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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바이오 흥망사]CMO 선택한 삼성의 1등 DNA…분식논란도 무색①시가총액 46조 육박, 상장 4년 만 5배 성장…제조업 역량에 10년 걸친 준비

심아란 기자공개 2020-10-12 08:17:37

[편집자주]

바이오 산업은 하이리스크-하이리턴이다. 막대한 비용과 오랜 연구기간이 불확실성을 높인다. 내로라하는 대기업들도 섣불리 접근하기 어려운 영역이다. 그럼에도 삼성바이오로직스와 SK바이오팜처럼 성공사례가 하나 둘씩 등장하고 있다. 과거에 바이오 사업을 중단했거나 실패를 경험한 대기업으로선 시샘의 대상이다. 뒤늦게나마 사업을 재개하려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더벨은 국내 대기업 바이오의 현주소와 그들의 도전사를 살펴봤다.

이 기사는 2020년 10월 06일 07:2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의혹은 5년째 뜨거운 논쟁거리다. 그럼에도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CMO) 사업 역량에는 이견이 없어 보인다. 46조에 육박하는 몸값이 이를 방증한다. 2016년 유가증권시장 입성 당시와 비교하면 5배 가까이 몸집을 키웠다. 분식 회계 논란 당시 제기됐던 몸값 18조원을 몇 배 뛰어넘는 시가총액으로 기업가치 논란을 무색하게 하고 있다.

삼성에게 바이오 산업은 신산업이었다. 중공업, 화학, 전자로 성장해온 삼성이었다. M&A를 통해 기존 사업을 인수한 것도 아니었다. 굴지의 대기업이라는 명성으로 쉬운 길을 걸은 것으로 보이지만 사실 긴 시간과 많은 노력이 투입됐다.

삼성이 바이오사업에 눈길을 준 건 2000년대 초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무렵부터 삼성은 바이오벤처 관계자, 대학 교수들과 접촉하며 바이오사업의 정보를 모으기 시작했다.

당시 업계에서는 삼성이 신약개발에 뛰어들 가능성에 촉각을 세웠다. 막강한 자금력이 받쳐주는 만큼 삼성의 신약개발 도전은 국내 바이오산업의 성장을 이끌 것이라는 기대감도 실렸다. 그러나 삼성은 조용히 움직였다. '삼성이 바이오사업 진출을 접었다'는 소문이 돌 정도였다.

삼성이 바이오사업을 공식적으로 언급한 건 2010년의 일이다. 신성장동력으로 바이오사업을 점찍고 이듬해 2월 글로벌 제약서비스 기업인 퀸타일즈와 3000억원 규모의 합작사를 설립했다. 목표는 바이오의약품 CMO(위탁생산) 사업이었다. 신약개발에 도전할 것이란 예상을 깬 행보였다.

2011년 4월 21일 첫 이사회를 열고 사명을 삼성바이오로직스로 정했다. 당시 삼성전자 신사업팀에 몸담았던 김태한 부사장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대표이사(사장)로 임명됐다.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삼성이 신약개발이 아닌 CMO 사업을 하는 것에 아쉬워하는 의견도 많았다"라며 "지금은 사업이 확실히 자리잡은 만큼 결과적으로는 더 잘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라고 말했다.

김 사장은 다음 두 가지 질문에서 만족스러운 답변을 얻은 후 CMO 사업을 선택했다고 회고한다.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산업 분야인가'와 '빠른 시간 내에 삼성이 세계 1위로 올라설 수 있는 사업인가'란 질문이다.

그는 실질적인 성과로 '그렇다'는 답변을 대신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전경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총 36만4000리터의 바이오의약품 생산 규모를 갖췄다. 글로벌 CMO 기업 중 최대 규모다. 2018년 제3공장에서 상업 생산이 시작됐고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설립 7년 만에 글로벌 1위의 고지를 달성했다.

1위로 올라서기까지 어려움도 따랐다. 삼성은 제약바이오 사업에 경험이 없어 경쟁력에서 밀렸다. 생산 경험이라는 '트랙 레코드'도 없던 탓에 수주를 따내는 것은 물론 글로벌 제약사의 담당자를 만나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회사 관계자는 "당시 한 임원은 글로벌 제약사의 담당자를 만나기 위해 무작정 본사로 찾아가 반나절을 회사 앞에서 기다리기도 했다"며 "트랙레코드가 없다는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담당자들은 건설 중이던 1공장으로 초청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특장점을 설득해야 했다"라고 말했다.

2013년 7월 마침내 미국의 BMS(Bristol-Myers Squibb)와 첫 생산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했다. 그해 10월에는 스위스 로슈와도 생산 계약을 맺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수주가 본격화되기 시작했던 지점이다.

2016년 1분기에는 설립 후 처음으로 영업흑자를 냈다. 1공장을 착공한 지 4년 8개월 만이며 이는 업계 최단기록으로 회자된다. 이듬해부터는 연간 영업이익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작년에는 매출액 7016억원, 영업이익 917억원으로 전년 대비 31%, 65%씩 성장했다. 올해 상반기까지는 매출액 5149억원, 영업이익 1437억원을 기록 중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6년 11월 약 9조원 밸류로 코스피에 상장됐다. 현재 시가총액은 45조원대로 불어났다. 8월 20일에는 코스피 시가총액 2위에 진입하는 역사를 쓰기도 했다.

올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5만6000리터 규모의 제4공장 증설 계획을 발표했다. CMO 시장에서 '초격차'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전략이다. 현재 글로벌 CMO 시장에서 25% 수준의 점유율을 50% 이상 끌어올리는 게 목표다.

2년 전에는 위탁개발(CDO) 사업에도 진출했다. 개발 기간 단축, 자체 세포주 개발 등 혁신을 바탕으로 서비스 역량을 축적했다. 덕분에 9월 기준 국내외 바이오테크를 중심으로 57건의 계약을 성사시켰다.

회사 관계자는 "현재 글로벌 CMO 1위 자리에 만족하지 않고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꿔 CMO, CDO 시장을 더욱 확대할 것"이라고 포부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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