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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pany Watch]박헌서 한국정보통신 회장, 해외특관인 업고 주담대 올인0.2% 남기고 전량 개인 대출 담보…자사주 잇단 매입·소각에 '자진상폐' 가능성도

방글아 기자공개 2020-09-22 08:25:45

이 기사는 2020년 09월 18일 08:3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해외 투자자 우호 지분에 의존하고 있는 한국정보통신의 불안정한 지배구조가 계속 유지되고 있다. 박헌서 한국정보통신 회장이 사실상 보유 지분을 모두 담보로 맡기고 대출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대출 용처는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이는 사측의 지속적인 자사주 매수, 소각과 맞물리면서 자진상폐 시나리오에 군불을 지피고 있다.

박헌서 회장은 최근 한국증권금융, 한화투자증권과 체결한 총 3건의 주담대 계약을 내년 9월까지로 1년씩 연장했다. 총 397억원 규모의 대출 3건에 담보로 제공된 주식수는 797만4415주에 달한다. 이는 박 회장이 보유한 전체 주식의 98.9%에 해당한다. 담보권이 전부 실행되면 박 회장 지분율은 21.5%에서 0.2%로 줄어든다.

특히 725만3415주가 개인 용도 대출 담보로 잡혀 있어 리스크가 높다는 분석이다. 책임 경영 일환으로 주식을 담보로 운영자금을 빌리는 거래와는 결이 다른 탓이다. 현재 72만1000주만이 계열사 한국정보통신서비스가 빌린 85억원에 담보로 제공돼 있다.

이 같은 개인 용도 목적의 대규모 주담대는 2015년부터 지속돼왔다. 박 회장은 당시 과세관청으로부터 부과받은 세금 93억원을 납부하기 위해 세무서와 금융기관 등에 한국정보통신 주식을 담보로 제공했다. 5년에 걸쳐 세금은 모두 냈지만 빚은 남아있는 상태다.

대출기간이 1년 미만으로 설정된 탓에 박 회장은 한국정보통신 주가 흐름에 따라 번번이 조건을 바꿔가며 재계약을 체결해야 했다. 이 과정에서 차입처는 수차례 바꼈고 담보제공 주식수와 대출금은 증가했다. 2015년 11월 대신증권에서 150만주를 담보로 100억원을 빌린 것이 현재 797만여주 담보, 대출금 397억원으로 불어났다. 첫 대출 때만해도 담보권이 전부 실행되더라도 13.8%의 지분이 남았지만 현재는 0.2%로 떨어진다.


이러한 상황임에도 그룹 내 박 회장의 지배력은 여전히 공고하다. 매년 초 소집하는 정기주주총회는 물론 감사위원 선임, 정관 변경과 같은 특별 결의 안건 의결도 척척 해내고 있다. 박 회장은 2013년 경영 전면에서 물러났지만 그의 신임을 얻어 대표직에 오른 친척 권순배 부회장과 전문경영인 임명수 사장이 장수 경영 체제를 이어오고 있다.

이 같은 지배력 뒤에는 해외 우호 투자자들이 있다. 미국계 프리맥스매니지먼트(21.2%)와 스위스계 드웨이(26.6%), 뱅크프로필(13.7%) 등 3곳이다. 특히 드웨이와 뱅크프로필은 박 회장에 의결권을 모두 위임하고 있다. 박 회장은 개인 지분과 우호 세력 지분을 합쳐 과반이 훌쩍 넘는 의결권을 행사하고 있는 셈이다.

더욱이 드웨이와 뱅크프로필은 박 회장과 공동 보유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박 회장이 주식을 처분하지 않는 한 이들 또한 한국정보통신 주식을 팔지 않는다는 의미다. 이 같은 계약이 체결된 건 2004~2005년 무렵이다. 한국정보통신이 대규모 M&A 이후 경영난으로 유동성 위기를 겪던 시절 양사는 유상증자에 참여해 대주주 지위를 얻은 뒤 현재까지 그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프리맥스매니지먼트는 2015년 한국정보통신에 빌려준 대물을 출자 전환하면서 특수관계를 구축했다. 박 회장 아들 스티픈 박씨가 재직 중인 곳이다. 박씨는 한국정보통신에서 비상근 기획이사로 겸직하며 양사 징검다리 역할을 하고 있다.

지배구조 이슈의 중심에 서 있는 박 회장의 거취는 물론 주담대 용처에 대해서도 알려지지 않고 있다. 관련 질의를 위해 사측에 여러 차례 통화를 시도했으나 닿지 않았다. 다만 박 회장이 1938년생으로 고령인 점에 비춰볼 때 개인 사업 등의 목적은 아닐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한국정보통신이 유통 주식수를 줄이려는 시도를 계속하고 있어 자진상폐에 대비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국정보통신은 2017년부터 꾸준히 자사주를 매입하고 있으며 지난해 이렇게 사들인 3881만2743주를 소각했다. 올 초에는 532만6231주에 대한 공개매수를 추진했다. 이는 특수관계자 보유분을 제외한 발행 주식수의 79.4%에 해당하는 규모다.

하지만 사측이 십수 년째 배당 없이 1799억원을 잉여금으로 축적해 온 가운데 응모 주주가 나타나지 않아 결국 공개매수는 실패로 돌아갔다. 일각에서 백기사들에 대한 보상을 위해 자진상폐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면서 호응도가 낮았던 것으로 파악된다. 다만 사측은 상장폐지 추진에 대해 부인하고 있는 상태다. 공개매수 목적을 상장폐지가 아닌 경영권 안정과 주주가치 제고라고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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