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컨버전 시대]여의도 파크원, 10년 늦은 준공…공실 우려 '격세지감'개발지연, 주변 건물 오피스 수요 흡수…A동 임차인 확보 변수
신민규 기자공개 2020-06-11 13:17:25
[편집자주]
국내 디벨로퍼(developer) 업계에서 용도변경(컨버전, Conversion) 사례가 부쩍 늘고 있다. 지엽적인 의미의 용도전환에서 나아가 기능을 상실한 노후공간을 필요에 따라 새롭게 탈바꿈하는 현상 자체를 아우른다. 도시개발 역사가 선진국에 비해 짧은 편이지만 급격한 인구감소와 코로나19 이후 언택트(Untact) 소비, 재택근무 증가는 도심 공간의 기존 패러다임을 송두리째 뒤흔들고 있다. 정부가 천편일률적으로 용도지정을 하던 낡은 방식에서 과감히 벗어나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더벨이 디벨로퍼 사례를 중심으로 '컨버전' 아이디어의 격랑 속으로 들어가봤다.
이 기사는 2020년 06월 10일 13:5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여의도 파크원(Parc.1) 사업은 용도변경 작업에 일찌감치 착수했지만 결과적으로 준공 타이밍을 다소 실기한 케이스로 꼽힌다. 10년전에만 준공했어도 여의도에서 가장 높은 오피스 빌딩으로 군림하며 임차수요를 흡수할 수 있었다.이제는 공실을 걱정해야 할 정도로 상황이 역전됐다. 개발이 지연되는 동안 서울국제금융센터 등 오피스빌딩이 여의도에 줄줄이 들어섰다. 코로나19로 오피스 임차 수요가 지역에 따라 감소세를 보인 영향도 컸다.
여의도 통일주차장 터에 높이 318미터(72층)짜리 마천루를 세우는 파크원(Parc.1) 프로젝트는 목표 준공시점이 2010년이었다. 소유권 분쟁이 빚어진 탓에 공사가 중단돼 실제 준공은 올해 7월로 10년 늦어졌다.
선교본부가 들어서려고 했던 부지는 2001년부터 마천루의 꿈을 키웠다. 기초조사와 마스터플랜은 상당히 일찍 수립된 면이 있다. 당시 비교된 건물이 63빌딩 정도였다. 2007년 착공해 2010년 지어지기만 하면 오피스 임차 수요는 충분했다.
순항하는 듯했던 사업은 자금난에 각종 법적분쟁에 휘말리면서 공사 도중 흉물로 방치됐다. 인근에서 서울국제금융센터(IFC)가 차곡차곡 층을 높여가는 시점이었다.
준공이 지연됫 탓에 여의도 초고층 오피스 빌딩이라는 타이틀도 주변 건물에 번번이 내줄 수밖에 없었다. 2010년부터 10년간 여의도에는 수많은 오피스 빌딩이 지어졌다. 가장 대표적인 게 2012년 준공된 IFC다. 2003년 개발이 시작돼 9년만에 사업을 완성시켰다. 국제업무단지 겸 쇼핑몰로 파크원 개발 콘셉트와 다르지 않았다.
IFC가 준공된 이듬해에 전경련회관 신축건물이 준공됐다. 이후에도 사학연금 신사옥, 교직원공제회 신사옥이 들어섰고 연말 여의도 우체국을 재건축한 포스트타워도 준공을 앞두고 있다.
지지부진하던 파크원 프로젝트는 2014년이 되어서야 재개되기 시작했다. NH투자증권이 프로젝트파이낸싱(PF) 주관사로 나서 2조1000억원의 자금을 모집하면서 물꼬를 텄다. 시행사 격인 'Y22 PFI(Project Financing Investment)'가 선투입한 5000억원을 제외한 나머지 자금이었다. 수년간 멈춘 사업장을 재개하면서 공사비도 더 늘어날 수밖에 없었다. 새로 시공을 맡게 된 포스코건설은 1조1190억원의 수주계약을 맺었다.
파크원은 내달 준공을 앞뒀다. 오피스타워 2개동과 백화점, 호텔 등의 복합문화시설로 이뤄져 있다. 오피스타워 A동은 72층으로 21만3954㎡(6만4835여평) 규모이고 B동은 56층으로 16만2217㎡(4만9156평)를 차지한다. 현대백화점이 19만3854㎡ 규모로 들어서고 페어몬트 호텔이 약 5만9022㎡를 사용한다. 총 63만㎡ 규모의 사업장으로 7월 준공을 앞두고 있다. B동인 파크원 타워2는 높이 246m 규모이며 파크원 타워1(338m), IFC3(283m)에 이어 여의도에서 3번째로 높다.
여전히 여의도 최고의 마천루 위용을 자랑하지만 준공 타이밍은 다소 애매한 감이 있다. 주변 오피스 빌딩이 집중 공급된 데다가 코로나19로 임차 수요가 꺾이고 있어서다. 개관을 앞둔 호텔과 백화점 역시 주목받기 힘든 여건이 조성됐다.
타워 B동은 파크원 PF주관사인 NH투자증권이 인수해 사옥으로 쓰기로 결정되면서 공실 이슈가 해소됐다. 입찰가는 9500억원 안팎이었다. 원매자를 찾지 못할 경우 NH투자증권은 3.3㎡당 1400만원대인 7200억원에 타워 B동을 매입하는 확약을 맺어두기도 했다.
개발사업의 성패는 타워 A동 임차수요 확보에서 판가름날 전망이다. 포스코건설은 파크원 시공권을 따내는 조건으로 '책임준공 미이행시 채무인수 및 책임임차' 계약을 맺었다. 책임임차 기한은 3년으로 3.3㎡당 8만원으로 계산해 5만평에 대해 임차인을 확보하지 못하면 매달 40억원, 연간 480억원 안팎을 부담해야 한다.
포스코건설은 외국계회사와 국내 대기업 등 임대의향서 및 확약서를 제출한 임차사를 대상으로 계약조건을 협상중이라고 밝혔다.
포스코건설 관계자는 "준공이 다가오면서 임대문의는 높아지고 있다"며 "여의도권역 뿐 아니라 타권역(도심, 강남)에서도 이전에 대한 문의가 많이 오고 있으며 앵커 테넌트 유치를 위해 마케팅 활동을 활발히 진행중"이라고 설명했다.
시장에선 여의도 IFC 역시 초기 공실이 높았다는 점에서 안정적인 임대가 이뤄지려면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망했다. 주요 투자자들이 오피스 투자 기피지역으로 여의도권역(YBD)이 꼽히고 있다는 점도 변수다.
애비슨영코리아 리서치센터의 '2020 서울 오피스 시장 전망'에 따르면 오피스 분야별 전문가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여의도권역(YBD)이 잠재 공급량에 따른 공실률 상승 가능성 영향으로 투자 기피지역으로 꼽혔다. 이런 추세는 2018년 이후 집중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오피스 투자 선호지역으로 분류된 서울 중심업무지구(CBD)나 강남권역(GBD)과 대조적이었다.
서울 오피스 공급은 1990년대 연평균 40만평에서 2000년대 연평균 23만6000평, 2010년대 28만4000평까지 올랐다. 2015년 이후 부터 연평균 25만평대로 내려앉기 시작해 올해 이후 연평균 11만평 안팎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공급물량은 YBD와 기타지역에 집중됐다.
부동산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글로벌 공유오피스 기업 위워크가 국내 지점 정리에 나서는 등 코로나19 전후로 오피스 수요 확보에 타격이 있는 건 사실"이라며 "여의도는 일단 공급이 많다는 인식이 강하고 상대적으로 임대료가 저렴한 포스트타워 같은 곳에 관심이 우선적으로 몰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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