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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가·업황 이중고', 전기로 철강사 내실없는 성장 지속 [전기로 철강사 점검]핵심 원료 고철 오름세 지속, 동국제강·세아베스틸 등 업체 9곳 수익성 '뚝'

구태우 기자공개 2020-07-06 11:30:00

이 기사는 2020년 07월 01일 10:0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철은 산업의 '쌀'로 불린다. 철은 자동차와 건축, 가전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중간재로 두루 활용된다. 소비자가 가볍고 강도가 높고, 고급스러운 제품을 선호하면서 철강 제품의 품질은 이전보다 중요해졌다.

철의 3대 원료는 철광석과 고철(철스크랩), 원료탄이다. 고로 철강사들은 해외서 수입한 철광석을 녹여 쇳물을 뽑고, 전기로 철강사는 고철을 녹여 쇳물을 뽑는다.

고로 철강사는 열연과 냉연강판 등 판재류를 주로 생산해 조선소와 자동차 부품사에 납품한다. 전기로는 철근과 형강, 특수강 등을 생산하는데 주로 건축용 자재로 쓰인다. 특수강 제품의 비중은 20%를 조금 넘는다.

국내 철강업체 중 고로 철강사(포스코, 현대제철)는 세계적 수준의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전기로 철강사는 규모도 작고 경쟁력도 상대적으로 열위에 있다. 국내 최초로 전기로를 가동한 동국제강이 비교적 높은 경쟁력을 갖고 있다는 평이다.

최근 현대제철이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전기로 가동을 중단하기로 결정하면서 해당 공정을 운영하는 중소형 업체들의 지속성 여부가 도마에 올랐다.


더벨이 국내 전기로 철강사가 공시한 지난 5년의 사업보고서를 살펴본 결과 '내실 없는 성장'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 규모는 커졌지만, 원가 부담과 업황 악화로 수익성은 눈에 띄게 악화됐다.

국내 철강사 중 전기로를 가동하는 곳은 총 9곳이다. 이중 중대형사가 2곳(동국제강, 세아베스틸), 중형사가 7곳(한국철강, 대한제강, 세아창원특수강, 와이케이스틸, 한국특수형강, 환영철강공업, 한국제강)이다. 이들 철강사는 규모도 주력 제품도 다르다. 그럼에도 수익성을 가능한 한 확보해야 하는 공통의 과제를 안고 있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이들 업체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2015년 4.7%를 기록했는데, 지난해 3.2%를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은 이 기간 동안 1.5% 포인트 하락했는데, 일부 업체들은 1% 미만까지 하락해 수익성 개선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체별로는 한국제강과 환영철강공업의 영업이익률이 유일하게 5%를 넘었다. 이들 업체는 매출 규모가 5000억원 안팎으로 동종 업체 평균보다 낮다. 하지만 수익성은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 업체인 동국제강과 세아베스틸의 영업이익률은 각각 2.6%과 0.1%를 기록했다. 두 업체는 매출 규모가 조 단위를 넘는다. 동국제강은 건축용 자재와 가전용 컬러강판 부문에 강점을 갖고 있다. 세아베스틸은 자동차용 특수강 분야에서 강점이 있다.

특히 세아베스틸은 2015년 9.5%의 영업이익률을 냈을 정도로 우수한 수익성을 자랑했다. 하지만 전방산업인 자동차 산업이 급격하게 침체되면서 영향을 입었다.

세아베스틸은 같은 기간 동안 매출과 가동률 모두 소폭 하락했다. 동국제강은 매출과 가동률은 늘었지만, 영업이익률은 2015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두 업체 모두 성장이 더뎌졌다.

전기로 철강사의 수익성이 악화된 이유는 무엇일까. 이유는 전·후방산업의 영향 때문이다. 전기로 철강사의 원가 중 철스크랩이 차지하는 비중은 40% 안팎을 차지한다. 동국제강은 원가 중 35% 가량이 철스크랩이 차지하고 있다. 전기로 철강사는 철스크랩을 안정적으로 조달해 원가를 절감하는게 최우선 과제다.


철스크랩은 브라질과 호주 등 해외에서 전량 수입하는 철광석과 달리 국내에서 약 80%를 조달한다. 2015년까지 하락세를 보이던 철스크랩 가격은 상승세를 보였다. 2019년 국내산 철스크랩은 톤당 25만3000원을 기록했다. 2015년 톤당 18만9000원이었는데 5년 간 25% 올랐다. 수입산은 지난해 톤당 360달러 선에서 거래됐다. 같은 기간 동안 60달러 가량 인상됐다.

이는 업체의 원가율에 고스란히 영향을 미쳤다. 와이케이스틸과 한국특수형강을 제외한 7개 업체에서 5년 간 원가율이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업체별로는 세아베스틸이 9.3% 포인트 가량 오르면서 오름폭이 가장 컸다. 동국제강의 원가율은 같은 기간 1.1% 포인트 올랐다. 핵심 원료인 철스크랩 가격은 오른 반면 제품가격에 원가 인상분을 반영하지 못하면서 업체들의 수익성이 악화된 것으로 풀이된다.

관련업계는 철스크랩 조달의 불안정성이 계속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철강산업이 침체될 때 전기로 철강사들은 철스크랩 구매 시 수익성을 추구하려는 경향이 높아진다. 제강사가 철스크랩 매입가를 지속적으로 낮출 경우 고철 업체들은 자금난이 심화돼 도산하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영업환경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대형 전기로 업체들은 조달 안정성을 고려해 철스크랩을 구매한다. 철스크랩 매입 가격의 변동폭을 최소화해 안정적으로 조달하려는 것이다. 대형사인 현대제철이 전기로 가동을 중단하면서 앞으로 스크랩 업체의 경영난이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철스크랩의 공급 불안정성은 심화될 것"이라며 "이는 시장 가격의 왜곡을 초래하고 제강사와 고철업체의 수익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고로 철강사와 전기로 철강사 모두 '보릿고개'를 지나고 있다. 원료인 철광석과 철스크랩 모두 가격이 오르면서 원가 부담이 커진 데다 전방산업이 침체됐기 때문이다. 전기로 철강사는 고로 철강사보다 부가가치가 낮은 제품을 취급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산업용 전기료도 매년 오르고 있어 전기로 업체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철강 분야는 자본집약 산업으로 초기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다. 이 같은 이유로 업황 변동에 따라 사업구조 개편과 구조조정도 쉽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결국 생존을 위한 치열한 원가 경쟁이 이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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