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人사이드]SC제일은행 '리테일 한계' 허문 박종복 행장행명 변경·비대면 영업 선구자…3연임 확실시
손현지 기자공개 2020-09-02 07:49:14
이 기사는 2020년 09월 01일 16:5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박종복 한국스탠드차타드(SC)제일은행(사진)이 '9년 장수 은행장'이란 타이틀을 거머쥐게 됐다. SC제일은행 임추위는 지난달 28일 박 행장을 차기 행장 단독 후보로 추천했다고 최근 밝혔다. 2016년 4월부터 임기를 이어온 박 행장의 3연임이 확실시된 셈이다.박 행장은 그간 SC은행이 고수해오던 '리테일' 영업기조의 한계를 깼다는 점에서 호평을 받는다. 모바일 기반의 리테일과 기업금융 투트랙 기조를 추구했다. 아울러 자산관리의 과감한 변혁을 꾀하면서 자기자본순이익률(ROE) 개선과 장기적 수익창출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도 긍정적 평가를 이끈다.
◇리테일-기업금융 투트랙, 저금리에 빛난 '비이자수익'
박 행장은 SC제일은행이 선택한 '첫 한국 은행장'이다. SC가 2005년 제일은행을 인수해 한국에 진출한 이후 외국인 수장만 선임했었던 만큼 업계의 기대도 컸다. 당시 박 행장에게는 현지화 경영, 동북아 지역 거점으로 한국 위상 강화 등의 '중책'이 부여됐다.
그는 2015년 1월 8일 행장으로서 첫 임기를 시작하면서 모회사 SC그룹 강점인 자산관리(WM)를 강화하겠다는 비전을 밝혔다. 적자 기조를 탈피하기 위한 청사진이었다. 수익의 10%가 채 안됐던 자산관리부문의 비중을 25%까지 끌어올릴 계획이었다. 자산관리 상품을 판매하기 앞서 운용사의 신용등급과 유동성 문제 여부를 살펴보는 등 리스크관리에 만전을 기했다. 운용 조직, 리서치팀의 과거 5년 동안 실적과 평판도 검토했다.
그의 자신감에는 앞서 제일은행에서 20년 넘게 영업점을 두루 거치며 다져온 내공이 묻어나 있었다. 1979년 제일은행에 입행한 뒤 주로 소매금융쪽에서 전문성을 쌓았다. SC은행으로 자리를 이동한 뒤에는 영업본부장, 소매사업1본부 상무, 프리미엄뱅킹사업부장(상무), 소매채널사업본부장(전무), 리테일금융총괄본부장, 한국SC금융지주 회장, SC제일은행장 등을 역임했다.
기존 소매금융에 치우쳐있던 포트폴리오를 기업금융과의 밸런스를 맞추는 방향으로 개선해갔다. SC은행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이른바 투트랙 전략을 꾀했다. 국내 대기업이 해외에 진출할 때 파이낸싱을 맡을 뿐 아니라 여신, 수신, 파생상품거래, 외환거래 등의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박 행장의 지난 6년간 포트폴리오 개선 노력은 최근 저금리 기조에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리테일과 커머셜금융에서 순익이 부진하더라도 기업금융 분야가 크게 성장하며 순익 상승을 이끌었다. 상반기 은행권 전반적으로 비이자수익 성과가 저조했던 데 반해 SC제일은행은 무려 25% 넘게 증가하며 저력을 보여줬다.
◇과감한 SC제일은행 행명변경, 현지화 일등공신
박 행장은 한 때 '한국 철수설'에 시달리기도 했다. 취임 후 점포 통폐합과 구조조정 등으로 각종 잡음이 야기됐다. 그럴 때일 수록 모회사인 SC그룹 경영진과 소통을 통해 유연하게 대처해나갔다.
SC그룹과의 소통능력이 부각된 단적인 사례가 있다. 바로 행명 변경이다. 박 행장은 취임 후 1958년부터 쓰던 '제일'이라는 이름을 다시 사용해 옛 명성을 찾으려 했다. 국내 영업에 속도를 높이기 위해선 외국계 은행이라는 이미지 대신 한때 국내 1등이었던 제일은행 이미지를 부활시키는 것이 유리하다고 봤다.
이 과정에서 박 행장의 SC그룹과의 소통 능력이 부각됐다. 박 행장이 직접 나서 수차례 건의했지만 영국 본사는 쉽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점포 간판, 홍보물, 통장 등도 다 같이 바꿔야 하는 만큼 비용리스크가 만만치 않았던 이유가 가장 컸다. 하지만 박 행장은 직접 빌윈터스 SC그룹 회장을 만나 은행 사활을 걸고 담판을 지었다.
은행업계 관계자는 "단기적인 비용 발생 부담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현지화를 위한 작업을 중시했다"며 "실제로 SC제일은행으로 탈바꿈한 뒤 영업에 훨씬 속도가 붙었다"고 설명했다.
행명변경은 현지화에 상당한 기여를 했다는 평가다. 박 행장은 현지사정에 맞게 각종 디지털 인프라를 개편해나갔다. 전반적인 영업력이 강화되면서 2017년 흑자전환에 성공했고 2018년 연임에 성공했다.
◇영업점·조직환경 新패러다임 구축
한 차례 연임에 성공한 뒤에는 선제적으로 비대면 영업환경을 조성하는데 힘을 쏟았다. 온라인 소매시장을 강화하는데 집중했다. 획일화된 영업점 모델에서 벗어나 핀테크를 접목시켜 고객 편의를 높인 새로운 형태의 채널과 점포를 도입했다.
최근에는 전략적 비즈니스 제휴를 통해 기존 은행의 틀을 깨는데 주력하고 있다. 현재 핀테크 기술을 적용한 스마트뱅킹유닛(SBU)과 이동식 팝업데스크(Pop-up Desk)를 준비하고 있다. 은행 영업시간과 상관없이 주말과 휴일에도 은행 업무를 볼 수 있게 되는 셈이다. 핀테크 신사업에도 관심이 많다. 작년엔 모바일 금융서비스인 '토스뱅크'에 투자해 6.67% 지분을 확보했다.
SC제일은행 임원후보추천위원회가 최근 박 행장의 3연임을 지지하고 나선 건 그의 '조직문화' 개선 공로도 있다. SC제일은행은 과거 외국계 뉴브리지캐피탈에 인수되면서 개인주의 문화가 조직에 만연해졌다. 국내 시중은행 특유의 끈끈한 영업력도 퇴색됐다는 평가를 받은 바 있다. 이에 박 행장은 직접 지점장 200여 명을 본점에 초청해 함께 떡국을 먹으면서 시무식을 하는 등 직원들과의 소통에 주력했다.
박 행장의 연임 안건이 오를 주주총회는 오는 3일 개최된다. 주총을 거쳐 상임이사 선임 안건이 통과되면 같은 날 이사회를 거쳐 은행장에 선임키로 했다. 임기는 내년 1월 8일부터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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