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인 국민은행장 '1년1개월11일' 임기의 의미 연말 계열사 사장단 임기 맞추기 목적, 지배구조 안정화 고려
김현정 기자공개 2020-10-22 07:48:27
이 기사는 2020년 10월 21일 08시35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허인 KB국민은행장의 임기가 이번에 2021년 12월 31일까지로 맞춰진 것을 놓고 지배구조 재정립을 위한 목적이란 평이 나온다. 은행장 선임을 연말 계열사 대표들의 인선과 동시에 진행해 계열사 사장 자리의 공석을 방지하는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의도로 읽힌다.윤 회장은 2014년 ‘11월 21일’ 공식 취임했다. 2014년 KB금융은 지주 회장과 은행장 간 불화로 불거진 ‘KB사태’로 어려운 시기를 겪었다. 갑작스레 회장 자리가 공석이 된 이후 긴급히 꾸려진 회장후보추천위원회에서는 당시 심각한 경영혼란을 수습할 적임자로 윤 회장을 낙점했다. 10월 최종 후보자로 선임된 윤 회장은 11월 임기를 시작했다.
윤 회장은 빠른 사태 수습을 위해 회장과 행장직을 겸직했다. KB금융은 지주사와 은행간 갈등의 골이 깊은 상태였던 만큼 두 조직이 확고한 안정을 찾을 때까지 회장이 은행 조직까지 통솔하는 게 나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로부터 3년 뒤 윤 회장이 연임에 성공하고 바로 회장·행장 분리 체제가 시작됐다. 영업그룹 부행장을 맡고 있었던 허 행장이 분리 체제 첫 행장 자리에 올랐다. 윤 회장의 바통을 바로 이어받았기 때문에 허 행장도 덩달아 2017년 11월 21일부터 임기를 시작했다. 2019년 11월 21일 연임에 성공했을 때도 1년 임기를 부여받아 2020년 11월 20일까지 국민은행장을 맡기로 했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이런 패턴이 깨지게 됐다. 허 행장이 20일 재선임되며 1년1개월11일의 임기를 부여받았기 때문이다. 행장 임기를 계열사 사장단 임기인 12월31일로 맞추기 위한 조치다.
그동안 KB금융은 행장 임기 만료가 걸려있는 해에는 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대추위)를 두 번 열어야 했다. 지난해와 2017년 행장 임기가 끝나기 한 달 전인 10월 쯤 행장을 선임했고 12월 말에는 계열사 사장들을 선임했다.
올해 역시 연말에 12명의 KB금융 계열사 대표들의 임기가 끝난다. △KB손해보험 양종희 △KB국민카드 이동철 △KB증권 김성현·박정림 △KB자산운용 이현승·조재민 △KB캐피탈 황수남 △KB생명 허정수 △KB부동산신탁 김청겸 △KB저축은행 신홍섭 △KB인베스트먼트 김종필 △KB신용정보 김해경 사장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계열사 대표 인선은 정기 인사와 맞물려 있기 때문에 항상 연말에 발표되곤 한다. 지주·은행·계열사간 임원 이동이 빈번하기 때문에 그룹 인사는 서로 얽혀있을 수밖에 없다.
사실상 행장 인사도 마찬가지다. 은행 부행장이나 지주 부사장급 인사 외 계열사 대표 역시 행장으로 선임되는 경우가 많다. 이번 인선 때 이동철 KB국민카드 사장과 양종희 KB손해보험 사장이 유력한 행장 후보로 꼽히기도 했다.
적재적소에 인재를 배치하기 위해서는 이들을 동시에 놓고 판단하는 게 효율적이다. 신한금융그룹과 하나금융그룹 모두 행장과 계열사 사장들의 임기를 맞춰놓았다.
지배구조 안정성 측면에서 봤을 대도 행장의 임기를 계열사 사장 임기에 맞추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모든 계열사 사장 임기가 연말에 만료되는 지금 상황에서 만약 계열사 사장 중 한 명이 10월 은행장에 선임된다면 해당 계열사는 CEO 공백이 생기게 되기 때문이다. 내년에는 동시에 인선이 진행되기 때문에 계열사 대표가 행장으로 가더라도 이런 리스크가 없어진다.
그룹의 업무적 운영 비용 측면에서도 해당 구조가 유리하다는 평가다. 회장과 행장, 계열사 사장 선임 절차를 별도로 치르고 있고 회추위와 대추위가 각각 한 회씩만 열리는 것도 아니다. 이사진들이 논의할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최종 결론을 내리기까지 각각 2~5회 정도는 모임이 필요하다.
금융권 관계자는 “어중간한 시기인 11월 21일은 급박했던 KB사태 당시 상황을 떠올리게 하는 상징성을 안고 있기도 하다”며 “KB금융이 윤 회장 체제에서 신속한 경영 안정화를 바탕으로 괄목할 만한 성장을 구가하고 있는 만큼 지배구조 역시 높은 수준으로 안정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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