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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캐피탈리스트 뉴스타트]창업설계 '밸류 크리에이터' 오성수 바이오디자이너스 대표홀로서기 '컴퍼니빌더' 설립, '기술 사업화' 디자이너 자처

박동우 기자공개 2020-07-22 08:03:44

[편집자주]

벤처캐피탈리스트는 투자기업 발굴과 자금 집행, 밸류업 등을 수행하는 멀티플레이어다. 벤처투자업계가 성장 가도를 달리면서 축적된 노하우와 경험을 기반으로 스타트업 창업과 컴퍼니빌더 등으로 진화하는 벤처캐피탈리스트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들은 펀드 운용 경험에서 우러난 철학과 전문 지식을 접목해 활약 중이다. 벤처캐피탈리스트 출신 창업가들을 만나 삶과 비전을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0년 07월 20일 15:2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연구진의 기술에 담긴 꿈을 창업으로 실현하는 데 도움을 주고 싶습니다. 애착이 가는 바이오 산업의 발전에 기여하고 싶다는 생각을 품고 '컴퍼니빌더'를 설립했습니다."

오성수 바이오디자이너스 대표(사진)는 산업계와 금융 영역을 누볐다. 다양한 경험을 엮어 스타트업을 길러내는 노하우를 체득했다. 올해 4월 그는 벤처투자업계를 벗어나 창업 과정을 돕는 전문회사인 '바이오디자이너스'를 차렸다.

기술의 옥석을 가려내 기업의 주력사업으로 접목하는 데 방점을 찍었다. 생명공학 스타트업의 생태계가 두터워질 거라는 믿음이 작용했다. 오 대표는 "자칫 사장될 수 있는 기술에도 가치를 부여하겠다"며 '밸류 크리에이터'로 거듭나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 사업기획·벤처투자 종횡무진, '알테오젠·지노믹트리' 지원 성과

오 대표는 대학에서 생물학을 공부하면서 바이오 분야에 눈을 떴다. 졸업 뒤에는 존슨앤드존슨메디칼, 삼성종합기술원, 대웅제약, LG생명과학 등에서 근무했다. 사업기획에 집중하면서 산업의 전반을 들여다보는 시각을 길렀다.

2000년대 초반 삼성종합기술원에 몸담은 덕분에 기술을 사업화하는 역량을 쌓을 수 있었다. 당시 생체정보를 감지하는 '바이오칩' 상용화 프로젝트에 관여했다. DNA, 단백질, 세포 등의 물질을 한데 모은 소자로 진단이나 의약품 개발에 활용할 가능성이 무궁무진했다.

바이오칩의 개념이 생소한 탓에 개발에 어려움을 겪던 시절이기도 했다. 당시 그는 보건당국과 벤처업계, 의학계를 공략했다. 새 시장을 개척하려면 제품의 표준 규격을 정립해야 한다는 논리로 설득했다. 그의 호소는 먹혀들었다. 삼성종합기술원은 정부 지원에 힘입어 바이오칩 시제품 개발에 성공했다.

경력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벤처캐피탈리스트'다. 2007년 박민식 파트너의 러브콜을 받아 스틱인베스트먼트로 자리를 옮기며 스타트업 투자와 연을 맺었다. 파트너스인베스트먼트, 엠벤처투자를 거쳐 2012년 솔리더스인베스트먼트에 합류했다.

약정총액이 1500억원에 달하는 'KB·솔리더스 글로벌 헬스케어 펀드'와 300억원 규모의 '미래창조 IBKC·솔리더스 바이오세컨더리 투자조합' 운용을 총괄하면서 진가가 드러났다. 그는 △바이오리더스 △알테오젠 △노바렉스 △아이큐어 △지노믹트리 등 34곳의 신생기업을 발굴했다. 이들 기업에 베팅한 금액을 더하면 1380억원에 이른다.

기억에 진하게 남은 딜(deal)은 단연 알테오젠과 지노믹트리다. 기술을 둘러싼 철저한 분석이 앞서야 한다는 철학이 녹아들었기 때문이다. 오 대표는 "투자가 매우 합리적으로 이뤄질 것 같지만 실제 심사역 개인의 주관이 많이 반영될 수밖에 없다"며 "기술의 시장 가치와 리스크까지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자세를 갖고 임했다"고 설명했다.

알테오젠에 2014년 17억원, 2016년 100억원 등을 잇달아 베팅했다. 체내 단백질 약물의 효능이 이어지는 시간을 늘린 '넥스피(NexP)' 기술이 매력적이었기 때문이다. 선구안은 통했고 400억원 가까이 회수했다.

지노믹트리 역시 독보적인 기술 경쟁력이 빛났다. 바이오마커(생체지표) 분석 기술로 승부수를 띄워 조기진단 영역에 진입한 업체다. 의학 진단 결과를 확인하는 차원에 그치던 업계 기술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고 판단했다. 2012년, 2014년, 2020년 등 세 차례에 걸쳐 총 210억원을 투입했다.

◇ "기술에 담긴 꿈 실현 돕는 '디자이너' 되겠다"

오 대표는 잭팟의 달콤함에 안주하지 않았다. 투자는 목적을 실현하는 수단에 그쳐야 한다는 점을 가슴에 새기면서 스스로를 경계했다. 신사업의 얼개를 세우고 피투자기업의 밸류업을 촉진하는 전문성을 살려 새 일에 도전하고 싶다는 소망이 싹텄다.

올해 4월 문을 연 바이오디자이너스에 그의 비전이 녹아들었다. 초대 범부처신약개발사업단장과 서울아산병원 임상연구센터장을 역임한 이동호 박사와 의기투합했다. 유망한 기술과 아이디어를 갖춘 연구자들의 창업을 돕는 밑그림을 그렸다.

대기업과 벤처기업, 연구소에 포진한 전문가를 멘토로 초빙했다. 150여명으로 이뤄진 집단을 기술과 경영 부문으로 나눴다. 스타트업의 주력사업을 기획하는 데 자문단의 제언을 연계하는 구상을 짰다.

현재 예비 창업팀 2곳과 손잡고 공동 창업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미국 대학 연구실과도 대화의 물꼬를 텄다. 일개 연구 프로젝트의 사업화를 넘어 국내 기업으로 기술 이전하는 방안까지 모색할 계획이다.

신생기업의 운영자금을 조달해주는 시나리오도 짰다. 개인투자조합을 만들어 투자하거나 엔젤투자자로 직접 지분을 매입하는 방식을 구상했다. 주요 주주로 참여하면서 회사의 성장을 함께 이끄는 관계를 설정했다. 기업가치를 높이는 핵심 역할을 자임한 셈이다.

오 대표는 "연구인들이 개발한 기술이 기업에서 날개를 펼칠 기회를 선사하는 것이 목표"라며 "기술에 반영된 꿈이 실현되는 기초를 닦아주는 디자이너 역할에 충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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