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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은행, 직원 '셀프 대출'로 드러난 내부통제 허점 시스템 악용, 사익 편취 인사 면직…책임부서 불명확, 모니터링 체계 미흡

손현지 기자공개 2020-09-04 10:00:00

이 기사는 2020년 09월 03일 16:4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IBK기업은행의 허술한 내부통제 체계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났다. IBK소속 은행원이 부동산 투자이익을 취하기 위해 자신의 가족 명의로 대출을 받고 50억~60억원대의 평가차익을 거뒀는데도 4년이 넘도록 적발되지 않은 사실이 최근 알려지면서다.

기업은행 A차장은 2016년 3월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총 29건, 75억7000만원어치 부동산담보대출을 집행했다. 아내와 모친 등이 대표이사로 있는 5개 법인기업과 일부 개인사업자에게 대출을 내줬다. 형식상 직계가족들의 명의를 빌렸고 사실상 본인 투자였다.

뒤늦게 문제가 드러나자 기업은행은 내부 윤리교육 체계는 물론이고 감사 모니터링시스템 등 전반적인 개선방안을 강구하고 나섰다. 당장은 이번 문제의 책임 부서조차 불명확할 정도로 허점이 확인된 상태다.

대출 집행 절차상 문제 없었어도 '윤리적 책임'

우선 이번 사건을 두고 A차장의 잘잘못을 따지는 게 맞는지 자체가 관심사가 되고 있다. 만일 은행 절차를 준수해 하자없이 대출을 집행했다면 문제를 삼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로 A차장은 주택담보대출 집행 과정에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 규정을 어기진 않았다.

기업은행은 물리적으로 본인의 주민번호로 대출을 일으킬 수 없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가족 등 관련인에 대한 대출업무를 따로 제한하고 있진 않다.

A차장의 30건에 달하는 대출도 기업은행 내부 심사기준에 따라 적법하게 이뤄졌다면 절차상 문제는 없다고 볼 수 도 있다. 다만 기업은행이 내부 감사 내용을 명확히 공개하고 있지 않는 만큼 이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 자체가 없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보안상 절차 위법여부는 밝힐 수 없다"며 "대출집행 금액이 직원 규정을 초과하는 규모라 징계를 내린 상태이며 사적 이윤 취득을 위해 가족 차명 대출을 일으킨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절차상 문제가 없다고 가정한다 해도 논란은 불가피하다는 게 중론이다. 은행 업무 특성상 도덕성이나 신뢰가 경영의 기본 전제란 점을 봤을 때다.

기업은행도 윤리적인 측면에 보다 무게를 두고 이번 사건을 바라보고 있다. 단순한 개인의 일탈보다 차명대출을 통한 부동산 투기 행위 자체를 문제 삼고 있다. 무엇보다 정부가 부동산 투기를 지양하는 방침을 내놓는 가운데 공적 성격을 띄고 있는 국책은행의 이미지를 실추한 일이 됐다는 내부 판단이다.

지난달 A차장에게 면직 인사조치를 내린 근거는 내부규정에 명시된 '이해상충' 업무금지 조항 위반이다. 기업은행이 명명한 이해상충 행위란 업무 수행과정에 객관성을 유지하지 못하도록 영향을 미치는 경우, 사적인 이해 관계에 놓인 본인과 친척들의 이익과 관련한 업무처리를 뜻한다. 기업은행은 이해상충 행위로 금융질서 문란을 야기했다고 평가하며 직원 면직처리, 사후 개선 조치에 돌입한 상태다.

*출처 : 윤두현 미래통합당 의원실 제공
◇시중은행, 본부차원서 가족 대출 통제

가장 큰 문제는 기업은행이 사건 발생 4년 만에 이를 알게 됐다는 데 있다는 평가다. 다수의 금융업계 관계자들이 그 원인으로 부실한 내부통제시스템을 원인으로 꼽는다. A차장 경우 기업은행의 이 같은 대출시스템의 허점을 정확히 알만한 위치에 있던 인사다. 여신업무 가이드라인 수립까지 맡았던 인물이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본점에서도 여신관련 부서에서 근무한 적이 있던 인물"이라며 "본점 근무 당시 기업은행 직원들을 위한 개인여신 업무 관련 가이드라인 작성도 도맡아했다"고 설명했다. 내부 여신모니터링 감사 체계를 누구보다 잘 인지하고 있었던 셈이다.

절차와 통제범위가 느슨한 주택담보대출을 활용했다는 점도 주목된다. 주담대 특성상 아파트 가격과 함께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부채상환율(DTI) 등과 관련 규정이 명확하다. 때문에 직원들이 품의를 올리면 지점장, 팀장 승인이 비교적 쉽게 이뤄지는 편이다. 기업은행 검사부서가 일찍이 이상거래로 탐지하고 본격 사실관계를 확인하지 못한 이유다.

기업은행의 전산시스템만이 갖고 있는 특징도 이번 사건의 원인이 됐다. 기업은행 영업점에선 전산상 직원 가족이나 친인척 관련 대출을 직접 취급할 수 있는 구조다. 신한, 하나은행 등 대부분의 시중은행은 본부차원에서 가족 관련 대출 업무를 통제한다. 타은행의 경우 인사정보시스템에 가족을 등록하게 돼 있기 때문에 가족 대출 업무를 하게 되면 거래불가 에러메세지 창이 뜬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물론 악의적으로 인사정보시스템(인사부 관리)에 가족을 기입하지 않을 수는 있겠지만 복지혜택을 받기 위해 필수적인 절차"라며 "국책은행이라는 특성상 시중은행 대비 상시모니터링 시스템이 허술했지 않았나 추측한다"고 말했다.

◇4년만에 인지, 자체 모니터링 실패

이번 기업은행의 이상 대출거래는 당국에서도 유념해 보고 있는 사안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기업은행에는 직원 가족 대출 취급시 상시모니터링 시스템이 부재했다"며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지 못한 게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상당수 시중은행은 감사부에서 상시 모니터링시스템 체계를 가동하고 있다. 가족 정보 조회 이력이 있을 경우 상시 검사역이 전화를 하기 때문에 은행원들은 편법을 쓰기가 쉽지 않다. 운영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내부통제 관리를 주기적으로 시행한다.

기업은행의 내부통제 업무는 감사부와 준법감시부로 이원화돼 있다. 감사부는 상시검사와 함께 제도 개선이 필요할 경우 각 부서에 관련 내용을 통보한다. 제도들이 잘 운영되고 있는지에 대한 내부통제 업무는 준법지원부에서 담당한다.

때문에 모니터링 체계에 대한 책임이 분산될 수 밖에 없다. 이른바 컨트롤타워가 없는 셈이다. 이로 인해 내부통제 결함이 발견되면 이를 해결할 소관부서도 명확치 않다. 다른 은행처럼 내부통제 업무 컨트롤과 책임을 감사부에서 주도적으로 맡고 있지 않아 누수가 생기고 있다는 평가다.

기업은행은 이번 사태 이후 각 부서별로 개선사항을 취합 중이다. 여신기획부에서는 유사사례 재발방지를 위해 직원대상 교육 강화 등의 방침을 마련했다. 또 직원 본인 뿐 아니라 관련인까지 대출 업무 제한을 확대키로 했다. 아직 관련인 범주는 확정 짓지 못했다. 친분있는 사람부터 직계가족, 친척 등 광범위하기 때문에 논의가 필요한 사항이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내부통제 부실에 대해 내부적으로 공감하고 있다"며 "대책위까지 꾸려질 만한 사항은 아니지만 인사부, 여신기획부 등 유관부서 간 상의 후 개선방안을 구상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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