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0년 07월 06일 07:5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롯데쇼핑의 통합배송 실험이 베일을 벗었다. 중심에 롯데쇼핑 유통점포가 아니라 식품 계열사 롯데GRS가 서 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앞서 4월말 롯데쇼핑은 이커머스 플랫폼 '롯데ON(이하 롯데온)'을 선보였다. 신동빈 회장이 10여년 전부터 외쳐온 '옴니채널' 주문을 집대성한 결실이다. 오프라인 1만5000개 점포 자산을 온라인과 유기적으로 접합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 하는 것이 핵심이다.
롯데온의 최대 특징은 마트, 백화점, 하이마트, 롭스 등 여러 계열사 상품을 하나의 플랫폼으로 통합했다는 점이다. 롯데온을 중심으로 계열사 점포 자산 활용도를 극대화해 온·오프라인 유통의 경계를 넘나들겠다는 목표였다.
주문 접수를 하나의 플랫폼으로 일원화 시켰지만 문제는 실제로 주문을 통합 처리하는 데 실패했다는 점이다. 계열사간 통합배송 네트워크와 기반시설을 구축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롯데쇼핑은 고심에 빠졌다. 강희태 대표이사는 각 사업부의 디지털 마케팅업무를 담당하는 30대 직원 9명을 모아 '옴니협의체'를 꾸리고 해답을 찾도록 지시했다.
옴니협의체가 한달 후 내놓은 구상은 이번 '한시간 통합배송' 실험의 모태였다. 통합배송의 거점은 놀랍게도 롯데쇼핑이 아니라 롯데GRS가 선정됐다. 롯데GRS가 롯데쇼핑 계열사 못지 않은 전국 1300여개 롯데리아 점포망을 보유하고 있고 딜리버리 서비스 때문에 이륜 배송 인프라도 훌륭하다는 장점을 주목했다는 후문이다.
테스트 서비스는 우선 롯데온을 통해 롯데GRS 4개 외식 브랜드(롯데리아, 엔제리너스, 크리스피크림 도넛, 빌라드샬롯) 110개 메뉴에 대해 주문이 들어오면 한시간 내 브랜드 경계없이 합배송 받을 수 있도록 한 데서 출발한다. 내달에는 서비스 대상 품목을 롯데백화점, 롯데마트, 롭스 등 유통사의 400여개 상품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롯데 유통 점포가 밀집한 잠실에서 먼저 시범 운영된다.
이 지역 직장인이 점심에 롯데리아 햄버거와 아메리카노를 주문하면서 마침 필요했던 생리대와 클렌징워터를 함께 배송해달라고 요청할 수 있다는 의미다. 외식 상품을 주문하기 위해 유입되는 트래픽을 활용해 타 계열사 상품 소비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유도한 것이 특징이다.
실험이 성공할까. 불확실성이 많이 남아있다. 잠실 지역에서 롯데리아 햄버거와 엔제리너스 커피를 주문하는 고객층이 롯데마트, 롭스, 백화점 상품까지 얼마나 소비 확장성을 가질지 미지수다. 식사 시간대에 몰리는 특성이 있는 롯데GRS 고객 주문에 대해 얼마나 단위 시간 내 병목 현상없이 타 계열사 상품에 대한 배송 요청까지 동시에 처리할 수 있을지도 관건이다.
그럼에도 롯데온 통합배송 실험은 그간 구호에 더 가까웠던 '옴니채널' 전략이 실체를 얻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앞으로도 많은 시행착오를 겪을 것이다. 그 첫 걸음을 뗀 것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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