 최근 1주당 5000원 안팎에서 유지되고 있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전 회장 등 오너일가에게는 좋지 않은 상황이지만, 원매자 입장에서는 인수에 부담을 덜어주는 요인다.
구주 인수가가 낮아진다면, 이번 딜의 투자 매력도는 상승한다. 똑 같은 재원을 투자한다고 하면, 경영권 인수를 위해 지불해야 하는 비용을 줄일 수 있고, 경영 정상화에 쓸 수 있는 비용적 여유가 더 커지기 때문이다. 당장 투자금이 회사에 유입되면 곧바로 부채비율 하락 등 재무구조 안정화가 이뤄질 수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의구심은 남는다. 구주 가격이 안정화 됐다고 손사래 치던 SK그룹이 유력한 후보로 나서고, 본입찰 경쟁을 치열하게 만들까. SK그룹은 구주 가격 조건이 충족되면 인수에 나설 만큼 항공업 진출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고 있을까.
SK그룹이 항공업 진출에 대한 내부 검토를 벌였다는 점은 여러 경로를 통해 확인된다. 정유, 텔레콤 등 기존 사업군과의 시너지 외에도 그룹 포트폴리오 다각화 차원에서 인수 가능성이 점쳐졌다. SK그룹이 지난해 최규남 SK그룹 수펙스추구협의회 부사장을 영입하면서 항공업 진출 가능성은 높아졌다. 최 부사장은 제주항공 대표이사를 지낸 항공 전문가로 평가받는다. SK그룹에서는 글로벌사업개발 최고책임자를 맡고 있다. 그는 지난해말부터 지속적으로 항공업계 이슈를 서치(Search) 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올 4월 아시아나항공 매각(M&A)이 시작하기 훨씬 이전부터 SK그룹의 인수 가능성은 높게 점쳐졌다. 2015년 금호산업 M&A 당시부터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할 가능성이 높은 기업집단으로 SK그룹은 잠재 후보에 오르내렸다. 본격적으로 SK그룹이 아시아나항공 유력 인수 후보로 부상한 것은 지난해 상반기 '기내식 대란' 이후다. SK그룹 안팎에서 아시아나항공 인수설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SK그룹은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SK그룹 계열사 고위임원은 "지난해 항공사 인수 관련 스터디를 진행했고, 공정위 등에도 기업결합 심사 관련 저촉되는 사항이 있는지 등을 알아본 것으로 안다"며 "하지만 현재 진행 상황이나, 의사결정, 아시아나항공 인수 추진 여부는 알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SK그룹이 아시나항공을 인수한다면, 가장 원하는 그림은 경쟁이 치열해지지 않고, 하이닉스 인수 때처럼 구주 투자를 최소화 하는 것"이라며 밝혔다.
국내 대기업 집단의 특성상 사업 확장에 대한 필요성은 늘 가지고 있다. SK그룹의 경우 기존 계열사와 아시아나항공 간 사업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특징도 가지고 있다. SK하이닉스를 통해 항공화물운송에 대한 수출 점유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여력이 크다. 더불어 항공사 경영에 가장 중요한 유가·환율 측면에서 SK이노베인션과의 '상쇄효과'도 볼 수 있다. SK텔레콤의 사업구조 개편과 맞물려 거론되고 있는 모빌리티 사업 측면에서도 통신사와 항공사간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다. SK그룹 전체로도 글로벌 시장에서 'SK'라는 브랜드를 보다 더 노출시키고, 홍보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시장에서는 SK그룹이 성장해왔던 방식에 주목하고 있다. SK그룹이 성장하는 데 밑거름이 된 결정적인 계기는 SK에너지(옛 유공)와 SK텔레콤(옛 서울이동통신) 인수다. 이어 SK하이닉스(옛 하이닉스) 인수를 통해 확실한 입지를 다지며 재계 3위까지 올랐다. SK그룹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해 항공산업에 진출하는 것은 부담일 수 있다. 하지만 그간 SK그룹이 M&A를 통한 신규 사업에 진입 한 예를 봤을 때, 오히려 적기라는 평가가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유증은 얼마든지 좋지만, 구주는 많이 줄 수 없다'가 SK그룹이 하이닉스를 인수할 때 원칙이었다"며 "하이닉스 인수 뒤 SK그룹은 신규 자금을 넣어주고 회사를 성장 시켰고, 그 이후 대주단이 하이닉스 주가가 상승한 뒤 지분을 팔고 나갔다"고 말했다. 이어 "그 방식이 성공했기 때문에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나선다면 그 방식을 고수하려고 할 것"이라며 "SK그룹이 원하는 가장 좋은 그림은 정부에서 원하면 못 이기는 척, 좋은 조건으로 인수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SK그룹 안팎에서 '현재의 구주 가격' 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말도 흘러 나온다. SK그룹이 본입찰에 참여해 본격적으로 인수전에 뛰어들 경우 다시 아시아나항공 주가는 치솟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구주 인수 뒤 신주 발행을 통한 유상증자 등의 과정이 남은 상황에서 주가가 급격히 치솟으면 유증을 통해 확보할 수 있는 지분율에도 영향을 미친다. 오히려 현재 주가보다 구주가가 더 떨어져야, 유증 효과가 더 극대화될 수 있다.
현재 액면가를 웃돌고 있는 아시아나항공 주가는 막대한 신규자금을 투자해야 하는 입장에서는 부담이다. 1조원을 증자한다고 해도, 확보할 수 있는 지분율이 그만큼 줄어들기 때문이다. 유증을 할 경우 발행가액은 청약일 전 제3거래일부터 제5거래일 사이의 주가를 가중산술평균해 정한다. 기존 주주가 아닌 제3자 배정의 경우 10% 이내로 할인이 가능하다. 이 점을 고려해도 현재의 주가를 기준으로 보면 SK그룹이 유상증자를 할 경우 주식 1주를 4700원 안팎에 인수해야 한다. 주가가 더 오른다면 액면가보다 더 높은 가격에 신주를 받아야 한다.
일각에서는 SK그룹이 '너무 완벽하게'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기 위해 시간을 끈다면 오히려 인수 의지와는 상관없이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실패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는다. 이미 확실한 인수 후보군이 형성됐고, SI와의 결합으로 자금력 등에서 리스크를 극복한 만큼 본입찰 경쟁력도 갖췄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매각이 불발되고, 구주 가격이 더 떨어져서 소위 무혈입성하듯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면 오산"이라며 "FI와 SI로 결합된 확실한 인수 후보자가 등장했고, 본입찰 참여를 확정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쯤에서 SK그룹 등 기존에 거론되던 대기업집단이 인수 의향이 있다면 정식으로 밝히고 입찰에 들어와야 기회를 얻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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