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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러버 대박은 서막…5년 내 1조 매출 간다” [IPO & CEO]이수태 파나시아 회장 "친환경 종합ICT 기업으로 진화"

이경주 기자공개 2020-09-04 13:57:14

이 기사는 2020년 09월 03일 07:3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퀀텀점프’란 표현은 IPO(기업공개) 주자 파나시아에게 제격이다. 순이익이 2018년 4억원에서 지난해 647억원으로 뛰더니 올 상반기엔 전년동기(111억원)의 4배에 가까운 416억원에 달했다. 친환경 선박장비인 스크러버(탈황장비)가 메가 히트를 친 덕분이다. 하반기 IPO최대어 카카오게임즈보다 더 벌고 있다.

그런데 최근 만난 창업주 이수태(사진) 회장은 ‘스크러버’를 자랑하지 않았다. 오히려 스크러버만 시장에서 주목하는 걸 불편해했다. 잠재력에 대한 관심이 뒷전으로 밀리는 탓이다.

그가 걸어온 길을 들어보니 수긍이 갔다. 파나시아는 태생부터 ‘변화’에 적응하며 생존한 강소기업이다. 카멜레온과 같다. 환경이 변하는데로 색깔을 바꿔 자신을 보호하고 먹잇감을 쟁취해낸다. 스크러버는 국제 선박규제 변화에 맞춰 수년전부터 준비한 작품이다. 행운이 아닌 필연이다.

파나시아는 수소경제에 맞춰 이미 자신의 몸을 바꾸기 시작했다. 친환경 ICT(정보통신기술)·에너지 기업으로 진화를 위한 채비에 한창이다. 스크러버는 대여정을 위한 캐시카우다. 5년 내 1조 매출을 계획하고 있다.


◇가난이 안겨준 ‘절박함’, 대기업 퇴사하고 창업으로

이 회장은 1955년 울산의 한 시골마을에서 태어난 소작농의 아들이다. 청년시절 목표가 오로지 가난에서 벗어나는 것이었다. 배워야 돈을 번다는 일념에 공립인 부산대학교 기계공학과를 졸업(1981년)하고 같은 해 대기업인 현대중공업에 취직했다.

하지만 당시 30만원 수준인 월급으로 부모님과 동생들을 부양할 수 없었다. 생계 유지가 어려운 수준이 되자 강수를 둔다. 입사 7년 만에 사표를 던지고 1989년 범아정밀엔지니어링(현 파나시아)을 창업했다. 종잣돈은 400만원이었다.

이 회장은 “시계방으로 자수성가한 장인어른을 보고 나도 사업을 해야겠다 생각했다”며 “환경이 안락했다면 (현대중공업에서) 임원까지 달고 나왔겠지만 막다른 골목에 몰리니까 사업에 용기가 생긴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국내 조선사들이 배안에 들어가는 장비를 대다수 외국에 의존하던 것에 착안, 장비 국산화를 도모했다. 하지만 쉽지 않았다. 일찌감치 조선사에서 독립한 선배 경영인들이 국산화할만한 장비를 모두 선점한 탓이다.

이 회장은 신기술 외에는 답이 없다고 생각했다. 이에 국제해양기구(IMO)의 환경오염 규제 동향을 주시했다. 규제에 맞는 신제품 수요가 있을 것 같았다. 당시 선박은 오일탱크 계측기 고장으로 기름이 넘치게 담겨 환경오염을 유발하는 문제가 있었다. 이 회장은 기름이 일정 수준 이상이 되면 알람이 울리는 '선박수위제어계측장비'를 개발해 수주에 성공했다. 파나시아 1호 친환경 장비다.

자신감을 얻은 이 회장은 IMO 규제에 맞춰 연달아 신제품을 내고 히트시켰다. △물과 기름이 함께 섞여있는 선박 하수구에서 기름을 제거해 주는 장비인 오일 디스차징 시스템 △선박 배기가스 오염을 줄여주는 질소산화물저감장치 △선박평형수에 포함된 수상생물과 병원균을 제거하는 선박평형수처리장치 등이다. 규제에 맞춰 누구보다 발빠르게 내놓은 제품들이다.

이 회장은 “자본력에서 워낙 열세에 있다 보니 경쟁사가 하지 않거나 못하는 신기술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이라며 “새로운 IMO 규제 장비 수요가 생겼을 때 선점하는게 좋겠다 생각했다”고 말했다.

탈황장비인 스크러버 역시 규제동향을 읽고 2012년부터 개발해 2018년 공급채비를 마친 제품이다. IMO는 2년 뒤인 올 1월 1일부로 전 세계 해역에 선박 황산화물 배출량을 3.5%에서 0.5%로 감소시키는 규제안을 발동시켰다.

실적 퀀텀점프가 '필연'으로 평가받는 배경이다. 변화에 대한 신속한 대응과 도전이 30여년 째 이어진 결과다. 올 상반기 매출 1984억원 중 82.5%가 스크러버, 15.17%가 선박평형수처리장치에서 나왔다. 향후 1~2년 성장도 확정적이다. 스크러버 수주잔고는 올 상반기말 기준 4095억원, 선박평형수처리장치 1145억원에 이른다. 덕분에 스크러버는 세계 4위, 선박평형수처리장치는 세계 3위 지위에 올랐다.

◇수소경제에 도전장, 글로벌 ‘히든챔피언’이 꿈

이 회장이 파나시아를 선박장비사로 규정하지 말라는 배경이다. 해양이 아닌 다른 규제환경에 대응해 얼마든지 영역을 넓힐 수 있는 저력을 입증했다. 이미 수소경제에 대응해 신사업을 시작했다.

정부는 지난해 1월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통해 전국에 수소차에 필요한 충전소를 2040년까지 1200개 설치한다고 밝혔다. 파나시아는 충전소에 필요한 수소추출기를 개발하고 있다. 수소추출기는 LNG등 천연가스에서 개질을 통해 수소를 추출하는 장치다.

적용분야(해양)가 달랐을 뿐 파나시아가 강점을 지닌 친환경 기술이다. 때문에 이미 대전시와 수소추출설비 구축을 위한 MOU(양해각서)까지 체결했다. 이 회장은 “스크러버 경쟁력은 설계 노하우와 모태사업인 수위계측장비를 통한 모니터링 시스템에서 나온다. 수소추출기 사업 역시 핵심부품은 자체 조달해 경쟁우위를 점할 것”이라며 "조선장비로 출발했지만 2025년에는 친환경 에너지 기업으로 확장해 매출 1조원을 달성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이 회장 꿈은 파나시아를 글로벌 히든챔피언으로 만드는 것이다. 히든챔피언은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으나 핵심기술력을 기반으로 세계적 점유율을 갖고 있는 기업이다. 직원들을 위해 지속가능한 장수기업이 돼야 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 회장은 “실적개선으로 유보금이 많이 쌓였는데도 왜 IPO를 하느냐고 묻는다”며 “저만 생각하면 IPO는 필요하지 않다. 하지만 제게는 파나시아를 삶의 터전으로 삼는 직원들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스크러버 역시 성숙기가 도래할 것이고 새 제품으로 대응해야 지속가능한 기업이 될 것”이라며 “이에 4차산업혁명 소용돌이에 맞춰 IPO를 결정했다. 글로벌 히든챔피언이 되는 것이 궁극적 목표”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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