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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사 재무 점검]군살빼기 택한 현대제철, 유동성 확보 '안간힘'금융기관 차입 13조원 돌파, 신규투자 줄이고 자산 매각도 잰걸음

이아경 기자공개 2020-08-24 13:58:32

[편집자주]

글로벌 철강 수요가 마르고 있다. 철광석의 가격은 가라앉을 기세가 보이지 않는다. 내로라하는 굴지의 글로벌 철강사들이 하나 둘씩 신용평가에서 낙제점을 받고 있다. 국내 철강사들이 처한 경영 환경도 대내외적으로 우호적이지 않다. 수익성이 흔들릴 때 시장의 눈은 회사의 재무구조로 향한다. 국내 주요 철강사들의 재무 현황을 모니터링해본다.

이 기사는 2020년 08월 21일 16:5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제철의 성장 전략은 적극적인 인수·합병(M&A)이었다. 2000년대 현대제철은 강원산업 인수를 시작으로 삼미특수강, 한보특수강 등을 품으며 사업영역을 확대했다. 2010년대 들어선 현대하이스코 냉연부문을 합병했고 동부특수강과 SPP율촌에너지 등을 잇따라 사들였다.

현대제철은 M&A를 통해 상공정(제선·제강)부터 하공정의 주요 철강재 생산까지 수직계열화를 구축하는데 성공했다. 포스코와 국내 철강업계의 양대산맥으로 올라섰다. 계속되는 투자로 차입금은 쌓여갔지만 안정적인 현금창출능력이 이를 상쇄했다. 잉여현금이 재무부담을 낮추는데 기여했다는 얘기다.

하지만 상황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지난해부터 현대자동차 비중이 높은 판재류 부문은 자동차산업의 판매실적 둔화로 저하됐고, 봉형강 제품도 국내 건설투자 감소세로 악영향을 받았다. 전방산업 둔화 속에서 원자재인 철광석 가격은 상승했고 코로나19 여파는 악화된 시황에 기름을 부었다.

코로나19 펜데믹이 장기화되면서 현대제철은 방향성을 틀었다. 더 이상의 외형성장보다는 적자사업을 정리하고 유무형 자산 매각을 검토하는 등 군살빼기에 나선 것이다. 재무 전략은 불황을 버틸 수 있도록 '유동성' 확보에 맞춰졌다. 대규모 투자금 상환을 위한 차입금 '축소' 기조는 '확대'로 바뀌었고, 최대한 현금을 확보하는 쪽에 무게추를 뒀다.


최근 현대제철이 공시한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현대제철의 유동성은 증가세다. 6월 말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1조5656억원, 단기금융상품은 3261억원으로 집계됐다. 작년 말과 비교하면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6500억원가량 증가했고, 단기금융상품은 두배 넘게 늘었다. 2018년 대비로는 각각 8035억원, 1689억원 늘어난 규모다.

유동자산을 유동부채로 나눠 기업의 상환능력을 가늠하는 지표인 유동비율도 매년 상승세다. 반기 말 유동비율은 156.7%로 작년 말 149.2%보다 7.5%포인트 증가했다.

수익성 저하는 유동성 관리 필요성을 더욱 높이고 있다. 현대제철은 지난해 4분기 사상 초유의 분기 영업적자(1479억원)을 기록했고, 올해 1분기에도 297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상반기 연결기준 영업손실이 157억원, 당기순손실은 1284억원에 달했다.

수익성 지표인 영업이익률도 계속해서 낮아지는 추세다. 2015년 9.08%에 달했던 영업이익률은 2017년 7.13%, 2018년 4.94%로 낮아졌고, 2019년에는 1.62%로 크게 떨어졌다. 올 1분기에는 마이너스(-) 0.5%까지 감소했다가 2분기 들어선 0.2%로 소폭 올라왔다.

대규모 투자에도 안정적이였던 잉여현금흐름(FCF)도 지난해 대폭 적자로 돌아섰다. 잉여현금흐름은 기업이 사업으로 번돈 중 세금과 영업비용, 설비투자액 등을 제외하고 남은 현금이다. 철저히 현금 유입과 유출만 따져 돈이 회사에 얼마 남았는지 설명해주는 개념으로, 잉여현금흐름이 적자로 전환하면 기업은 외부에서 자금을 조달해야 한다.

대내외 환경 악화에 현금창출력이 약화되면서 차입부담도 높아졌다. 2018년 10조원대로 낮아졌던 순차입금은 올 들어 다시 11조원대로 증가했고, 총차입금은 같은 기간 11조원대에서 12조원대로 높아졌다. 지난 6월말 기준으로는 13조원까지 올라온 상태다.

다만 재무지표 자체는 안정적으로 평가되고 있다. 차입금 증가세에 비해 차입금의존도는 40% 미만에 머물러 있고 부채비율도 103%로 양호한 편이다. 외부 차입에만 의존하기보다는 잠원동 사옥 등 재무적으로 도움이 될 만한 자산을 매각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현대제철은 이 밖에도 현대오일뱅크 지분 매각을 검토하고 있으며, 적자사업을 중단하고 처분하는 등의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기업평가는 "특수강 사업 관련 대규모 투자 완료 이후 질적 성장을 중시하는 보수적 경영정책으로 전환하면서 투자부담이 과거 대비 완화됐다"며 "사업경쟁력에 기반한 본원적인 수익창출력을 고려할 때 중기적으로는 점진적인 재무구조 개선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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