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인수 기정사실...듀얼이냐 통합이냐 [증권사 노리는 우리금융]②대형화 통한 시너지 창출…국내 유일 종금업 vs 업무 중복, 라이선스 경쟁력 약화
이장준 기자공개 2020-06-10 13:15:28
[편집자주]
우리금융그룹은 5대 금융지주 가운데 유일하게 증권사가 없다. 과거 업계 1위 위용을 떨쳤던 우리투자증권을 거느린 적도 있다. 비은행 포트폴리오 중에서 특히 증권사에 대한 갈망이 큰 이유다. 우리종금의 증권사 전환, 증권사 인수 후 합병 여부에 대한 논의도 '현재 진행 중'이다. 내부등급법을 승인받으면 자본여력도 생기는 만큼 우리금융이 본격적으로 증권사 매물을 들여다볼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우리금융의 증권사 인수 시나리오, 추후 타진 가능성을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0년 06월 08일 11:0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증권사 포트폴리오가 없는 우리금융그룹은 크게 세 가지 시나리오를 갖고 있다. 우선 우리종합금융을 단독으로 증권사로 전환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종금의 규모가 작아 이 경우 다른 금융그룹 증권사와 비교했을 때 경쟁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금융권 관계자는 "결국 속도의 문제일 뿐 대형화를 통한 시너지 창출이라는 방향은 정해져 있다"며 "우리금융 입장에서 경쟁력을 갖추려면 증권사 인수가 유력한데, 그 이후 종금사와 합병할지는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증권사 인수 후 각자(듀얼) 체제냐, 통합이냐'를 놓고 이점을 따질 전망이다. 통합 시 종금업 라이선스가 10년 뒤 사라지는 만큼 독자적으로 가야 한다는 시각이 있다. 하지만 두 회사가 중복되는 업무가 많아 비효율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증권업 전반적으로 규제가 완화되는 기조와 맞물려 굳이 종금업을 유지할 필요성이 떨어진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내 하나뿐인 종금사…증권사 대비 규모·수익성 아쉬워
우리종금의 전신은 금호종합금융이다. 2007년 최대주주가 아시아나항공에서 우리사모투자전문회사로 달라지며 지금의 사명으로 바뀌었다. 옛 지주 시절 자회사로 편입되기도 했으나 지주사 해체와 더불어 은행 자회사가 됐다. 지난해 우리금융지주가 새로 출범하고 9월부터 다시 지주 자회사로 편입됐다.
종금사는 1975년 종합금융회사에 관한 법률에 따라 설립됐다. 당시 유일한 겸업 금융기관으로 출범하면서 은행, 증권, 보험 등과 함께 금융산업의 한 축을 맡아왔다. IMF 경제위기 이후 구조조정을 몇 차례 거치며 현재는 우리종금이 유일한 전업 종금사가 됐다.
종금업은 업무 영역이 상당히 넓은 게 특징이다. 여·수신은 물론 외환딜링 등 국제금융업무, 기업 인수·합병(M&A)와 같은 증권업무도 가능하다.
여기에 종금사를 증권사로 전환하는 옵션도 선택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지주 출범 전인 약 3년 전부터 우리금융 측에서는 우리종금을 증권사로 전환하는 방안을 고민한 것으로 전해진다. 종금사가 마땅한 피어그룹(peer group)이 없어 IR을 하거나 신용등급 평정을 받을 때 위상이 애매하다는 점도 한몫했다. 업권이 따로 존재하지 않으니 당국에 규제 완화 등을 요청하기도 어려운 게 현실이다.
아울러 금융지주의 중심축을 차지하는 은행이 저금리 기조로 순이자마진(NIM)이 계속 하락하며 수익원 다각화가 절실해지면서 증권사 역할이 부각되는 상황이다.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금융지주사들이 비이자이익을 확장하는 추세이지만, 지난해 DLF 사태로 은행이 적극 나서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증권사 위주로 비이자이익을 확충하려는 건 당연한 수순"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우리종금이 다른 증권사와 경쟁을 할 만큼 규모가 크지 않다는 점이다. 우리종금의 총자산은 1분기 기준 3조7516억원이다. 현재 57개 증권사를 놓고 비교하면 25위권이다. 특히 다른 금융그룹에 속한 신한금융투자(45조5137억원)·KB증권(53조9574억원)·하나금융투자(31조7556억원)·NH투자증권(58조678억원) 등 증권사보다 한참 못미치는 수준이다.
수익성도 마찬가지다. 물론 우리종금은 우리금융그룹 내에서 은행과 카드 다음으로 많은 수익을 내는 효자 계열사다. 작년말까지 우리종금은 534억원의 순이익을 올렸지만 다른 금융그룹 계열 증권사들에 비하면 작게는 4배, 많게는 9배 넘게 차이가 난다. 단독으로 증권사로 전환할 경우 경쟁력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게 시장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채널이 적은 것도 아쉬운 대목이다. 현재 우리종금의 영업지점은 서울·광주영업부를 비롯해 강남·대전·목포지점이 전부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우리종금을 증권사로 전환하자는 얘기도 나왔지만 당장 다른 대형 증권사들과 경쟁하기는 쉽지 않은 게 사실"이라며 "오히려 전환했을 때 종금 라이선스가 10년 후 사라지는 만큼 득보다 실이 클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증권사 인수 후 통합 시너지 기대…종금 라이선스 실효성 '관건'
우리종금을 단독으로 전환하는 안은 사실상 경쟁력이 떨어진다. 이 때문에 증권사를 인수하는 인오가닉 전략을 펼치자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우리금융 내부에서는 증권사를 인수한 후 우리종금과 별개로 운영할지, 통합할지 등을 폭넓게 논의해왔다.
종금사와 증권사가 합병할 경우 10년간 겸영이 가능하고 이후 종금 라이선스가 소멸한다. 메리츠증권이 대표 사례다. 메리츠증권은 앞서 2009년 12월 메리츠종합금융과 합병을 결정하고 이듬해 사명을 메리츠종합금융증권으로 바꿨다. 10년간 영위했던 종합금융업이 지난 4월 5일 종료되면서 다음 날부터 사명을 다시 메리츠증권으로 변경했다.
합병을 선택한다면 두 업종 간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다. 종금사는 증권사와 달리 예대업무가 가능하다. 반대로 증권사는 종금사는 할 수 없는 주식위탁 및 신탁업 등을 영위할 수 있다. 메리츠증권도 종금의 여신 기능과 증권사의 IB 역량이 합쳐지면서 시너지를 냈다는 평가가 많았다.
전통적으로 IB 영역인 기업공개(IPO)나 ECM·DCM 등 발행시장 업무보다는 기업대출, 부동산금융, 인수금융 쪽에서 종금 북을 활용하면 이득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우리종금 입장에서는 부족한 영업 채널도 확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상당수 업무가 겹치는 만큼 계열사를 따로 둘 경우 그룹 차원에서 효율이 떨어질 수도 있다.
종금사 위상이 예전만 못하다는 목소리도 여기 힘을 싣는다. 전업 종금사가 하나뿐인 만큼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장기적으로 금융시장 규제가 완화되면 현재 종금업이 할 수 있는 영역을 증권사도 할 수 있도록 열릴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또다른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과거에는 유안타나 메리츠처럼 종금업을 영위하던 곳들이 있어 종금업의 의미가 있었다"며 "지금은 우리종금을 제외하면 라이선스를 모두 반납한 만큼 시장에서는 종금업에 대한 메리트가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 역시 우리금융이 규모가 큰 증권사를 인수했을 때 통하는 얘기라는 반론도 나온다. 증권사는 자기자본 규모가 3조원 이상부터 기업 신용공여, 4조원 이상일 때 발행어음 업무가 각각 허용된다.
반면 종금사는 자기자본 규모와 상관없이 이들 업무를 영위할 수 있다. 추후 인수하는 증권사 규모가 크지 않다면 섣불리 합병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우리종금 사정에 밝은 관계자는 "금융지주 차원에서 증권사를 포트폴리오로 확보하고 싶은 마음은 당연할 것"이라며 "다만 적당한 매물이 없는 상황에서 종금사 라이선스만 굳이 반납할 필요는 없지 않겠나"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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