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0년 07월 20일 07:4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모두에게 씨만 뿌리라고 하면 수확은 누가 하나요? 해외의 경우 FI들이 초기 벤처기업에 투자하면 기업들이 바통을 이어받아 수확해갑니다. "며칠 전 만난 한 벤처캐피탈 대표는 CVC 역할에 대해 비유를 했다. SI와 FI는 투자의 방향성과 목적이 다른데 일괄적으로 투자만 권장하는 것은 벤처 생태계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제는 CVC 허용이라는 구호에만 매몰될 것이 아니라 진짜 역할에 대해 논의해야 할 때라고 했다. CVC가 모기업 자금 여력을 바탕으로 M&A를 활성화해 IPO 외 회수 시장의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근 10년 사이 대기업의 벤처기업 M&A사례는 2015년 당시 다음카카오가 내비게이션 앱 ‘김기사'를 626억원에 인수한 것이 대표적이다. 반향은 컸다. 대기업이 벤처기업을 인수한 매우 드문 사례였기 때문이다. 이듬해 카카오내비가 출시됐고 4년 만인 지난해 누적 가입자 1600만명, 월간 실사용자(MAU) 500만명을 육박했다. 이후 카카오는 크고 작은 M&A를 통해 외형 성장을 도모해왔다. 커머스, 금융, 게임, 뮤직 등을 구축하며 종합 모바일 생활 플랫폼으로 변모해가고 있다.
이후 국내에서 이런 케이스는 더 나오지 않았다. 단군 이래 최대 정책 자금이 창업 생태계로 흘러들고 오고 있지만 말이다. FI들이 키운 국내 벤처기업은 해외자본이 주워갔다. 스타일난다를 시작으로 배달의민족은 국내 벤처기업 M&A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하며 매각됐다. 여기어때, 수아랩 등도 미국 기업, 해외 사모펀드 등에 매각되며 뒤를 이었다.
국내 CVC는 액셀러레이터, VC 출자 등을 통해 직·간접적으로 1000개 이상의 벤처기업을 지원하고 육성한다. 그러나 정작 M&A에는 나서지 않고 있다. 대기업에 뿌리를 둔 CVC는 벤처기업과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음에도 말이다. 국내에서 벤처기업 창업자나 투자자들이 M&A를 통해 자금을 회수한 비율이 2%에 불과하다.
반면 미국은 82%가 넘는다. 글로벌 벤처붐도 결국은 대기업 CVC 가 견인했다. 글로벌 CVC는 기술 기반 기업에 전략적으로 투자해 M&A로 이어갔다. 이와 비교하면 국내는 민간 자금의 투자와 순환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셈이다.
CVC가 공적 자금과 발맞춰 벤처생태계 자금 수혈을 위해선 M&A활성화에 초점을 맞춰야한다. IPO 외 회수 시장의 선택지를 늘려 생태계의 '수요와 공급'을 맞춰줘야 한다. 그래야 투자, 성장, 회수, 재창업, 재투자의 선순환 사이클이 국내 벤처 생태계에도 자리 잡을 수 있다. 이제는 CVC가 벤처기업들의 수확을 도울 때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수은 공급망 펀드 출자사업 'IMM·한투·코스톤·파라투스' 선정
- 마크 로완 아폴로 회장 "제조업 르네상스 도래, 사모 크레딧 성장 지속"
- [IR Briefing]벡트, 2030년 5000억 매출 목표
- [i-point]'기술 드라이브' 신성이엔지, 올해 특허 취득 11건
- "최고가 거래 싹쓸이, 트로피에셋 자문 역량 '압도적'"
- KCGI대체운용, 투자운용4본부 신설…사세 확장
- 이지스운용, 상장리츠 투자 '그린ON1호' 조성
- 아이온운용, 부동산팀 구성…다각화 나선다
- 메리츠대체운용, 시흥2지구 개발 PF 펀드 '속전속결'
- 삼성SDS 급반등 두각…피어그룹 부담 완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