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0년 08월 27일 07:4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두산그룹 구조조정으로 매물화 된 네오플럭스가 결국 신한금융지주 품으로 들어간다. 양측은 지난 20일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고 내달 말 거래가 종료된다.신한금융은 딜 초반부터 진지하게 네오플럭스 인수를 타진해 왔던 원매자다. 그만큼 벤처투자(VC) 계열사 추가에 대한 니즈가 강했다는 방증이다.
정부의 벤처투자 육성정책과 맞물려 혁신성장에 대한 투자를 장기적으로 늘리겠다는 큰그림을 그리고 추진하고 있다. 혁신금융 투자확대 방편 중 하나는 VC자회사 추가다. 신한금융은 이 과정에서 새로 회사를 설립하기보다는 20년 업력의 네오플럭스를 인수해 인력과 시스템, 다년간의 노하우 등을 획득하는 편을 택했다.
신한금융의 인수가 확정되자 업계에서는 향후 네오플럭스 운영방안에 주목하고 있다. VC조직은 금융권에서도 비교적 자유분방한 성향이 강하다고 평가받는데 보수적인 색채가 강한 금융지주의 품에 안긴 셈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국내에서는 금융지주에 속한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조직이나 VC 조직이 제대로 역량을 발휘하는 경우가 드물었다. 업계에서 내로라하는 인력을 영입하더라도 보수적 조직문화 하에서는 역량을 발휘하기 쉽지 않았다.
결국 금융지주 산하 PE나 VC는 돈을 벌기 위해 모험적인 투자에 적극 나서기 보다는 그룹 내 캐피탈사나 IB, PB 업무와 연계돼 자연스레 들어오는 딜들을 주로 취급하곤 했다. 그룹사에서 들어오거나 할당으로 채워져 해야 하는 투자건이나 핀테크 관련 딜들을 수동적으로 처리하는 조직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는 얘기다.
금융지주 내 PE나 VC의 경우 수장도 자주 바뀌곤 했다. 그룹 인사의 낙하산 배치 등이 만연했기 떄문이다. 이같은 환경에서 PE나 VC 자회사 조직원들은 소신을 갖고 투자활동을 하기 어려웠던 게 사실이다.
결국 신한금융이 네오플럭스의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인수후 통합(PMI) 과정과 경영진 인사 등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외풍 등에도 소신을 굽히지 않을 CEO 선임과 투자의 자율성, 독립성 보장 방안 확립 등이 향후 성장의 핵심 열쇠가 될 것이란 분석이다.
VC 자회사의 자율성 보장 면에서 자주 언급되는 곳이 KB금융지주다. KB금융의 VC자회사인 KB인베스트먼트는 업력과 노하우 면에서 업계 내 상당히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다. KB금융은 2018년 김종필 대표를 외부에서 영입했다. 김 대표는 KTB네트워크, 미래에셋벤처투자, 한국투자파트너스 등에서 심사역으로 경력을 쌓아온 인력이다. 또 유상증자 등을 통해 확실히 힘을 실어주며 KB인베스트먼트를 적극적으로 키우고 있다.
특히 금융지주가 VC 투자활동에 있어 독립성을 보장하고 있다는 점은 강점으로 꼽힌다. 물론 금융그룹에서 KB인베스트먼트로 간 임원도 있지만 주로 인하우스 펀딩 등의 역할을 맡고 있다.
일찌감치 신한금융도 이같은 고민을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네오플럭스의 우협으로 선정되기 전부터 헤드헌터를 통해 향후 경영진 후보를 물색하고 있다는 소식이 업계에 퍼지기도 했다. 또 네오플럭스 내 핵심 인력과 이들의 평판에 대한 검증 절차도 상당부분 진행해 왔다.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은 은행장 이전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사장을 지낸 적이 있다. 비은행 부문에 몸담았던 경험덕에 은행과 비은행 출신이 각각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비지니스 영역을 정확히 인지하고 있다는 평가다. 이를 감안하면 VC 자회사 운영에 있어서도 조 회장의 혜안이 발휘될 여지가 크다. 신한금융이 네오플럭스를 통해 어떤 운용의 미를 발휘할 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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