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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드 사고나면 '판매사 선보상' 굳어지나 [Policy Radar]판매사 선보상→후 처치 사실상 '가이드라인'…판매사 불만 고조

허인혜 기자공개 2020-07-09 08:10:22

이 기사는 2020년 07월 07일 07:29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투자증권이 옵티머스자산운용 펀드에 대한 70% 선제적 보상안을 확정하는 등 펀드 사고 '판매사 선보상'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라임자산운용 사태를 필두로 선제적 보상안 독려에 나서며 판매사의 투자금 선지급이 새 규범처럼 자리 잡은 셈이다.

펀드 사고의 해결책이 판매사의 선보상과 후처치로 굳어지면서 판매사들의 부담감은 한층 높아졌다. 선제적 보상안을 두고 판매사와 투자자가 샅바싸움을 하는 사이 금융당국의 책임론이 옅어졌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옵티머스 펀드도 '선제적 보상안'…판매사 선보상 '新규범화'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NH투자증권은 옵티머스운용 펀드 '옵티머스 크리에이터' 등에 투자한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투자원금의 일정 비율을 유동성 공급차원에서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적정 지급비율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한투증권은 2일 정일문 대표 주재로 소비자보호위원회 회의를 열고 70% 선제적 보상안을 확정했다. 한투증권은 이번주부터 옵티머스운용 펀드에 대한 70% 선지급 신청서를 교부해 투자자들과 개별 합의를 거치고 있다. '옵티머스 헤르메스'와 '옵티머스 가우스' 등 판매 펀드 선지급에 동의하면 10 영업일 이내에 투자금의 일부를 돌려준다는 내용이다.

옵티머스운용 펀드 사태에도 판매사의 보상안 사례가 잇따르며 금융투자업계에 '판매사 선제적 보상안'이 추세로 자리를 잡았다는 평이다. 지난해 해외 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손실부터 시작된 대규모 펀드 사고가 1년여 동안 이어지며 선제적 보상 사례가 고착화되고 있다.

'선제적 보상안'이 금융투자업계에 대대적으로 퍼진 계기는 라임운용 사태다. 3월 신영증권은 라임운용 펀드 투자자에게 400억원을 자발적으로 보상한다고 발표했다. 이후 신한금융투자와 신한은행 등 라임운용 펀드 판매 규모가 컸던 판매사들 위주로 최대 70% 수준의 선제적 보상안이 등장했다. 이 시기 신금투는 독일 헤리티지 DLS(파생결합증권) 선보상안도 마련했다.

이밖에 하나은행이 이탈리아 헬스케어 펀드, IBK기업은행이 디스커버리채권펀드, KB증권이 호주부동산 펀드 선제적 보상안을 고지했다.


◇금감원 "선제적 보상안 긍정적" 평가에 판매사 '부담 확대'

판매사들의 선제적 보상안은 금융감독원이 '바라던 그림'이라는 평이다. 윤석헌 금감원장은 라임운용 사태와 이탈리아 헬스케어 펀드 등을 두고 선제적 보상안을 마련한 하나은행과 신영증권, KB증권 등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판매사들의 참여를 권했다. 이후 선제적 보상에 대한 배임 우려가 나오자 금융당국이 나서 '배임이 아니다'는 취지의 발언을 내놨다.

선제적 보상안을 제시해 합의를 마치면 분쟁조정위원회에 상정하지 않아 금융당국의 부담감도 상당 부분 줄어든다. 선제적 보상안을 '사적 합의'로 보기 때문에 이후 분쟁조정이나 법정공방은 어려워져서다. 금융당국도 원칙적으로는 분조위에 오르지 않은 안건에 대해 자의적으로 해결책을 제시할 수는 없다. 최근의 사례인 한투증권의 옵티머스운용 펀드 선지급 신청서를 보면 "선지급 신청서에 동의하면 9월 30일까지 투자상품에 대한 민원이나 소송 등의 이의제기를 하지 않는 조건"이라는 문구가 명시돼 있다.

선제적 보상안에 대한 '당근책'은 제재 수위다. 금융당국 고위급 관계자는 "당국 규정상 보상안을 마련한 금융사들에 대한 제재조정이 가능하다"고 했다. 라임운용 사태를 두고 가장 먼저 선제적 보상안을 제시한 신영증권도 금감원과 사전적 협의를 거쳤다고 밝힌 바 있다.

앞서 선진국 금리연계형 DLF 판매사였던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이 강력한 제재를 받은 점도 압박요소로 작용했다고 금융투자업계는 전했다.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은 선진국 금리연계형 DLF 불완전판매 책임에 따라 각각 167억8000만원·197억1000만원의 과태료에 더해 일부 영업에 대한 6개월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다. 더 아팠던 벌은 당시 두 은행의 행장을 맡고 있던 함영주 부회장과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에 대한 문책경고였다. CEO 중징계로 연임과 경영 지속이 불투명해졌기 때문이다.

판매사들은 잇따른 펀드 사고를 판매사 팔 비틀기로 해결해 나간다고 토로했다. 대형 펀드사고에 선제적 보상안을 발표했던 A증권사 관계자는 "판매사가 책임이 없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펀드에 문제가 있었다면 운용사와 판매사가 각자의 책임을 나눠 지는 것이 합당하다고 본다"며 "전문 사모운용사가 수백, 수천억원을 처리할 능력이 없으니 규모가 큰 판매사에게 운용사의 잘못까지 씌우는 셈"이라고 답했다.

선제적 보상안을 내놓은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라임운용 사태 이전에는 판매사 선보상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었다"며 "이전에는 보상에 대한 이유를 찾았는데 보상 선례가 다수 남은 만큼 앞으로는 보상을 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소명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라임운용 사태에 선제적 보상안이 줄지어 나온 배경에 대해서는 당국 차원에서 '동요를 잠재우라'는 요구가 있었다고 귀띔했다.

판매사와 투자자 간 대결구도가 고착화되리라는 우려도 나타냈다. B은행 관계자는 "판매사 선제적 보상안이라는 새로운 개념이 등장하면서 초점이 운용사의 잘못된 펀드 운용이나 판매사의 불완전판매 등 본질이 아닌 개별 판매사의 보상 한도 등에 맞춰지게 됐다"며 "이 과정에서 운용사의 책임과 감독당국의 역할론은 빠진 채 판매사와 투자자간의 대결구도가 양산되고 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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