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관리사 대란]사무관리·수탁 거부, 중소 사모운용사 '이중고'②옵티머스 사태 불똥…신규 펀드설정 막히고 사무관리 비용증가 '부담'
정유현 기자공개 2020-08-20 13:00:13
[편집자주]
'옵티머스 사태'의 사무관리사로 지목된 한국예탁결제원이 전문 사모 자산운용사에 사무관리 위탁 계약해지를 요구하며 시장이 들끓고 있다. 해지 요청 금액만 최대 6조원에 달해 사무관리·자산운용업계 파장이 예상된다. 더벨이 펀드 서비스사와 전문 사모운용사 등 관련 업계의 반응과 계약해지에 따른 전망을 분석해 본다.
이 기사는 2020년 08월 18일 15:5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중소 사모 운용사들이 시중은행의 신규 펀드 설정 거부에 이어 한국예탁원의 사무관리 서비스까지 거절당하며 '이중고'를 겪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이하 예탁원)의 사무관리 거부로 불똥이 튄 운용사는 16여개에 불과하지만 사모펀드 사고 후폭풍이 중소 사모 운용사 옥죄기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업계가 예의 주시하고 있다.◇ 옵티머스 불똥 시중은행 수탁거부, 예탁원 '전문 사모' 사무관리 중단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옵티머스자산운용 사태 이후 시중 은행이 중소 운용사의 사모 펀드 설정에 대한 수탁 업무를 사실상 중단한 상태다. 일부 은행이 운용사 규모에 따라 주식이나 채권 등 전통 자산에 투자하는 펀드에 대해서는 수탁 업무를 제공하고는 있지만 관리자산(AUM) 규모가 작은 중소 사모 운용사의 펀드는 받아주지 않고 있다.
7월 중순부터 이 같은 분위기가 감지된 후 중소 사모 운용사들은 답답함을 호소하고 있다. 고객을 확보해도 중소 운용사라는 이유로 신규 펀드 설정이 거절되고 있다. 초반에는 중소 사모 운용사만 거절되는 분위기 였으나 최근 들어 일부 규모가 큰 사모 운용사들도 공모주나 코스닥벤처 펀드를 제외한 전략을 활용하는 펀드들은 설정이 쉽지 않다고 전해진다.
전반적으로 사모 운용업이 침체된 가운데 최근 예탁원이 거래중인 전문 사모운용사에 사무관리 계약해지를 요청하며 또 한번 업계가 위기에 봉착했다. 업계 관계자들의 의견을 종합해보면 예탁원의 사무관리 서비스를 받았던 운용사들은 대부분 투자 일임이나 자문업을 하던 시절부터 예탁원과 거래 관계를 맺다가 운용사로 전환하면서 거래를 이어온 곳이 많다. 예탁원의 서비스에 만족했다기 보다는 사무 관리사를 변경하는 것이 쉽지 않고 공공기관이라는 이점이 있기 때문에 예탁원의 서비스를 활용했다는 설명이다.
예탁원은 2000년 일반사무관리업에 진출한 후 펀드의 생성에서 소멸까지의 전과정을 수행하는 인프라를 구축한 점을 강점으로 내세우며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타 사무관리사들이 계열 자산운용사를 등에 업고 선전했지만 예탁원은 이 같은 지원군이 없었던 만큼 상장지수펀드(ETF) 전문사무관리 회사의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고 특이펀드 등 틈새시장 공략에 나섰다.
점유율 확대를 위해 중소 사모 운용사들의 사무 관리를 담당해 온 것으로 분석된다. 예탁원의 사무관리 서비스를 받는 전문 사모운용사는 6월 말 기준 16곳이다. 8월 말 기준 사모펀드 사무관리 일임액은 약 5조7000억원이다. 펀드 사고에 사무관리사의 책임론이 가중되면서 한 때는 성장 동반자였던 사모 운용사 꼬리 자르기에 나선 것이다.
문제는 업계에 중소 사모 운용사들이 잠재 리스크가 크다는 선입견이 생긴 상황에서 예탁원의 사무 관리 물량을 받으려는 업체가 있는지 여부다. 후발주자들에게는 점유율 확대의 기회이기도 하지만 급히 사무관리 계약을 맺었다가 부실이 일어날 수 있다는 염려가 있기 때문에 고심하고 있다. 이번에 예탁원의 계약 해지 통보를 받은 곳들은 중소 사모 운용사라는 이유만으로 계약이 수월하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운용 업계 한 관계자 "예탁원과 사무관리 계약을 맺은 곳들은 투자 자문사들이 많았는데 운용사로 전환하면서 그대로 계약이 이어진 케이스가 많다. 서비스의 질보다는 공공기관이라는 이점이 있었기 때문에 활용해 왔다"며 "사기업이 갑자기 운용사들에게 계약 해지 요청을 하면 공공기관인 예탁원이 사무 관리를 받아줘야 하는 것 아닌가. 중소 운용사와 거래를 맺으려는 곳도 많지 않을텐데 반대로 상황이 돌아가니 당혹 스럽다"고 말했다.
◇ 수수료 대비 높은 리스크 공통점…"수탁 거부가 더 부담"
수탁은행과 예탁원의 업무 중단 배경의 공통점은 사모펀드 설정 작업이 수수료 대비 리스크가 높다는 점이다. 헤지펀드 시장이 급속도로 팽창했지만 수탁사나 예탁원이나 관련 업무 조직을 확대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했다. 수탁이나 사무관리 업무가 소위 '큰 돈'이 되는 업무는 아니기 때문이다. 수탁보수율은 0.03~0.07% 정도며 전문 사모운용사 사무관리 수수료율은 0.01% 안팎이다. 예탁원의 사무 관리 수수료율은 업계 평균보다 더 저렴했던 것으로 파악된다.
이런 상황에 옵티머스 사태가 수탁은행이나 사무관리사의 리스크를 부각시키면서 업무를 거부하게 되는 불씨가 됐다. 옵티머스자산운용 사태로 운용사뿐 아니라 판매사, 수탁은행 그리고 사무관리회사였던 예탁원까지 책임론에 휩싸였다. 낮은 수수료를 받으며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전문 사모 운용사의 리스크를 짊어지는 게 실효적이지 않다는 판단이 선 것으로 보인다.
펀드 수탁이 막힌 상황에서 예탁원의 업무 중단 통보까지 받은 운용사들은 답답함을 호소하고 있다. 예탁원을 쓰다가 타 사무관리사로 옮기려다보니 비용 부담이 상당하다는 입장이다. 펀드 설정도 어려운데다가 비용만 나가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상황이 연출될 전망이다.
예탁원 업무 해지 통보를 받은 한 운용사 관계자는 "사무관리 회사들이 많다보니 후발주자들 위주로 논의가 진행되고는 있지만 선두 사무관리 업체와 계약을 맺는건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를 선택할 수 없는 점도 아쉽다"며 "사실 예탁원의 업무 해지보다 시중은행의 수탁 중단이 더 힘들다. 사무관리사를 바꾸면서 (예탁원 대비) 비용도 더 들텐데 신규 펀드 설정도 힘든 상황이라 문제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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