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키트 경쟁력 분석]코로나 확산인데 수출 감소…옥석가리기 본격화④인허가 장벽에 글로벌 경쟁사 등장…오상헬스케어·랩지노믹스 수출 급감한 듯
심아란 기자공개 2020-08-27 07:30:12
[편집자주]
체외진단 의료기기 시장은 소수의 글로벌 업체들이 과점해온 영역이다. 국내 진단키트 업체들은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발빠른 대처로 글로벌 시장에서 인지도를 끌어올리고 있다. 2020년 상반기 대부분의 진단 업체들이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하며 시장성을 증명해냈다. 더벨은 진단업체들의 실적과 시가총액 등을 비교 분석해 그간의 성과를 들여다보기로 했다.
이 기사는 2020년 08월 24일 15:0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하반기 들어 국내 진단키트 업체들의 수출액 감소 추세가 뚜렷해 지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의 기세가 여전하지만 진단키트 수출은 정점을 찍고 하락추세를 보이고 있다.주요 국가에서 진단키트 공급이 원활해지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글로벌 빅파마 및 해외 각국에서 진단키트 공급이 늘어나면서 한국산 진단키트의 수요가 감소하는 추세다.
각국의 인허가 규제 장벽도 높아지고 있다. 코로나 19 초기엔 한국산 진단 키트에 대한 수요가 급증했으나 각국에서 자체 생산이 가능해지면서 인허가 장벽을 높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진단키트 산업의 근본적인 리스크가 노출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진단키트에 대한 신속 허가가 늘었고 진단키트 업체들도 생산 캐파를 확대해 놓은 상황이다. 코로나19가 진정되면 이렇게 확대된 진단키트 생산 캐파가 독이 될 가능성이 있다.
더욱이 코로나19가 확산 일로에 있는 와중에 진단키트 수출이 줄어든다는 것은 진단키트 산업의 장기 성장성에 의문점을 제기한다. 대형 진단키트 업체 빅5 조차 일부는 수출 규모가 70%이상 급감하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24일 관세청 데이터에 따르면 7월 이후 분자·면역진단키트의 수출 규모가 하향세를 기록하고 있다.
분자 진단 키트의 7월 수출액은 803억원이다. 상반기 최고치인 1771억원과 비교하면 55% 가량 낮아진 수치다. 6월 대비해서는 33% 감소했다. 8월 들어선 20일까지 수출규모 674억원을 기록 중이다.
면역진단키트도 수출 감소세가 유지되고 있다. 7월 수출액은 1538억원으로 6월(2101억원)과 비교해 22% 줄어들었다. 이달 20일 기준 954억원으로 수출 하향세가 유지되고 있다.
진단키트 업체 '빅5' 사이에서도 옥석이 가려지는 모습이다. 상반기에 진단키트 수출 성장을 견인한 빅5 업체는 씨젠, 오상헬스케어, 랩지노믹스, 수젠텍, 피씨엘로 추려진다. 이들은 12곳의 진단 전문 상장사 가운데 △매출 200억원 이상 △영업이익률 50% 초과 △시가총액 2000억원 이상 등의 요건을 모두 충족한다.
피씨엘은 거래 규모는 작지만 7월 들어 수출 규모가 반등해 눈길을 끈다. 씨젠 역시 수출금액을 불리며 진단 대장주의 존재감을 드러냈다. 반면 오상헬스케어, 랩지노믹스의 7월 수출액은 전달 대비 70% 이상 타격을 입었다.
진단 제품의 해외 주문이 줄어드는 것은 글로벌 수급이 원활해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스위스 로슈나 미국 애보트(Abbott), 퀴아젠 등이 진단키트 공급을 늘리기 시작했다. 애보트의 경우 미국에서 진단의 부정확성으로 논란이 일기도 했지만 각국 보건당국은 수입품보다 자국산 진단키트에 의존도를 높이고 있다. 한국산 진단키트에 대한 옥석가리기가 본격화됐다는 의미다.
실제 진단키트 빅5 간 수출 실적은 극명한 대조를 보이고 있다. 주요 진단키트 업체들이 수출 금액을 따로 공개하진 않기 때문에 관세청에서 발표한 지역별 진단키트 수출 실적을 토대로 주요 기업의 수출 실적을 역산했다. 빅5가 위치한 지역 내 진단키트 경쟁 업체가 없어 지역별 수출 실적이 해당 업체의 실적과 거의 일치한다.
진단키트 대장주인 씨젠이 위치한 송파구는 7월 들어서도 수출 상승세를 기록 중이다. 서울 송파구의 진단키트 수출 규모는 547억원(약 4599만달러)으로 집계됐다. 6월 513억원(4316만달러)대비 7% 확대된 금액이다.
씨젠은 코로나19 초기에 진단시약인 올플렉스(AllplexTM 2019-nCoV Assay)를 개발해 시장에 내놨다. 현재 국내를 포함해 약 70여개국에 코로나 관련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씨젠은 진단 관련 장비 판매량도 증가한 만큼 장기적인 성장에도 기대를 건다. 진단 장비는 코로나 제품뿐만 아니라 다른 질환용 진단시약도 적용할 수 있다.
피씨엘도 오히려 고객사를 넓혔다. 피씨엘의 소재지인 서울시 금천구의 진단키트 수출금액은 7월에 4억원(약 35만달러)을 기록했다. 전월 대비 52% 증가한 수치다.
피씨엘은 코로나19의 분자·면역진단 제품을 모두 개발한 점이 특징이다. 7월에 면역진단 제품의 수요가 커지면서 수출액 확대로 이어졌다. 8월에도 10건의 계약을 추가했으며 거래 규모는 8억원대다.
나머지 3개 회사가 위치한 지역의 수출 실적은 7월에 급감한 모습을 보였다. 7월 수젠텍의 본사 소재지인 대전 유성구, 오송공장이 자리한 충북 청주시의 진단키트 수출액은 12억원(약 103만달러)으로 나타났다. 전월 대비 8% 가량 축소된 규모다.
수젠텍은 미국 시장을 개척하지 못한 점이 한계로 지목된다.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항원 신속진단키트, 항체 정량검사키트에 대해 연달아 수출허가를 받은 점은 호재다. 제품군을 넓히면서 수출 확대를 끌어낼지 관심이 모아진다.
빅5 가운데 수출 감소폭이 컸던 업체는 오상헬스케어와 랩지노믹스다. 두 업체 모두 7월 수출금액이 전월 대비 70% 이상 축소됐다.
오상헬스케어가 위치한 경기 안양시의 7월 진단키트 수출액은 140억원(약 1178만달러)이다. 전달에 467억원(3926만달러)였던 점을 고려하면 70%나 낮아졌다.
상반기 오상헬스케어 매출의 80% 이상이 코로나 관련 제품에서 나왔다. 오상헬스케어의 분자진단키트는 국내에서 사용허가가 떨어지지 않은 만큼 해외 매출이 중요하다. 하반기에도 매출 성장세를 이어가려면 수출 확보가 핵심이다. 오상헬스케어는 제품 다각화를 위해 면역진단키트 개발에도 나설 계획이다.
경기 성남시에 자리잡은 랩지노믹스도 분자진단 제품을 판매한다. 해당 지역의 7월 수출금액은 22억원(181만달러)으로 집계됐다. 수출 규모는 직전 달 76억원(642만달러) 대비 72% 급감했다.
랩지노믹스는 신규 제품을 통해 하반기 매출 성장을 이끌어낸다는 계획이다. 기존에 유전자 증폭(RT-PCR) 기반의 진단키트와 응급용 제품 두 가지를 선보인 데 이어 최근 35분 안에 검사하는 신속진단키트로 개발했다.
현재 미국, 캐나다, 남아공 등 기존 거래 국가와 확진자가 지속해서 발생하는 국가를 포함해 20여개국에서 수출을 위한 사전등록 절차를 진행 중이다.
바이오텍 전문가는 "진단키트 기술은 개발이 그렇게 어려운 것이 아니어서 경쟁제품이 언제든 나올 수 있다"며 "초기 코로나19 확산 시기에 진단키트 제품에 대한 신속 사용 승인이 많았는데 결국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진단키트업체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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