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사 기안기금 투입]대한항공, 기안기금 신청 임박…경영권 분쟁 영향은규모·방식 협의 중…산은, 전환권 행사시 범정부 지분율 추가 상승
유수진 기자공개 2020-10-08 14:16:48
이 기사는 2020년 10월 06일 15:5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대한항공이 기간산업안정기금(기안기금)을 신청한다. 화물부문 호조로 2분기 흑자를 내는 등 유동성이 심각하진 않지만 내년도 업황이 불투명하다는 판단에 따라 공적자금에 기대기로 했다.그동안 관련업계에서는 대한항공의 기안기금 신청을 유력하게 점쳐왔다. 본래의 목적인 유동성 확보 외에 부가적인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이 '현재진행형'인 상태에서 정부가 조원태 회장에게 힘을 실어주는 듯한 모양새가 갖춰지기 때문이다. 대한항공 입장에서는 '피할 이유가 없는 선택지'라는 의미다.
◇내년 업황 불투명…산은과 규모·방식 협의 돌입
6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빠른 시일 내 기안기금을 신청하기로 결정하고 산업은행과 관련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내년에 하늘길이 확대되더라도 여행심리가 회복되기까지 적잖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필요한 유동성 규모 등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기안기금 조성 당시부터 유력한 '1호' 후보로 꼽혀왔다. 출범 초기 대상업종이 항공과 해운으로 제한됐던 데다 총차입금 5000억원, 근로자수 300명 이상 등 까다로운 조건을 충족하는 기업이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민경제와 고용안정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기업 중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곳을 돕는다는 기금 설립 목적에도 적합했다.
하지만 대한항공은 "기안기금이 필요하다"면서도 신청을 서두르지는 않았다. 대신 산업은행 등 채권단으로부터 지원받은 1조2000억원 규모의 유동성으로 버티며 유상증자와 자산매각으로 자구안(2조원 규모)을 마련하는 데 집중했다. 자구노력 역시 기안기금 신청을 위한 선행요건 중 하나다. 그 사이 M&A가 무산돼 경영 안정화가 시급해진 아시아나항공이 1호 기업이 됐다.
그러자 대한항공도 기안기금 확보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3분기까지는 흑자를 낸다 하더라도 화물운임 하락 등으로 4분기 이후를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유증으로 조달한 자금(1조2194억원)은 이미 지난 8월부터 차입금 상환에 투입하고 있다. 내년 2월까지 빚을 갚고 나면 손에 남는게 없다.
특히 이달 중 고용유지지원금이 끝나면 당장 다음달부터 인건비 부담이 늘어나게 된다. 대출금리가 시중금리+알파(α)로 다소 높은 걸 감안하고서라도 자금조달을 결심한 배경이다. 이 밖에 6개월 간 근로자수 90% 이상 유지, 이익배당 금지 등의 조건이 있으나 이행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아시아나항공에 기안기금 투입이 결정되며 대한항공이 신청에 부담을 덜었다는 해석도 내놓는다. 항공업계 내에서 저비용항공사(LCC)를 중심으로 신청조차 하지 못하는 기업이 많은 상황에서 맏형 격인 대한항공이 가장 먼저 손을 들기가 다소 조심스러웠다는 의미다.
◇범정부 지분율 추가 확대, '조원태 체제' 지지 효과
업계에서는 대한항공에 투입되는 기안기금 중 주식연계증권을 인수하는 형태로 이뤄지는 지원에 관심을 갖고 있다. 산업은행은 해당 기업이 추후 정상화됐을 때 이익공유를 위해 지원금의 최소 10%를 전환사채(CB)나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으로 취득하기로 했다. 정확한 비율은 각 기업별로 협의를 거쳐 정해진다.
지분율 변동이 중요한 건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 때문이다. 정부가 대한항공에 공적자금을 투입하고 지분율을 높인다는 건 현재의 조 회장 체제를 지지한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조 회장이 경영실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하는 KCGI 등 3자연합으로선 부담이 되는 대목이다. 이들이 지분율 싸움을 벌이고 있는 건 한진칼이지만 과도한 부채비율 등을 지적하며 경영권 흔들기의 명분으로 삼고 있는 회사는 대한항공이다.
채권단은 이미 지난 4월 3000억원 규모의 영구 전환사채(CB)를 인수해 내년 6월부터 전환권 행사가 가능한 상태다. 전량 전환시 지분 8.12%(1549만7468주)를 보유한 2대주주가 된다. CB 발행 당시엔 예상지분율이 14%를 넘었으나 1조원대의 유증으로 신주 발행이 이뤄지며 일부 희석됐다.
범위를 넓히면 국민연금도 현재 지분 6.96%(1220만7630주)를 갖고 있다. 범정부 차원의 지분율이 15%를 상회하는 셈이다. 여기에 산업은행이 기안기금 투입으로 CB나 BW를 추가 취득하면 범정부 지분율이 20%에 가까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물론 오너기업으로서 정부의 지분율이 높아진다는 게 반갑지 않을 수 있다. 지배구조와 경영권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기 때문이다. 경영권 침해 가능성은 기업들이 기안기금 신청을 망설이는 이유기도 하다.
산업은행은 이 같은 우려를 불식시키고자 기안기금을 통해 획득한 지분에 대해서는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수차례 강조해 왔다. 이익공유를 위한 수단이라는 사실을 명확히 하고 있다. 이에 대한항공도 기금 신청을 결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아직 규모가 확정되지 않았다"며 "산업은행과의 협의가 마무리 되면 조만간 기안기금을 신청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당장 유동성이 급한 건 아니지만 내년 소요 자금이 또 있으니 신청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수은 공급망 펀드 출자사업 'IMM·한투·코스톤·파라투스' 선정
- 마크 로완 아폴로 회장 "제조업 르네상스 도래, 사모 크레딧 성장 지속"
- [IR Briefing]벡트, 2030년 5000억 매출 목표
- [i-point]'기술 드라이브' 신성이엔지, 올해 특허 취득 11건
- "최고가 거래 싹쓸이, 트로피에셋 자문 역량 '압도적'"
- KCGI대체운용, 투자운용4본부 신설…사세 확장
- 이지스운용, 상장리츠 투자 '그린ON1호' 조성
- 아이온운용, 부동산팀 구성…다각화 나선다
- 메리츠대체운용, 시흥2지구 개발 PF 펀드 '속전속결'
- 삼성SDS 급반등 두각…피어그룹 부담 완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