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업 세금대란]SK에너지, 또 한 번의 납부연기 절실?①정부반응 미지근 탓 납부 준비 중, 재무구조 악화 우려
김성진 기자공개 2020-07-28 14:20:17
[편집자주]
느닷없이 발생한 코로나19로 가장 큰 타격을 받은 업계 중 하나가 바로 정유업계다. 세계적으로 마이너스 유가라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며 정유업체들의 수익성은 걷잡을 수 없이 악화했다. 정부는 ‘세금납부 연기’ 카드를 꺼내며 지원에 나섰지만 위기는 현재 진행형이다. 이례적인 ‘세금 대란’을 겪고 있는 국내 주요 정유업체들의 상황과 재무상태, 대응 전략을 더벨이 분석한다.
이 기사는 2020년 07월 24일 10:5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정유업체들은 올 상반기 코로나19 여파로 역대급 적자를 기록했다. 정유 4사로 꼽히는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가 기록한 적자규모는 모두 4조원을 넘을 정도였다.예상외의 대규모 적자가 발생하자 정유업체들은 '세금'이라는 문제에 맞닥뜨렸다. 국내 주요 정유업체들이 한 달에 내는 세금은 대략 1조원을 웃도는 수준으로, 정부는 정유업체들의 사정을 고려해 4월분 유류세 납부기한을 3개월 연장키로 결정했다.
그러나 위기 모면은 잠시 뿐이었다. 납부기한 연장을 요청한 정유사들은 오는 7월 31일까지 2개월치의 세금을 한 번에 납부해야 한다. 당시 정부는 총 1조3750억원의 세금납부를 연장해줬는데 여기에 두 배 되는 수준의 세금을 납부해야 하는 셈이다.
업계에서는 이에 대해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단기간의 대규모 현금 지출이 정유사들의 경영을 압박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 중 정유업을 영위하는 SK에너지는 최근 들어 재무부담이 가중되는 상황이다.
◇유류세, 선납 구조 탓 어려운 현금관리
정유업체들이 정부에 내는 유류세는 법인세와는 다소 성격이 다르다. 유류세는 교통·에너지·환경세, 개별소비세, 교육세, 주행세, 부가가치세 등으로 구성되며 정유업체들이 매달 정부에 납부한다.
SK에너지의 경우 세금 납부는 정제를 거친 후 제품이 공장에서 출고되는 과정에서 세금이 붙는다. 구체적으로 석유사업은 '원유수입→제품생산→수송/저유→제품판매'의 밸류체인으로 구성되는데, 제품이 생산돼 수요처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세금이 부과된다.
사실 유류세는 석유제품을 구매하고 사용하는 소비자들이 부담한다. 그러나 정유업체들은 제품 출고 과정에서 석유제품에 원천적으로 붙는 세금을 미리 정부에 납부한다. 대신 납부한 세금은 후에 소비자들로이 제품을 구매하면 충당하는 식이다. 정부 입장에서는 세금을 징수하기 상당히 편하지만 정유업체 입장에서는 현금흐름을 관리하기가 까다로워지는 셈이다.
SK에너지가 납부하는 유류세 등 세금은 법인세 항목에 편입되지 않는다. 유류세 등은 애초에 매출원가로 잡히며, 유가 하락 등으로 수익성이 악화하면 세금은 고정적으로 지출되기 때문에 매출원가율이 상승하는 결과가 나타난다.
SK에너지 관계자는 "석유제품이 출고되는 순간 세금이 부과되고, 이 세금은 매출원가로 기록되기 때문에 재무제표상 별도 항목에 따로 기재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세금 납부 예정...마이너스 현금흐름 확대
국내 주요 정유업체들은 또 한 차례 세금 납부 연기를 놓고 정부와 조율을 시도했지만 정부의 반응이 신통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역시도 코로나19 탓에 국내 소비가 줄어들어 세수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SK에너지는 현재 세금 납부 연기를 포기하고 세금 납부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7월 31일까지 7월분과 기존 연기된 4월분을 모두 납부해야 한다. 다만 SK에너지가 구체적으로 얼마의 세금을 납부해야하는지는 알려진 바가 없다.
SK에너지는 코로나19 탓에 다른 정유업체들과 마찬가지로 올해 힘든 시기를 겪고 있다. 1분기 매출액은 7조원으로 전년 동기 8조1000억원과 비교해 1조원 이상 줄어들었으며 영업손익은 1조2000억원의 손실을 내 적자로 돌아섰다.
재무부담도 상당히 가중됐다. 올 1분기 SK에너지의 총차입금은 5조7000억원으로 지난해 말 3조5000억원과 비교해 무려 2조2000억원이나 증가했으며, 현금성자산을 제외한 순차입금은 2조8000억원에서 3조90000억원으로 1조원이 넘게 늘어났다.
무엇보다 현금흐름이 나빠진 게 눈에 띈다. SK에너지는 2017년부터 2019년까지 3개 사업연도 연속으로 잉여현금이 마이너스(-) 흐름을 보이고 있다. 규모는 매해 -6700억~-8300억원 사이에서 움직였다. 이러한 마이너스 흐름이 올들어 급격하게 확대되며 올 1분기에만 -1조1000억원의 흐름을 기록했다.
시장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정유업체들의 현금관리가 어려운 편"이라며 "특히 SK에너지의 경우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에 대규모 배당을 실시하고 있어 관리가 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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