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신약개발 선봉장…'5000분의 1' 확률 재도전 [thebell interview]최용문 바이오팜솔루션즈 대표, 창업 후 소아뇌전증·알츠하이머 치료제 개발
서은내 기자공개 2020-07-07 08:11:17
이 기사는 2020년 07월 06일 10:4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우리의 일차 목표는 아시아 최고 뇌전증 치료제 회사가 되는 것이다. 나아가 뇌전증 분야 글로벌 1위 기업 UCB를 따라잡겠다."SK바이오팜이 코스피에 입성하면서 함께 조명되는 비상장 벤처가 있다. CNS(중추신경계) 신약개발업체인 바이오팜솔루션즈다. 바이오팜솔루션즈는 SK바이오팜의 신약개발 초기 근간을 다진 최용문 전 SK 부사장이 2008년 창업한 회사다.
미국 FDA로부터 품목 허가를 받은 SK바이오팜의 뇌전증 신약 '세노바메이트'를 비롯해 SK의 핵심 자산인 '솔리암페톨', '카리스바메이트' 등은 20여년 전 최용문 부사장 시절 발굴돼 초석을 다진 물질이다. SK바이오팜의 성공을 보면서 업계의 시선은 최용문 바이오팜솔루션즈 대표에게도 향했다.
국내 대기업의 신약개발 역사에서 자주 거론되는 LG와 SK의 신약사업 초기, 각각 두 사단이 있었다고 일컬어진다. LG에는 중앙연구소장 '최남석 사단'이 있었다면 SK에는 '최용문 사단'이 자리했다. 이들은 한국 신약개발사에 선봉장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최용문 대표는 SK바이오팜 퇴직 후 희귀병 간질 치료제 개발 아이디어를 가지고 또 한번 신약개발의 꿈을 이어가고 있다. 최 대표는 더벨과 인터뷰에서 SK바이오팜의 결실에 대해 남다른 감회를 전했다.
그는 "오래 전 함께했던 SK 초기 멤버들이 마침 최근 바이오팜솔루션즈로 모여 다시 의기투합하고 있다"며 "연구개발진이었던 김용길 박사나 조현 이사, SK네트웍스 출신 이언규 상무 등 내 강점과 약점을 잘 알고 DNA가 맞는 이들이 함께 있어 잘된 일"이라고 설명했다.
바이오팜솔루션즈는 주력 파이프라인인 뇌전증 치료제 후보물질(JBPOS0101)이 미국 FDA로부터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받고, 현재 글로벌 임상 2상을 진행 중이다. 최 대표는 지난 5월 소아연축 치료제 글로벌 2상이 국내 보건복지부 과제로도 선정돼 연구비 지원을 받았다는 소식도 전했다.
소아 뇌전증 치료제 개발은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분야다. 기존 품목허가된 소아 뇌전증 치료제는 독성이 매우 강하고 가격도 매우 비싼 탓에 언맷니즈(미충족 수요)가 큰 분야다. 국내에서는 판매되지 않고 있으며 미국에서의 한달 처방 가격은 60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미한 확률' 도전…끝까지 지원한 김항덕·최종현·최태원 회장에 공 돌려
최 대표는 CNS 치료제 분야에서 손꼽히는 전문가다. SK바이오팜에서 그가 발명한 물질 등록특허를 비롯해 바이오팜솔루션즈에서 낸 등록특허 개수는 약 450개에 달한다.
뉴욕주립대에서 유기화학 박사를 받고 노벨화학상 수상자 허버트 브라운 퍼듀대 교수의 리서치 펠로우(Research Fellow)를 거쳤다. 이후 카터 월리스(Carter-Wallace)에서 뇌전증 치료제 '펠바톨'을 개발, 승인 받은 경험이 있다.
유공 시절 SK는 신약개발사업을 시작하면서 초대 리더로 최 대표를 기용했다. 고 최종현 당시 유공 회장은 미국에 있던 최 대표를 불러들여 신사업을 개시하고 물심양면 신약개발을 지원했다. 최종현 회장 별세 후로는 최태원 회장이 뒤를 이어 투자를 지속했다.
최 대표는 "내가 기억하는 최종현 회장은 고부가 가치가 높은 바이오 사업에 매우 관심이 많았으며 나의 보고를 흥미있게 듣고, 구체적인 질문을 던졌다"고 회상했다. 최종현 회장도 생화학을 전공한 이학도였다.
최 대표를 믿고 지지해준 이로는 김항덕 전 SK 회장(현 JB주식회사 회장)도 빼놓을 수 없다. 김 회장은 과거 유공 사장 시절 해외유전개발사업을 추진했던 인사다. 유전개발도 신약개발처럼 성공가능성이 희박한 확률게임이다. 1990년대 김 회장은 최 대표를 유공으로 영입하면서 가장 처음 그를 면담하고 신약개발을 지원해준 든든한 후원자였다.
최 대표는 "김항덕 회장과의 첫 만남을 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김항덕 회장이 최 대표에게 가장 먼저 던진 질문은 '신약개발의 확률이 얼마나 되는지'였다고 한다. 최 대표가 "혹자는 5000분의 1이라고 하며, 어떤 이는 만분의 1이라고도 한다"고 답하자 김 회장은 "유전사업보다 확률이 낮다"며 실망한 기색을 보였다고 한다.
이어 최 대표는 "그래도 방법은 있다"며 "IND파일링(임상 신청)에 도달할 확률이 1000분의 1, 그 후로 5개 중 하나는 끝까지 갈텐데, 내가 IND 파일링까지는 뚫어볼 수 있다"고 얘기했다. 그제서야 김 회장의 얼굴이 밝아졌다고 한다.
SK바이오팜은 한국과 미국에 각각 5명씩 10명 남짓한 조직으로 시작했다. 최 대표는 "한국에는 CNS를 개발할 기술이 없었기에 미국에서 개발을 담당하고, 한국에는 기초연구 부서를 꾸렸다"며 "분기에 한번 한국에 왔으며 출입할때마다 김항덕 회장에게 직접 상황을 보고했다"고 말했다.
당시 활용했던 종이 보고서는 아직도 최 대표의 자산 1호다. 숱한 고민과 아이디어가 담겨있다. 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유효하다.
김 회장과의 인연은 최 대표의 SK 퇴직 후 바이오팜솔루션즈 창업으로도 이어졌다. 김 회장은 퇴직 후 중부도시가스(JB)를 운영했다. 그는 바이오팜솔루션즈의 창업 및 신약개발에도 직접 자금을 지원했다.
최 대표의 신약 개발은 철저히 약의 '밸류'에 초점을 두고 있다. 신약 개발사업은 일반적인 제조업처럼 따박따박 현금이 창출되는 일이 아니다. 보이지 않는 가치를 바라보며 계속 자금을 투입해야 한다. 그럼에도 김 회장이 신약 사업에 투자를 지속한 배경에는 최 대표의 사업가적 마인드에 대한 신뢰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게 최 대표의 설명이다.
◇카리스바메이트 임상 실패 경험 살려 약효, 독성 효능 개선
지난 12년간 바이오팜솔루션즈는 JBPOS0101의 적응증을 확대하며 희귀질환인 소아연축 및 간질중첩증을 비롯해 통증, 우울증, 알츠하이머 등으로 파이프라인을 늘리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는 "신약개발은 실패확률이 높고, 하나의 적응증으로 개발하다 도중 실패하면 처음으로 돌아가야한다"며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JBPOS0101 물질의 적응증을 8개까지 늘렸으며 그 중 두개는 약이 될거라고 내다 봤다"고 말했다.
바이오팜솔루션즈는 소수 파이프라인에만 집중해 마지막 단계까지 끌고가는 전략이 아닌, 임상 1상 수준까지 오랜 시간을 들여 물질의 확실한 기반을 확보하고 이를 여러 적응증으로 확대해, 2상 개발을 동시다발적으로 진행하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소아연축 치료제 개발 아이디어는 1990년대 최 대표가 SK로 합류하기 전 미국에서 개발한 치료제 '펠바메이트'가 시초다. 펠바메이트를 개선해 나온 것이 카리스바메이트라면, 또 한번 개선된 물질로 바이오팜솔루션즈가 개발을 이어나가는 모습이다.
카리스바메이트는 SK바이오팜이 존슨앤존슨에 기술이전, 공동개발했으나 2000년대 후반 NDA(품목허가신청) 문턱에서 실패를 맛봤던 이력이 있다. 최 대표는 "퇴직 후로도 계속 카리스바메이트에 대한 생각으로 한참동안 잠을 이루지 못했다"며 "약효, 독성 면에서 더 좋게 디자인해보기로 마음먹고 합성한 물질이 지금의 JBPOS0101"이라고 말했다.
바이오팜솔루션즈는 전세계적으로 뇌전증 및 희귀질환 치료제에 전문화된 경쟁력있는 제약사로 서는 것이 목표다. 글로벌 뇌전증 치료제 최강자 UCB가 롤모델이다. 소아연축 치료제 신약을 주축으로 글로벌 임상을 진행하고, 일반 간질 및 중첩성 간질 같은 후속 파이프라인도 2상에 곧 들어갈 계획이다. 알츠하이머 치료제도 올해 2상 IND 신청을 앞두고 있다.
그동안 바이오팜솔루션즈는 김항덕 JB주식회사 회장의 자금 지원으로만 연구개발을 끌어왔다. 본격적으로 임상 자금 개발이 많이 들어가는 시점을 고려해 내년 프리IPO로 외부 투자를 유치하고 2022년께 상장한다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최 대표는 "바이오팜솔루션즈에 있어 상장은 글로벌 회사로 나아가는 하나의 과정에 지나지 않는다"면서 "임상 파이프라인이 확대되면서 JB의 지원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회사 밸류를 고려해 상장 시기를 조율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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