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타항공 M&A]'임시주총' 배수진, 매각 무산 가능성도 '염두'거래종결 시한 앞두고 주총 강행…"이행 않으면 계약내용 위반"
유수진 기자공개 2020-06-19 07:30:04
이 기사는 2020년 06월 18일 13:4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저비용항공사(LCC) 이스타항공이 딜 무산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배수진을 쳤다. 인수를 추진하고 있는 제주항공이 아직 이사·감사 추천 명단을 넘기지도 않았는데 선임안을 처리하겠다며 임시 주주총회 날짜를 잡았다. 거래종결 시한이 코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마냥 손을 놓고 있을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이를 두고 해외기업결합 심사 지연 등을 이유로 침묵을 유지하고 있는 제주항공에 적극적인 행동을 촉구하기 위한 조치라는 해석이 나온다. 인수 작업에 속도를 내라는 '압박용 카드'란 의미다. 동시에 제주항공이 끝내 인수를 포기해 책임소재를 따져야 할 때 이스타 측에는 귀책사유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기 위한 의도도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스타항공은 오는 26일 임시 주주총회를 개최하고 이사 및 감사 선임안과 발행주식총수를 확대하는 정관변경안을 처리할 예정이다. 최근 주주들에게 우편물을 발송해 임시 주총 소집 사실을 공지했다. 구체적으로는 이사 3명과 감사 1명을 신규 선임하고 정관상 1억주인 발행주식총수 한도를 1억5000주로 상향 조정할 계획이다.
통상 M&A 과정 중에 있는 회사가 주총을 열고 등기이사 선임에 나선다는 건 거래종결이 임박했다는 시그널로 해석 가능하다. 주식매매계약서(SPA) 등에 거래종결 전 주총을 소집해 인수자 측이 원하는 인물을 이사로 선임한다는 내용이 포함되기 때문이다. 매수자 측이 지명한 이사 후보에 대해 기존 최대주주인 매도자 측은 찬성표를 던져야 한다.
하지만 이번 이스타항공 건은 상황이 좀 다르다. 제주항공이 아직 이사 및 감사 후보 명단을 주지 않은 상태에서 주총 일정을 잡은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주총 직전까지만 후보자가 확정되면 선임안 처리 등에 전혀 문제될 게 없다. 아직 일주일 가량 시간이 남아 있다.
제주항공 쪽에서 이스타항공의 행동에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해외기업결합 심사가 아직 결론이 나지 않아 딜 클로징 일정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아직 이스타로부터 경영권을 넘겨 받지도 않았는데 우리와 관련된 내용으로 주총을 연다는 걸 전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항공업계에서는 이스타항공이 제주항공을 압박하기 위해 주총 개최라는 마지막 카드를 꺼내들었다고 분석한다. 이스타항공을 인수할 의지가 여전하다면 하루빨리 남은 절차를 밟자는 얘기다.
계약서상 명시된 거래 종결시한(6월29일)을 연장할지 여부에 대해서도 확답을 달라는 의미로 보인다. 제주항공측은 "계약서 세부내역은 비밀유지조항으로 확인이 어렵고 공시상 딜 클로징일은 양사가 합의하는 날"이라며 기한 연장 등에 대해 함구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스타항공이 딜이 무산되는 상황에 대비하기 시작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딜 무산의 책임을 놓고 법적 공방 등이 벌어질 경우 성실히 계약내용 모두를 이행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주총을 소집한다는 것이다. 만약 제주항공이 이사 후보를 추천하지 않으면 이번 주총에서 선임안 처리가 불가능하다. 이스타항공은 계약내용 이행을 위해 주총까지 열었으나 제주항공이 협조하지 않았다는 명분을 갖게 된다.
이스타항공 관계자는 "주총 개최는 우리가 반드시 이행해야 하는 의무사항으로 (이스타항공에) 귀책사유가 없다는 걸 분명히 하기 위해서라도 해야 된다"며 "거래종결을 위한 확약사항이라 이행하지 않으면 계약내용 위반이 돼 버린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달 초에 왜 주총을 소집할 수 밖에 없는지 이유를 적어 문서로 보냈고 수차례 이사·감사 명단을 요구했으나 아직 회신을 받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이스타항공 내부에서는 사실상 딜이 무산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시각도 꽤 존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거래종결 시한이 열흘 밖에 남지 않았으나 제주항공 쪽에서 연장하려는 의지를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 주요 근거다. 한 관계자는 "지금까지 아무런 답이 없다는 건 29일에 딜 클로징이 안 된다는 의미 아니겠느냐"라고 말했다.
제주항공은 여전히 이스타항공 인수를 진행하는 과정으로 달라진 게 없다는 입장이다. 회사 관계자는 "해외기업결합 심사를 위해 성실히 노력하고 있다"며 "인수의지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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