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 M&A]현산 vs SK, '모빌리티·항공업' 분석 달랐다4차산업 접목 신사업 가능성 전망 엇갈려…항공산업 구조개편 주도권 관측도 달라
최은진 기자공개 2019-11-14 10:20:00
이 기사는 2019년 11월 13일 13:3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번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은 단순히 '항공'이 아닌 '모빌리티'라는 새로운 관점에서 매물 분석이 이뤄졌다는 점이 흥미롭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통해 '모빌리티(Mobility)그룹'으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정몽규 HDC그룹 회장이 부친의 영향으로 모빌리티에 높은 관심을 갖게 된 것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로 이어졌다. 마침 항공업이 구조조정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점은 호재였다. 실적가변성이 높은 항공산업 특성에 대한 불안한 시각이 있었지만 신성장 사업으로서 '모빌리티'는 꽤 매력적이라고 판단했다.반면 같은 '모빌리티'를 놓고 아시아나항공 인수전 참여를 장고했던 SK그룹은 다른 해석을 했다. 자체적으로 확보하고 있는 렌터카 및 카쉐어링 인프라 등의 연장선인 모빌리티 사업으로서 항공업을 검토했지만 주판을 튕기는 과정에서 중단했다. 렌터카와 연관지을 수 있는 모빌리티 사업의 시너지가 크지 않은데다 수익구조와 매물 매력도 면에서도 전망이 밝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과거 인수한 SK하이닉스 딜(Deal)이 비교 대상이 되면서 검토단계서 더 진전이 되지 않았다고 전해진다.
◇부친 영향에 높은 관심, '모빌리티 그룹' 도약 슬로건
HDC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 매각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지난 12일 정 회장은 기자간담회를 열고 향후 비전과 계획 등을 밝혔다. 정 회장이 밝힌 아시아나항공 인수 배경은 '모빌리티 그룹'으로의 도약이다. 단순히 재계 순위를 올리는 게 목표가 아니라 모빌리티 사업을 그룹 중심에 두겠다는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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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빌리티란 자동차와 항공기 등 '탈 것'의 형태에 포함되는 산업들을 일컫지만, 4차산업 혁명이 일어나면서 그 의미는 좀 더 확대되는 추세다. 자율주행·공유경제·이커머스 등의 새로운 산업이 결합되면서 자율주행 기반의 운송수단을 공유하며 인적·물적 수송이 일어나는 광의의 모빌리티 관점이 확립되고 있다. 현대자동차와 한화그룹의 경우에는 완전히 혁신적인 모빌리티 관점을 시도한다는 목표로, 플라잉카, 에어택시 등에 대한 연구 및 투자에 돌입한 상황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누가 어떤 형태의 모빌리티나 플랫폼 그리고 관련기술을 보유하느냐가 모빌리티 사업의 주도권을 쥐게 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대그룹 뿐 아니라 전세계 유수의 기업들이 모빌리티 플랫폼은 물론 관련 기술 및 서비스 전략을 확보하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다는 점도 두드러진다. 현대산업개발이 모빌리티 사업에 관심을 두는 것 역시 이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정 회장은 젊은 시절 자동차에 온 힘을 쏟아 낸 '모빌(Mobile) 맨'으로 평가된다. 1991년 현대자동차 상무, 1993년 부사장으로 승진하고 만34세였던 1996년엔 현대자동차 회장직을 맡았다. 부친인 정세영 명예회장의 영향도 있었다. 정세영 회장은 현대그룹 창업주 정주영 명예회장의 넷째 동생으로, 초대 현대자동차의 사장을 맡았다. 자동차 불모지인 한국에서 국내 최초의 고유 자동차 모델인 '포니'를 만들고 세계에 알린 인물로 '포니 정'이라는 별칭도 유명하다.
정 회장에게 '모빌리티'는 못다 이룬 꿈이자 아버지의 유지인 셈이다. 더욱이 자동차에 국한됐던 모빌리티 사업의 관점이 항공·해운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점은 새로운 사업을 해볼만한 기회로도 꼽혔다. 정 회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자체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항만'을 거론하며 모빌리티 사업으로서의 인프라를 항공 외에도 갖추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현대산업개발은 현재 부산신항의 지분과 운영권을 확보하고 있다. 정 회장에게 있어 아시아나항공은 단순 항공업이 아닌 모빌리티 사업의 주축으로 해석된 셈이다.
여기에 더해 항공업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 호재로 분석됐다. 현재 또 다른 국적항공사인 대한항공은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이 타계한 후 곧바로 총수가 변경됐지만 경영 불확실성이 여전히 제기되고 있다. 여기에 더해 2대주주인 KCGI와의 전면전이나 900%에 달하는 높은 부채비율, 오너일가의 상속 문제 등도 불안요인이다. 이런 상황에서 아시아나항공의 재무구조가 정상화 되고 안정적인 오너십으로 경영환경이 조성된다면 충분히 항공업 내 입지를 바꿔놓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더욱이 저비용항공사(LCC)의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해석됐다. 아시아나항공의 자회사로 보유하고 있는 에어부산을 추후 매각할 지 계속 보유할 지 등을 고민하고 있다는 정 회장의 발언으로 비춰볼 때 항공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에어부산이 수익을 올려줄 매물이 되거나 생존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보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러한 일련의 배경을 중심으로 정몽규 회장은 "반드시 인수해라"는 특명으로 이어지며 아시아나항공 인수의 승기를 확보하게 됐다.
재계 관계자는 "정몽규 회장이 아시아나항공을 단순 항공업이 아닌 모빌리티 관점에서 신성장 사업으로 삼기 위해 딜을 적극적으로 진행시킨 것으로 보인다"며 "항공업 구조조정이 점쳐지고 있다는 사업 환경적인 측면에서도 적기라고도 봤다"고 말했다.
◇공유경제·자율주행과 항공업 시너지 시기상조…주도권 못쥐면 승산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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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그룹이 물류 사업을 신성장 사업으로 보고 있는 상황에서도 항공업은 관심의 대상이 됐다. 끊임없이 물류 관련 매물을 검토하고 있다는 설이 파다할 정도로 SK그룹은 상당히 심도있게 국내외 가리지 않고 항공사 매물들을 검토했다. 심지어 SK그룹은 이번 아시아나항공 딜에 소규모 자금을 태우는 방안까지도 검토했다고 전해진다. 아시아나항공을 통째로 인수하지는 않더라도 모빌리티 관점에서나 물류사업 측면에서 항공업은 충분히 해볼만한 사업으로 판단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SK그룹이 아시아나항공 인수에서 발을 뺀 이유는 모빌리티 사업 관점에서 항공업이 크게 연관성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현재 투자해 놓은 렌터카나 카셰어링 업체와의 연결고리, 자율주행 기술 진전 상황 등을 고려할 때 항공업에 투자하기엔 무리가 따른다고 판단했다는 분석이다. 더욱이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매물 자체의 매력도도 현저하게 낮다고 평가했다. 항공업은 실적가변성이 높은 업종인 데다 대외 변수에도 취약하고, 아시아나항공은 여기에 더해 조단위 부채까지 안고 있어 투자하기에 큰 부담이 따른다고 봤다.
항공업 구조조정 관점에서도 아시아나항공이 수혜를 입기엔 무리가 따른다고도 분석했다. 대형 국적항공사로서 확고한 입지를 차지하지 않고서는 항공업계서 살아남기 어렵다고 봤는데, 경영환경이나 오너이슈 등을 감안하더라도 대한항공이 갖는 의미를 아시아나항공이 뛰어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결국 항공업 구조조정이 진행된다는 점을 감안해도 그 주도권을 확보하지 않고서는 미래 성장성을 보고 투자하더라도 과도하게 많은 재원이 투입될 수 밖에 없다는 결론을 냈다고 알려졌다.
특히 SK그룹 내부적으로는 과거 SK하이닉스 M&A 딜과 비교되면서 아시아나항공 매물을 분석했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당시 SK하이닉스 역시 상당히 열악한 재무환경을 갖추고 있었지만, 반도체 기술력과 미래 성장산업의 동력이 될 것이란 확실한 가치가 있었다는 설명이다. 이를 감안할 때 아시아나항공은 미래 성장동력이 될만한지 의심스러웠고 더욱이 매물 자체의 매력도라고 할 수 있는 항공산업에 대해서도 부정적으로 분석했다. 조 단위 자금을 투자하면서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나설 이유가 없었던 셈이다.
결국 아시아나항공을 모빌리티 관점에서나 구조조정 관점에서 매력적인 매물로 판단한 현대산업개발이 적극 나서며 승기를 잡았다. 물론 대규모 자금조달이 필요한데다 실적 불확실성이 여전하다는 관점에서 '승자의 저주'가 드리워질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그러나 현대산업개발은 정상화 과정을 거치면서 서서히 기업가치가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재계서는 SK그룹과 현대산업개발의 '같은 주제 다른 분석'을 두고 어떤 결과가 나올지 관심을 갖고 있는 상황이다.
재계 관계자는 "모빌리티 관점에서 SK그룹은 다각도로 분석했지만 아직 관련 시너지를 찾지 못한 것은 물론 항공업 그 자체로도 승산이 별로 없다고 판단했다"며 "여전히 항공업은 투자 유니버스에 포함돼 있지만 실제 실행에 옮길만큼의 유인책을 찾지 못해 아시아나항공 인수에서 발을 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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