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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쇼핑, 롯데ON '다중 배송전략'에 담긴 고민 부문별 이해관계 조율난항…1만여개 점포·막대한 비용 부담

최은진 기자공개 2020-04-24 10:04:47

이 기사는 2020년 04월 22일 16:3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롯데쇼핑이 선보이는 이커머스 플랫폼인 '롯데ON(이하 롯데온)'은 여러 채널상품을 단 하나의 플랫폼에 '통합'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 채널별로 분산됐던 고객을 끌어모아 편리성을 높여 시너지를 창출하겠다는 목표에서 롯데온이 출발했다.

그런 의미에서 통합배송이 아직 합의되지 못했다는 점은 롯데온의 한계를 드러내는 대목으로 평가된다. 각 사업부문의 이해관계 조율은 물론 핵심 인프라인 배송 시스템을 완비하지 못했다는 점을 시사한다. 한편에서는 '이커머스의 구조적 적자'라는 과제를 회피하겠다는 고심의 결과물로도 파악된다.

◇부문별 배송전략 상이, 통합보단 '적시적소' 배송 초점

이커머스의 핵심 인프라는 보통 '검색-결제-배송' 세가지로 압축된다. 고객의 니즈에 맞게 양질의 상품을 얼마나 신속·정확하게 검색할 수 있느냐가 첫번째 과제다. 빅데이터를 활용한 각 이커머스만의 장기를 발휘하려는 움직임도 이 때문이다. 결제 역시 편리성에 기반한 인프라로, 쿠팡이나 에스에스지닷컴(이하 쓱닷컴) 등은 일찌감치 각각 페이사업을 영위하며 관련 인프라를 내재화 했다.

배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상당히 풀기 어려운 난제로 꼽힌다. 대규모의 물류창고가 필요한 것은 물론 운반 인프라인 인력과 운송수단 등의 확보가 필요하다. 이에 대한 비용을 어떻게 감당할 것이냐를 놓고 이커머스 기업들은 '규모의 경제'로 풀겠다는 목표로 출혈을 감내하면서도 외형확대를 추구하고 있다.

오는 28일 출범하는 롯데쇼핑의 야심작 롯데온은 세가지 핵심인프라 가운데 배송부분에 있어 완전한 통합을 이루지 못했다. 당초 배송도 통합대상에 포함됐지만 결과적으로 불발됐다. 일단은 각 사업부문의 개별 배송방식대로 진행키로 했다. 롯데온에서 롯데닷컴·백화점·마트·슈퍼·롭스·하이마트·홈쇼핑 등 7개 사업부문의 상품을 한번에 검색 및 결제할 수 있지만 배송은 각각 이뤄지는 셈이다.

이는 이커머스 선두주자인 쿠팡과 쓱닷컴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쿠팡은 169개의 자체 물류센터를 보유하고 있는데다 쿠팡맨이라는 이름으로 운반 인프라를 내재화 해 로켓배송이라는 명칭으로 통합배송 시스템을 안착시켰다.

쓱닷컴은 신세계백화점, 이마트, 트레이더스 등 신세계그룹 내 여러 계열사의 온라인몰이 하나로 통합된 만큼 이들까지 아우르는 완전한 통합배송은 이루지 못했다. 다만 쓱닷컴이 자체 구축한 물류센터를 통해 직매입한 상품과 이마트 오프라인 거점매장의 상품 등은 쓱배송 및 새벽배송이라는 이름으로 통합배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CJ대한통운, 현대글로비스 등과의 제휴로 쓱배송 전담 운반시스템을 마련하고 있기도 하다.

◇통합배송에 막대한 자금·시간소요…마트·슈퍼 활용해 서서히 전환

롯데쇼핑은 일단 기존과 마찬가지로 각 사업부문별 개별배송을 진행하는 방식으로 롯데온을 오픈한다. 백화점·마트·슈퍼·롭스 등의 사업부문이 롯데쇼핑이라는 한 울타리에 있기는 하지만 각각 상품매입 혹은 보관방식 등이 달라 배송을 통합하는 게 쉽지 않은 상황이다.

배송 서비스 역시 각 사업부문별로 전략이 상이하다. 롯데닷컴은 당일배송 및 스마트픽 전략이, 롯데마트는 바로배송 및 새벽배송 등의 전략을 활용한다. 다만 모든 사업부문의 직매입 상품 배송은 계열사 롯데글로벌로지스(롯데택배)가 전담한다.

롯데쇼핑은 고객마다 배송에 대한 선호도가 다른만큼 이를 일원화 시키는 것보다는 선택할 수 있는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 고객이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 배송될 수 있도록 고객이 직접 선택할 수 있게 하겠다는 설명이다. 다만 이렇게 되면 여러번 배송을 받아야 하는 문제가 있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롯데쇼핑 e커머스사업부에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고객이 원하는 배송서비스는 무조건 빠른 서비스가 아니라 본인이 원하는 장소와 시간에 맞출수 있는 플렉서블함이었다"며 "이를 반영하기 위해 다양한 배송서비스를 제공하고 선택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롯데쇼핑이 통합배송이 아닌 다중배송 전략을 구사하는 것으로 미뤄볼 때 롯데온을 구심점으로 한 완전한 사업부문별 통합을 이루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강희태 롯데쇼핑 대표이사 부회장이 강력한 리더십으로 일원화 된 법인을 만들겠다는 목표로 롯데온으로의 '통합'에 드라이브를 걸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조율할 수 없었던 특정한 배경이 있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우선 1만3000여개의 오프라인 점포에 대한 버거움 때문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쿠팡은 자체물류센터를 계속 신설하며 통합배송에 걸맞는 인프라를 구축해 나갔다. 쓱닷컴 역시 용인과 김포에 자체 물류센터를 신설하고 이마트 오프라인 점포를 거점 센터로 전환하는 데 막대한 비용을 투자했다.

하지만 롯데쇼핑은 이미 많은 오프라인 점포를 보유하고 있는 만큼 이를 통합배송에 맞는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데 상당한 시간과 자금이 소요될 것으로 판단했다. 당장 롯데온 출범을 눈앞에 두고 있는 상황에서 통합배송까지 시작하는 건 어렵다고 결론낸 것으로 보인다.

롯데마트 풀필먼트 스토어 광교점

지난달 롯데마트가 중계점과 광교점에 풀필먼트 시스템을 갖추고 바로배송 서비스를 시범적으로 시행하고 차츰 늘려가겠다는 계획을 세운 것을 감안할 때 롯데쇼핑 역시 앞으로 통합배송으로 전략을 펼쳐야 한다는 점은 인정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롯데쇼핑이 통합배송 서비스의 대대적인 시행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출혈을 당장 감당키 어렵다고 결론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쿠팡과 쓱닷컴의 경우 통합배송을 위한 물류센터 설립과 운반시스템 등을 갖추는 데만 수조원의 자금을 썼고 여전히 적자의 핵심으로 꼽히고 있다.

2년 연속 수천억원의 적자를 보고 있는 롯데쇼핑 입장에서는 롯데온의 성공유무를 보기도 전에 통합배송 서비스까지 시행하기엔 부담이 따랐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가장 많은 비용이 투입되는 배송과 관련해선 일단은 '기존방식대로 하자'는 결론으로 이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롯데쇼핑 내부 관계자는 "통합배송 서비스를 갖추고 시행하는 데 상당한 비용이 투입되기 때문에 이를 하지 않는 게 회사 입장에서는 재무적으로 부담이 덜한 것"이라며 "롯데마트 등을 활용해 통합배송 거점으로 삼는 논의가 계속되고 있는만큼 천천히 관련 서비스를 늘려나가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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