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컨버전 시대]이든운용, 부림빌딩 인수…주거시설 변신 기대노후 오피스, 밸류 애드 개발…정부 규제완화 수혜 가능성
신민규 기자공개 2020-09-21 13:26:13
[편집자주]
국내 디벨로퍼(developer) 업계에서 용도변경(컨버전, Conversion) 사례가 부쩍 늘고 있다. 지엽적인 의미의 용도전환에서 나아가 기능을 상실한 노후공간을 필요에 따라 새롭게 탈바꿈하는 현상 자체를 아우른다. 도시개발 역사가 선진국에 비해 짧은 편이지만 급격한 인구감소와 코로나19 이후 언택트(Untact) 소비, 재택근무 증가는 도심 공간의 기존 패러다임을 송두리째 뒤흔들고 있다. 정부가 천편일률적으로 용도지정을 하던 낡은 방식에서 과감히 벗어나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더벨이 디벨로퍼 사례를 중심으로 '컨버전' 아이디어의 격랑 속으로 들어가봤다.
이 기사는 2020년 09월 18일 14:1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든자산운용은 부동산 자산운용사 가운데 신생사 축에 속하지만 적극적으로 개발전략을 펼치고 있다. 흔한 코어(Core) 오피스 경쟁입찰 방식에서 벗어나 중소형 자산에 대한 가치부가형(밸류 애드, Value added) 투자를 전개하고 있다.가치부가형 투자 중에서 최근 주목받고 있는 사업은 노후 오피스를 매입해 주거시설 등으로 변신시키는 일이다. 주거시설 개발은 단순 임차인 확보보다 부담해야 할 리스크가 큰 편이다. 건축허가부터 자금회수까지 과제가 많지만 성사만 되면 투자매력도를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기회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든자산운용은 서울시 중구 을지로1가에 위치한 부림빌딩 인수를 최근 마무리했다. 부림흥산과 7월 계약을 체결해 이달 딜 클로징에 성공했다. 정확한 매입가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1000억원 안팎에서 거래가 성사된 것으로 알려졌다.
부림빌딩은 1987년 준공된 건물로 연면적 1만7000㎡(5142평) 서울 중심지역에 위치해 있긴 하지만 노후화된 탓에 가격 경쟁력이 떨어졌다. 임대료를 기대하고 코어 투자에 나서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는 물건이었다.
이든자산운용은 단순 오피스 용도 외에 향후 주거시설 등을 추가하기 위해 건물을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소형 자산을 매입해 가치부가형으로 개발하는 방식이다. 가치부가형 전략이란 부동산이 가진 물리적·운영적·재무적 문제를 해결해 가치를 증대시키는 것을 뜻한다. 지금의 상태 그대로 사용하기보다는 개발을 통해 용도를 바꾸는 것이 가치창출에 효과적이라고 내다봤다.
매입 직후라 아직 구체적으로 어떤 개발방식을 취할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인허가 당국과 협의를 거치고 있는 단계다.
정부의 부동산 개발 규제 속에서도 공실 오피스나 상가시설에 대한 용도변경 기회는 다소 열린 편이다. 정부는 코로나19 이후 언택트(Untact) 시대와 맞물려 공실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해 민간임대주택으로 전환할 수 있는 길을 터줬다.
국토교통부는 서울권역 등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 방안의 후속조치로 민간사업자가 오피스·상가를 임대주택으로 용도변경시 주택건설 관련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의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 일부 개정안을 이달 입법예고했다. 규제완화 대상을 민간사업자의 공공지원민간임대주택까지 확대해 장기공공임대주택과 동일하게 주택건설기준 적용을 완화하고 주차장 증설을 면제키로 했다.
노후 오피스를 허물고 주거시설을 짓는 발상은 마스턴투자운용이 선두적으로 나선 바 있다. 이든자산운용에도 마스턴투자운용에서 경험을 쌓았던 인력들이 상당수 있다.
마스턴투자운용의 경우 여의도 메리츠종금증권 제2사옥 매입을 완료해 분양까지 성사시켰다. 당시 수두룩한 여의도 오피스 건물 사이에 주거용 오피스텔을 짓겠다는 개발계획을 세웠다.
전용 25~77㎡ 짜리 지하 6층~지상 17층 규모의 중소형 오피스텔 210실을 분양해 완판을 이끌었다. 여의도 오피스 시설 공실 우려가 높아지고 있지만 신축 주거공간 수요는 높을 것이라는 예상이 적중했다.
마스턴투자운용은 메리츠종금증권 개발과 같은 방식으로 NH투자증권 사옥 매입에도 나섰다. 저층 식당가와 고층 생활형 숙박시설을 짓는 사업에 착수했다. NH투자증권 사옥은 1994년 준공돼 2005년부터 본사로 사용했다. 다만 건축허가를 위해선 넘어야 할 산이 많은 편이다. 인허가 당국은 공개공지와 녹지공간, 금융관련시설 등 다양한 조건을 내걸었다.
관련 업계에선 코로나19 이후 중소형 오피스의 공실률이 늘어나는 점을 감안할 때 용도전환 사례가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 차원에서도 규제완화가 검토되고 있어 서울 핵심지역에 주거공급이 늘어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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