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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규, 포니정 혁신상 그리고 아시아나항공 [thebell desk]

박상희 차장공개 2020-07-01 08:41:02

이 기사는 2020년 06월 30일 07:4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근 포니정 혁신상 수상자로 글로벌 인기그룹 방탄소년단(BTS)의 제작자 방시혁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의장이 선정되며 관심을 끌었다. 방 의장이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가 주목하는 혁신 기업가로, 다양한 시도를 통해 음악 산업 전반에 비전을 제시해 왔다는게 선정 이유였다.

25일 서울 삼성동 아이파크타워 포니정홀에서 열린 시상식엔 코로나19를 고려해 수상자인 방 의장을 비롯해 포니정재단 김철수 이사장, 재단 설립자인 정몽규 HDC 회장 등 최소 인원만 참석했다.

시상식 사진이 함께 실린 기사에 눈에 띄는 댓글이 있었다.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 거래(M&A)가 코로나19 사태로 늪에 빠져 어떻게 될 지 모르는 상황에서 정몽규 회장이 한가하게 시상식 쫓아다니며 기념사진이나 찍을 계제냐는 내용이었다.

공교롭게도 정 회장은 이날 저녁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을 만나 HDC현대산업개발이 인수 절차를 밟고 있는 아시아나항공과 관련한 얘기를 나눴다. 삼성동에서 시상식에 참여한 후 저녁 때 이 은행장을 독대하기 위해 여의도 산업은행 본사로 이동한 모양새였다.

이날 만남은 HDC현산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포기하려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무성한 가운데 이뤄져 관심을 모았다. 이 회장은 인수 조건 완화 뜻을 전했지만 정 회장은 인수 의지 확답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정 회장은 코로나19 팬데믹이 불러온 미증유 사태 속에서 재계에서 가장 고민이 많은 경영인 중 한명이다. 코로나19가 산업 전반에 걸쳐 충격을 줬지만 가장 큰 타격을 입은건 항공업이다. 전 세계 공항이 올스톱되다시피 하면서 대부분 항공사가 파산 위기에 직면했다. '투자의 달인'으로 불리는 워런 버핏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항공주를 손절하며 항공업의 시대가 끝났음을 시사했다. 더 암울한건 백신 개발이나 팬데믹 종식 등 향후 전망도 불투명하단 점이다.

지난해 11월 HDC현산이 아시아나항공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뒤 정 회장이 기자회견장에서 밝힌 소감을 기억한다. 그는 "아시아나항공 인수는 국가기간산업인 항공산업이 HDC그룹의 지속가능한 성장에 부합한다는 전략적 판단에 따른 것"이라면서 "HDC그룹이 항공산업뿐만 아니라 나아가 모빌리티 그룹으로서 한 걸음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야심찬 포부를 밝히던 정 회장도 약 2개월 뒤 코로나19 사태가 '태풍의 눈'이 돼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흔들 줄은 상상도 못했다.

다시 포니정 혁신상 이야기로 돌아간다. 이 상은 정 회장의 부친인 고(故) 정세영 회장의 도전과 혁신정신 등을 기리기 위해 고인의 애칭인 ‘PONY 鄭'을 따라 2006년 제정됐다. 정세영 회장은 자동차 산업 불모지였던 한국에서 국내 자체 기술로 포니 자동차를 개발하는 프로젝트를 이끈 주역이다. 포니정재단을 설립한 정 회장은 100억원 넘는 돈을 재단에 기부하고 매년 시상식에 참여하는 등 애정을 드러내왔다.

25일 시상식에 참여한 후 산업은행 회장을 만나러 가는 길에 정 회장이 어떤 생각을 했을지 궁금해진다.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는 게 맞는 길일까. 아니면 포기하는게 현명한 선택일까. 인수한다면 어떤 방법을 취해야 부담을 최소화 할 수 있을까. 정 회장은 과연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을 혁신적으로 마무리 할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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