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제일은행, 커버드본드 발행 나선 배경은 저축성예금 편중된 포트폴리오…예수금 버퍼 마련 차원
손현지 기자공개 2019-07-01 08:10:00
이 기사는 2019년 06월 28일 07: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C제일은행이 KB국민은행에 이어 은행권 두번째 원화 커버드본드(이중상환청구권부채권) 발행에 나섰다. 내년부터 시행되는 새로운 예대율 규제를 앞두고 예수금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방책으로 해석된다. 특히 포트폴리오가 비핵심예금으로 분류되는 저축성예금에 편중돼 있는 탓에 예대마진 측면에서 불리하다는 점도 주된 배경으로 작용했다.28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제일은행은 5000억원 규모 5년 만기의 원화 커버드본드를 발행했다. 채권 신용등급은 국내 신용평가회사들이 평가한 최고 등급인 AAA이며 발행금리는 국고채 금리에 15bps(1bp=0.01%)를 가산한 연 1.66%로 결정됐다. 이자는 3개월 마다 고정금리로 후급되며 원금은 만기일시 상환된다.
커버드본드는 금융회사가 보유한 주택담보대출 등 우량자산을 담보로 발행하는 담보부채권이다. 채권 보유자가 발행자에 대한 상환청구권과 기초자산집합(Cover Pool)에 대한 우선변제권을 동시에 갖게 되기 때문에 안정성이 높은 자산으로 평가된다.
국내에서는 지난 2014년 이중상환청구권부채권법이 제정된 이후 발행 사례가 전무했다. 발행금리가 국고채와 은행채 금리의 중간 수준인데 사실상 국고채-은행채 간 스프레드가 작아 투자자 관심을 끌기 어렵다는 인식이 짙었다.
발행사측인 은행입장에서도 추가적으로 소요되는 부대비용을 감안하면 은행채에 비해 마진이 적게 남는 방식으로 여겨졌다. 또 쉽게 찍을 수 있는 일반채권이나 후순위채권과 달리 담보 풀에 대한 전산 개발 등이 선행되야 가능하기 때문에 섣불리 발행을 결정하기도 쉽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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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금융당국의 커버드본드 장려정책에 따라 상황이 달라졌다. 당국은 올해부터 예대율 산정시 커버드본드 발행 잔액의 1%까지 예수금으로 인정하는 유인책을 적용하기 시작했다.
원화예대율 규제가 강화되면서 이러한 유인책이 부각되고 있다. 내년부터 가계·기업대출 가중치를 차등해(가계대출+15%, 기업대출-15%, 자영업자대출 0%) 기업부문으로 자금흐름을 유도하는 예대율 규제가 시행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가계대출 비중이 큰 은행들로서는 예수금 버퍼 마련에 대한 필요성이 높아진 것이다. 시중은행 중 가계대출 규모가 가장 큰 국민은행이 선두주자로 커버드본드 발행에 나선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제일은행 역시 가계대출에 편중돼 있는 구조로 새로운 예대율 규제에 직격탄을 맞는다. 지난해 3월 말 기준 제일은행의 원화대출금 포트폴리오에서 가계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74.0%로 시중은행 중 가장 높다. 이는 그동안 외형확대 차원에서 저금리인 주택담보대출을 기반으로 고객기반을 늘린 결과다. 2015년 구조조정 차원에서 중소기업대출 등 고위험여신을 축소한 이후 이러한 현상은 심화됐다. 지난 2017년 상반기에는 저금리 기조와 우호적인 부동산 시장 규제가 맞물리면서 주택담보대출 성장률이 연 10%를 넘었다.
가계대출 비중이 큰 제일은행으로서는 예수금 확보가 절실한 상황이었다. 그런데 제일은행의 예수금 기반은 불안정한 구조를 띄었다. 고금리의 저축성예금 및 저축예금 등 비핵심예금 위주로 확대한 게 문제였다. 급격한 대출 확대기조에 따라 금리상승 시기에 비교적 쉽게 확보할 수 있는 비핵심예금에 주력했던 탓이다. 비핵심예금은 핵심예금(요구불예금, 보통예금)에 비해 영업기반이 취약하다는 특징을 지닌다. 조달비용도 높은데다가 고객의 자율성이 낮기에 충성도가 낮기에 장기적 수익성 측면에서는 상당히 불리할 수 밖에 없다.
물론 지난 3월 말 기준 SC제일은행의 원화예대율은 90.1%로 금융당국의 원화예대율 규제(100% 이하)를 충족하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같은 외국계 은행인 씨티은행의 경우 포트폴리오 상 대출 규모가 작은 편이라 예수금 확충 부담이 적다"며 "이와 달리 제일은행은 안정적인 예수금 기반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 이는 원화커버드본드 발행 결정의 주된 배경이 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일은행은 지난 4월부터 본격적으로 커버드본드 발행을 추진했다. 그동안 해외 RMBS(주택담보부증권) 발행 경험과 적격대출 관리 등 다양한 자산 유동화 경험 노하우가 바탕이 돼 수월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주택담보대출채권 담보여력도 충분해 기초자산집합도 5조2000억원 규모에 달한다.
제일은행 관계자는 "이번에 조달한 자금은 장기고정금리 대출 자금으로 활용할 방침"이라며 "최근 기관투자자 사이에서 안전 자산인 커버드본드에 대한 관심이 높은 상황이라 추가 조달도 고려 중"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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